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3국 AI칩 우회도 차단中, 브로드컴 반독점 조사도 저울질칩스법 조정 → 규제 강화 → 보복 조치 되풀이삼성-SK 중국 의존도 20~40% 수준"중장기 헤지방안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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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아직까지는 양국 사이에서 줄타기 전략을 이어가고 있지만 규제 수위가 높아질수록 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18일 외신·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전부터 미중간 반도체 패권 경쟁이 재점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르면 이달 말 미국은 중국 기업의 제3국을 통한 첨단 인공지능(AI) 칩 수입을 통제하기 위한 규제를 추가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다. 

    자세한 내용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기존 제재의 허점을 보완하는 형태가 유력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신규 규제에는 중국 기업이 미국의 수출 통제를 피하기 위해 제3국을 통해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같은 AI 칩에 접근하는 것을 방지하는 몇 가지 조항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기존 미국의 규제를 받고 있는 국가외에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 같은 동남아시아 국가에 법인을 설립하는 형태로 첨단 반도체를 우회 수입해왔다. 이에 특정 지역으로 선적하는 GPU 출하량을 제한하는 등 글로벌 출하량을 통제하는 제재가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이달 초 중국에 대한 신규 수출 통제안을 발표한 데 이어 우회 수입할 수 있는 경로까지 추가로 차단하면서 규제 강도를 높여나가는 분위기다. 

    앞서 지난 2일 미국은 중국의 AI 군사활용 등을 억제하기 위해 첨단 반도체 장비와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수출 통제에 나선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규제에는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을 적용, 미국 외 제3국에서 생산된 반도체 장비여도 미국산 기술 또는 소프트웨어를 직접 사용해 생산되는 경우 중국 수출을 통제하도록 했다. 

    미국에 맞서는 중국의 반격도 만만찮다. 이날 미국 IT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수출규제에 대항해 반독점 조사를 확대할 움직임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9일 중국 당국은 엔비디아를 대상으로 멜라녹스 테크놀로지 인수 과정에서 반독점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그런데 시놉시스와 엔시스 등 반도체 설계 기술 기업에까지 반독점 조사를 확대하려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경우 지난해 말 중국이 승인한 브로드컴의 VM웨어 인수, 지난 2022년 승인한 AMD의 자일링스 인수 건 등까지 포함될 수 있다. 

    아울러 이달 초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 강화 바로 다음날에는 갈륨, 게르마늄, 안티모니 등 주요 광물의 대미 수출을 금지하는 제재를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다음 목표로 니켈이나 코발트처럼 더욱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다른 핵심 광물에 제한을 가할 가능성을 내놓고 있다. 동시에 천문학적인 보조금으로 자국의 반도체 산업을 적극 지원하면서 첨단 반도체 기술 자립을 시도 중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업계는 규제 수위가 높아질 때마다 노심초사하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부터 시작된 대중국 반도체 제재는 줄곧 강도를 높여왔다. 중국 대표 기술 기업이자 반도체 생태계의 중심이었던 화웨이의 첨단 칩 생산을 막은 이후 중국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잇따라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인 2022년에는 첨단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이 금지됐다.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이달 초 미국의 추가 제재안 발표를 앞두고 회사 내부적으로 상당한 긴장감이 돌았다”면서 “칩스법 조정이 기정사실화 된 상황에서 양국 간 연일 규제 수위를 높이고 있어 영향권에서 완전히 자유롭기는 어려워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이달 초 조치가 기존 대비 제재 강도가 크게 강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HBM만 신규로 제재 품목에 포함됐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라면서도 “다만 미국과 중국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것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국내 반도체업계는 미국에 최대 수십조원을 투자한 첨단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어 미국 정부와의 협력이 필수다. 더불어 반도체 산업은 미국의 원천 기술과 장비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미국의 제재 범위가 확대될 경우 영향이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중국시장을 포기하기도 어렵다. 반도체에 필수인 희귀 광물 등으로 중국과 공급망이 엮여 있다. 또한 반도체 생산·매출과 직결되는 시장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공장에서 낸드 40%, SK하이닉스는 우시·다롄 공장에서 각각 D램 40%, 낸드 30%를 생산 중이다. 또한 삼성전자의 경우 사양이 낮은 2세대(HBM2), 3세대(HBM2E), 4세대(HBM3) 제품을 중심으로 중국에 수출하고 있다. 다만 매출 내 비중은 약 20% 수준으로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인 영향은 미미할지라도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분석하고 있으면 다음날 또 다른 제재가 나온다”고 했다. 이어 “당분간 미중간 반도체 패권 전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양국에서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게 중장기적 전략을 새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