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vs 가정의학과·외과 역대급 갈등 고조내과계 "국가 주도 암검진은 내시경 전문가 몫으로"가정의학의사회 "질 관리 위해 개방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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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검진 내시경 '인증의' 자격 확대를 두고 의료계 내부에서 파장이 일고 있다. 국가가 개입하는 영역이니 상향 평준화를 위해 내과, 특히 내시경을 다루는 세부전문의가 업무를 맡아야 한다는 논리와 가정의학과, 외과 등 타 과로 영역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31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최근 '암검진 내시경학 분야 평가 지표' 중 인력평가 관련 지침을 개정해 대한가정의학회와 대한외과학회 내시경 인증의와 연수교육도 인정하기로 했다.

    기존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와 대한위장내시경학회 등 내과 계열 학회의 고유 권한이 아닌 국가 암검진 분야에서 내시경 인증의 영역 확대가 추진되는 것이다. 

    다수의 내과계 의사들은 "암 검진 내시경 인증의 자격 확대는 질적인 측면에서 하향 조정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바뀐다"며 "국가가 통제하고 건강권과 직결된 영역인 만큼 기존의 방식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특히 내시경 질 관리, 인증 등 전반적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차원에서 반발이 거세다. 

    소화기내시경학회 소속 임원은 "1만명 가량의 내시경 세부 전문의가 활동하는 상황이어서 굳이 타 과로 허용범위를 늘려 왜곡을 만들 필요가 없다. 안전하면서도 양질의 내시경을 받도록 하는 것이 국가 암 검진이 추구해야 할 방향"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다른 임원은 "국가 암 검진을 받는 수검자 입장에서 체계적인 내시경 교육 없이 단순히 일정 건수의 내시경 검사를 수행해 평점을 받아 자격을 얻은 의사에게 내시경을 받고 싶겠냐"며 "중요한 것은 질 관리, 상향 평준화, 전국 어디서나 표준화된 검사"라고 했다. 

    즉, 내시경 전문가 그룹에서의 관점은 민간 영역이 아닌 국가 검진체제에서는 인증의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2년부터 3년마다 진행되는 국가암검진 내시경 사업평가는 지난해 4주기 결과까지 나온 상태인데 여기서 소화기내시경 세부전문의가 기타 일반의보다 인력, 과정, 시설·장비, 성과, 소독, 진정 영역에서 질 관리가 우수하다는 점이 입증됐다는 주장이다. 

    반면 가정의학과와 외과 전문의들이 소속된 학회들은 이미 주도권을 쥐고 있는 일부 학회의 권한이 편중된 상황임을 주장하며 개선이 시급하다고 맞서고 있다. 

    실제 소화기내시경학회는 소화기내과 전문의들이 참여하고 대한위대장내시경학회는 개원 내과 의사들이 주축이 되는데 이곳을 통해서만 자격이 부여되는 것은 소위 '카르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가정의학과의사회는 전날 "국가검진 내시경 검사가 확대될수록 질 관리를 철저히 하려면 개방이 중요하다"며 "내시경 검사는 느는데 의사 1명이 내시경 검사를 하루 30건 이상 하는 일이 허다한데 이를 바람직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입장을 냈다. 

    그러면서 "국민을 위해 내시경 검사 표준화와 인증은 연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적정한 자격을 갖춘 모든 과가 동일 기준에서 학술대회와 연수강좌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