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64개 핵심기술 중 57개 부문서 경쟁력 1위세계시장 점유율 1위 품목도 16개… 韓, 6개 그쳐제조업 경쟁력 지켜낼 R&D 투자 확대 목소리 커져韓 R&D 예산 30조 전년比 유사… "中과 격차 벌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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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기술력 추격으로 우리 제조업이 흔들리고 있다. 제조 굴기를 추진해온 중국은 자본 집약형 산업 중심으로 급성장하며 세계 최대의 제조 대국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과 고부가가치 산업에도 가속도를 붙이면서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다툼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주력 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서는 기술 혁신에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5일 호주 국책 연구기관인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가 지난달 28일(현지시각) 발표한 20년간 핵심 기술 추적 지표를 살펴보면 최근 5년(2019~ 2023년)간 중국의 첨단 핵심 기술 연구 논문 경쟁력은 64개 분야 가운데 90%에 해당하는 57개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이 지표는 64개 중요 기술 범주의 연구 논문 인용 수를 기준으로 국가별 연구 경쟁력을 평가한다. 2003년부터 2023년까지 20년간 발표된 논문 중 인용 횟수 상위 10%에 해당하는 논문을 조사한다. 이는 2003~2007년 미국이 64개 분야 가운데 60개에서 1위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반전된 결과다.같은 기간 미국은 최근 5년간 양자 컴퓨팅과 생명공학, 유전자 기술, 백신 등 7개 분야에서만 1위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한국 역시 최근 5년간 반도체 제조 등 24개 분야에서 상위 5위 안에 든 것으로 집계됐다.중국은 이미 전기자동차,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조선 등 주요 산업에서 한국을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의 산업별 63개 품목의 세계 시장 점유율 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점유율 1위 품목 수는 16개로 미국에 이어 2위에 오른 반면, 우리나라의 점유율 1위 품목 수는 일본과 함께 6개에 그쳤다.중국 제조업의 비약적 발전은 중국제조 2025로 대표되는 정부의 강력한 육성책과 막대한 내수 시장 덕분이다. 중국은 대규모 인력, 광물 자원, 생산 설비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중국은 주요국의 견제에도 기술 주도권 확보를 위한 공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새로운 시대에는 중국식 현대화를 전면 추진한다"며 '신(新) 산업화'를 천명한 바 있다.
올해 초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2027년까지 산업 설비 투자 규모를 25% 향상시키고, 기업 디지털 R&D와 정비 보급률을 90% 이상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산업 분야 설비 개선 시행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이러한 상황에서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고 우리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서는 차별적 기술 격차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
현재 전 세계 주요국들이 R&D와 첨단 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가운데, 대체로 지난해 수준을 회복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R&D 예산은 전년보다 11.8% 늘어난 29조7000억원이 반영됐다.정부는 단순 증액이 아닌 AI와 바이오, 양자 등 3대 게임 체인저와 12대 전략 기술 등을 중심으로 지원을 강화하고, R&D 예산의 체질도 개선했다. 차세대 AI 기술 개발에 약 1조2000억원, mRNA 백신 개발을 비롯한 바이오 부문에 약 2조1000억원, 양자 과학 기술 플래그십 프로젝트에 약 2000억원이 투입된다.특히 산업·에너지 R&D 예산이 역대 최대 규모인 5조5701억원으로 편성됐다. 지난해의 비효율적인 투자를 대신해 반도체,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등 6대 첨단 전략 산업과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공급망의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해 각각 지난해보다 1600억원, 840억원을 증액해 각각 1조2600억원, 1조8200억원을 편성했다. 디지털·친환경 전환 중심의 세계 최초·최고 기술 개발에 1200억원을 늘린 6600억원, 사람을 키우는 R&D에도 297억원이 증액된 2600억원을 투자한다.
박성택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산업 난제 극복을 위한 도전적 연구에 전체 신규 R&D의 10% 이상을 지원해 민간의 실패 부담을 줄이겠다"며 "우수 연구기관에 대해서는 공동연구기관 구성, 목표 변경, 정산, 연구비 집행 등 자율성을 100% 보장하는 등 산업·에너지 R&D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혁신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안혜영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중국은 과거 한국이 독일과 일본을 추격해 첨단 기술 강국으로 도약했을 당시보다 더욱 강력한 힘과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미 상당한 품목에서 글로벌 선두에 위치하고 있어 기존 방식의 무역 제재로는 대응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추격이 본격화된 품목의 경우, 출혈 경쟁보다는 국내 공급망에 중국산을 포함해 원가 절감 및 자원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차세대 신기술 확보를 통해 중국과 기술 격차를 벌리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