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PA간호사 중심체계로 전환 … 전공의 의존도↓필수·지역의료 살리기에 총력 '수도권 쏠림' 대신 지역서 최종진료 생태계
  • ▲ ⓒ연합뉴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의료개혁의 시발점인 의대증원 정책은 마무리됐다고 선을 긋고 향후 5년간 10조원을 투자해 필수, 지역의료 살리기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의료체계의 구조 전환을 위한 과정에 타협이 없음을 시사했다.

    29일 윤석열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정브리핑을 통해 "의료개혁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 과감한 재정투자에 나서겠다"며 "의학교육 선진화 방안, 전공의 수련체계 혁신 방안 등을 통해 좋은 의사가 많이 배출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건강보험 중심의 재원 조달에서 벗어나 의료인력 양성에 대한 국가책임 강화와 지역, 필수 의료 기반 확충에 향후 5년간 10조원의 재정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러한 목표는 전날 의결된 내년도 보건복지부 예산안을 통해 증명된다. 일단 내년에는 10조원 가운데 2조원의 재정을 투입한다. 기존 예산 대비 급격히 늘어난 규모다. 

    일례로 전공의 수련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교육비용으로 4000억원을 지원한다. 올해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에게만 수련비용과 수당(월 100만원)을 지원했지만 내년부터는 내과, 외과, 산부인과 등 8개 필수과목으로 확대한다. 

    이에 따라 지원 대상 규모도 220명에서 4600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소아·분만 전임의에 대해서도 월 100만원을 추가 지원한다.

    필수의료 분야에는 3000억원을 투입한다. 소아·청소년 환자가 주말과 휴일에 응급실을 헤매지 않도록 평일 야간과 주말, 휴일에도 18세 이하 경증 환자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의 외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달빛어린이병원을 기존 45곳에서 93곳으로 늘려 운영하기로 했다. 

    지역의료 살리기에는 6000억원을 지원한다. 17개 권역 책임의료기관의 수술 환자, 중환자 진료 역량 고도화와 지방의료원과 적십자병원의 시설·장비 확충을 돕고 중앙·권역·지역센터 간 협진이 이뤄질 전망이다. 

    ◆ 전공의 의존도 낮추고 전문의·PA 중심체계로 

    여전히 의료계의 반발이 거센 상황이지만 윤 대통령은 "의대증원은 마무리됐다"고 했다. 동시에 전공의 의존도를 낮추고 전문의와 PA(진료지원) 간호사 중심의 병원 가동으로 생태계를 바꿀 계획임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지역의료 인프라를 강화하고 의료 이용체계를 정상화할 것"이라며 "권역 중추병원과 2차 병원, 필수의료센터를 육성하는 한편 지역인재 전형 확대와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 도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특히 "전공의에 과도하게 의존해왔던 상급종합병원 구조를 전환해 전문의, 진료지원 간호사가
    의료 서비스의 중심이 되게 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상급종합병원은 경증 진료가 줄어들고 중증, 희귀질환 진료에 집중하게 된다"고 역설했다. 

    이는 한국의료의 고질병인 수도권,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억제하고 지역에서도 최종진료를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또 저임금-중노동 체계에 놓인 전공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의지와도 맞물린 대목이다. 

    윤 대통령은 "응급을 비롯한 필수, 지역의료 수가를 대폭 개선하고 형사처벌 특례를 도입해 의사가 소신진료를 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급여와 실손보험을 개편해 왜곡된 보상구조도 정상화하고 의사와 환자 모두를 위한 의료사고 안전망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기피과로 낙인찍힌 필수의료 진료과에 대한 집중 투자가 이뤄져 이를 인기과로 전환되도록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모든 정책은 전에 없던 의료개혁 예산 폭탄이 기반이 된다. 

    하지만 의료계는 의대증원과 간호법을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더 늦지 않게 의료개혁의 추진 절차와 목표를 공유하는 의정 논의체 형성이 필요하다는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