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전기차 장점만 넣은 EREV배터리 30% 줄여… 완충시 900km 달려LG엔솔·SK온 실적부진 속 대응 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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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전기차 캐즘 타개책으로 'EREV'를 꺼내들었다. 전기차 대비 배터리를 30% 덜 탑재하는 방식의 신기술이다. 현대차의 배터리 공급사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하이브리드에 이어 EREV라는 복병을 만나게 됐다.28일 현대차에 따르면 EREV는 2026년 말 북미와 중국에서 양산을 시작해 2027년부터 본격적으로 판매에 돌입한다.EREV는 내연기관과 전기차를 합친 신개념 자동차다. 엔진이 전기를 생산해 배터리를 충전한다. 전기차처럼 수십 분 충전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 주유소에서 연료를 채우기만 하면 된다. 주행거리는 완충 시 900KM에 달한다.현대차는 EREV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비교해도 경쟁력 있는 가격에 판매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는 북미 시장에는 EREV 중에서도 현대와 제네시스 브랜드의 D급(중형) SUV 차종을 우선 투입하기로 했으며 연간 8만대 이상 판매한다는 목표다.전기차의 최대 단점인 가격, 충전시간, 주행거리를 모두 해결한 EREV가 시장에 등장하자 K-배터리는 긴장하는 모양새다.현대차의 전기차 13종은 단 1개 모델을 제외하고 전부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배터리를 사용한다. 기아 전기차 12종에도 2개 모델을 제외하고 전부 두 회사의 배터리가 들어간다.EREV와 하이브리드에 집중하면서 현대차는 전기차 판매 목표치를 10만대가량 삭감한 상태다. 현대차는 2027년에 전기차 84만1000대 판매를 목표하고 있다. 이는 현대차가 지난해 설정했던 전기차 판매 목표치인 2026년 94만대에서 10% 넘게 축소된 수치다.현대차가 전기차를 10% 덜 팔게 되면 그 여파는 고스란히 K-배터리에 전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재훈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은 전날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24년 CEO인베스터데이에서 "전동화 대중화 시점이 지연됐고 일부 전기차의 출시 시점이 후행됐다"고 밝혔다.GM, 포드 등 K-배터리의 주요 미국 완성차 고객들이 전기차 계획을 축소하는 가운데 전동화에 적극적이었던 현대차마저 전기차 출시를 미루는 모양새다.LG에너지솔루션은 비상이 걸렸다. 올해 상반기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의 평균 가동률은 59.4%로 배터리 공장 절반가량이 쉬고 있는 셈이다.최근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을 통해 SK온 구하기에 나선 SK그룹의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SK온은 올해 안에 분기 손익분기점(BEP)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EREV를 꺼내들었다는 것은 전기차 캐즘이 장기화 될 것이라는 방증"이라며 "K-배터리의 부진도 덩달아 장기화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