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부, 엔비디아 상대 반독점 조사'HBM 공급' SK·삼성 여파 우려범용제품 고정거래가·현물가도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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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비디아에 대한 미국 정부의 반독점 조사에 이어 D램 가격이 하락 전환함에 따라 반도체 업황이 고점을 찍고 다운사이클에 진입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미 정부는 최근 엔비디아의 반독점법 위반 혐의 조사에 착수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 법무부가 엔비디아에 소환장을 보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엔비디아 측은 이를 부인했지만, 현지에서는 조사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엔비디아는 자사 AI(인공지능) 가속기를 쓰는 기업들이 다른 AI 가속기 공급업체 제품을 이용하기 어렵게 만들고, 자사 AI 가속기를 독점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엔비디아 AI 가속기는 전 세계 시장 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미 정부는 엔비디아가 지난 4월 7억 달러(약 1조원)에 사 들인 이스라엘 스타트업 '런에이아이'(RUN:ai) 인수 과정도 들여다보고 있다. 런에이아이는 적은 AI 가속기로도 더 많은 작업을 할 수 있는 'GPU 가상화 기술'을 갖고 있다. 엔비디아는 자사의 AI 가속기 수요가 감소할 것을 우려해 아예 런에이아이를 사들였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엔비디아 측은 "엔비디아 제품의 벤치마크(성능 평가) 결과와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를 따져보면 알 수 있듯, 우리는 실력으로 승부하고 있다"며 반박 중이나, 미국 반독점법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독점 사업 운영 방식을 바꾸거나 사업 일부를 매각해야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엔비디아 공급망에 속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기업에도 영향을 줄 거란 우려가 나온다. 특히 엔비디아의 HBM(고대역폭메모리) 최대 협력사는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초부터 5세대 HBM(HBM3E) 8단을 엔비디아에 공급하고 있고, HBM3E 12단 제품도 이달 말 양산해 4분기 납품할 것으로 보인다. 차세대 HBM4도 내년 양산을 준비 중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반도체 업황이 하락세로 돌아서며 반도체 시장이 성장 정체에 직면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레거시(범용) 제품(DDR4 8Gb 1Gx8)의 지난 8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월보다 2.38% 내린 2.05달러를 기록했다. D램 가격은 지난해 10월부터 상승 흐름을 보이다가 올해 5~7월 3개월간 2.1달러로 보합세를 유지한 후 지난달 하락했다.

    반도체 시장 선행 지표로 통하는 D램 현물 가격도 지난해 9월부터 이어진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D램익스체인지가 집계한 범용 D램 'DDR4 8Gb 2666'의 현물 가격은 지난 6일 기준 1.971달러로 연고점인 지난 7월 24일 2달러 대비 1.5% 내렸다.

    D램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하자 반도체 다운사이클 진입 가능성이 제기됐다. 메모리 수요를 이끄는 AI 산업과 AI 칩 선두주자인 엔비디아에 대한 '거품론'이 나오면서 반도체 투자심리 또한 악화하는 모습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20일 '고점을 준비하다'(Preparing for a Peak)라는 제목의 반도체 산업 보고서를 내 'AI 고점론'에 불을 붙이기도 했다. 모건스탠리는 "AI를 둘러싼 흥분 속에서 반도체와 테크 하드웨어의 경기 순환적(시클리컬) 특성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며 반도체 사이클이 고점에 근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