넘쳐나는 교육교부금 현행 유지땐 30년 후 총액 3배↑KDI, 성장률·학령인구 반영한 새 교육교부금 모델 제안"과다 책정된 교육교부금, 타분야 투자 가로막는 요인"
  • ▲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실 모습. ⓒ뉴데일리DB
    ▲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실 모습. ⓒ뉴데일리DB
    [편집자 주] 올해 지방자치단체 예상 적자가 18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중앙정부 채무가 1145조원을 돌파하면서 나라 살림은 빨간불이 켜진 지 오래다. 이런 가운데 지방 교육청은 넘치는 돈을 주체하지 못해 억지로 쓸 곳을 만드는 판이다. 학령인구는 감소하고 있지만, 경제규모가 팽창하면서 늘어난 내국세로 교육청이 받는 교육재정교부금이 교육현장 수요보다 커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내국세의 20.79%를 무조건 받는 교육교부금을 손질할 때가 왔다고 입을 모은다.

    저출생 등으로 학령인구는 꾸준히 줄고 있지만 내국세 20.79%와 기계적으로 연동된 교육재정교부금이 과다하게 책정돼 남는 예산을 비효율적으로 쓰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교육교부금이 현행 체제로 유지된다면 2020년 54조4000억원에서 2060년 164조5000억원으로 약 3배가 될 것으로 관측했다. 같은 기간 학령인구는 546만명에서 320만명으로 44.7%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추정대로라면 6~17세 학령인구 1인당 교육교부금은 1000만원에서 5440만원으로 치솟는 것이다.

    현재 정부는 교육교부금의 현행 교부세율 20.79%를 낮추거나, 경제성장률과 학령인구 수에 연동한 새 교육교부금 산정 모델 등을 검토하고 있다.

    김학수 KDI 연구위원은 교육재정 교부금 총량을 명목 GDP 증가율 수준으로 증가시키되, 학령인구 비중의 변화를 반영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새 교육교부금 산정 모델은 학령인구가 전년도보다 높아지면 교부금을 명목 GDP 증가율보다 더 많이 늘리고, 학령인구가 낮아지면 교부금 증가율을 GDP 증가율보다 적게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개편된 방식의 교부금 산정은 내국세에 연동된 현행 방식보다 훨씬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명목 GDP 증가율은 소득증가와 물가상승 수준을 대변하므로, 개편안은 교육투자 재원을 소득증가와 물가상승 범위 내에서 조정한다는 것이 KDI 측 설명이다.

    김 연구위원은 교육교부금 총량을 정할 때 학령인구 비중 변화를 반영할 경우 2021~2060년까지 매년 절감되는 예산의 총액이 1046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김 연구위원은 "실질소득 증가와 물가상승을 반영한 명목 GDP 증가 수준을 뛰어넘는 교육교부금은 합리적인 재원배분으로 볼 수 없다"며 "현행 내국세 연동방식의 교부금 총량 산정방식은 초중고 교육비 재원마련에 지나치게 관대한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과다 책정된 교육교부금은 다른 분야의 전략적 투자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여타 분야별 지출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재원배분의 틀 안에서 교육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 비효율적 운영구조 산재 … 교육교부금 개편 앞서 손 봐야

    교육교부금을 성공적으로 개편하려면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학교 운영구조를 먼저 뜯어고쳐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지난 2월 폐교한 전북 부안 주산중학교는 2022년 기준 학생 1명당 7억6000만원의 교육비용을 지출한 바 있다. 전국 중학생 평균 교육비 1000만원의 76배다. 전교생이 1명이었던 이 중학교는 학생 1명을 위해 9명의 교직원이 근무했었다.

    전교생 수가 500명을 초과하는 학교의 1인당 교육비용은 전체 평균보다 낮다. 그러나 전교생이 300명 이하일 경우 교육비용이 평균의 2배를 넘는다. 공교육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려면 학교급에서 전교생 수가 500명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김 연구위원은 "학령인구 감소로 향후 공교육 규모의 경제는 전교생 수 300명 이상인 학교에서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300명 미만 학교 수 비중은 2022년 39.9%에서 2070년에는 78%로 확대되면서 규모의 경제는 빠르게 악화될 전망이다"고 관측했다.

    KDI는 2070년까지 초중고 학생 수가 2020년 대비 30~40%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학교 수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학교당 학생 수는 평균 150명 내외가 되는 셈이다.

    김 연구위원은 교육교부금의 효율적인 배분을 위해 전교생 300명 미만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소규모 학교가 이웃 학교와 통합해서 규모의 경제를 개선할 경우, 중앙정부는 해당 지자체에 추가적인 재정지원을 하는 등 유인책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 "학교투입재원-교육청 인건비·사업비, 분리 관리 필요 … 세수연동 방식 폐지해야"

    교육비특별회계를 학교현장에 투입되는 재원과 시도교육청 등의 인건비·사업비로 구분해 따로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 연구위원은 "학교현장 교육비용은 안정적으로 확보·지원해야 할 대상이지만, 시도교육청의 인건비·사업비는 국가재정의 여건에 따라 보다 유연하게 조정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교육교부금과 법정전출금의 세수연동 방식을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교육교부금의 경직성을 풀고 유연하게 지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교육교부금은 넘쳐나지만, 같은 교육분야 내 고등교육 지원에는 활용되지 못한다는 문제도 있다. 교부금의 경직성과 대학 등록금 규제로 인해 우리나라 고등교육 투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하위권 수준이다.

    초중고 교육과정에서는 소득 대비 세계 최고 수준의 투자가 이뤄지다가 대학 이상의 과정에서는 세계 최하위 수준의 교육투자를 하는 기형적인 모습인 셈이다.

    지난해 초 교육부는 대통령 업무 보고를 통해 교육교부금의 일부를 대학·늘봄학교, 유치원·어린이집 시설 등에 사용하려 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반발에 부딪혔다.

    당시 교육부는 지방 대학의 소멸을 막기 위해 대학 지원에 쓰일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고특회계)'를 신설하고 교육교부금의 일부인 3조6000원을 가져오려 했다. 그러나 민주당 반대에 부딪혀 절반인 1조5000억원을 가져오는데 그쳤다.

    윤상호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은 "교육이 가지는 특수성이 재정의 성역화를 불러오고 있다"며 "교육에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은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검증과 개혁의 대상에서 제외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