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성니코틴 보이콧 나서는 유통街… 커지는 가이드라인 도입 목소리

이커머스가 청소년 건강을 위협하는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선제적 자율규제에 나서고 있다.

현재 관련법에 포함되지 않는 합성니코틴 액상부터 무(無) 니코틴 액상 등 변형 액상이 확산되면서 오프라인을 포함한 전 유통부문이 규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오픈마켓인 ‘마켓플레이스’와 ‘로켓그로스’에서 전자담배 액상 카테고리 운영을 2025년 1월 1일부로 종료할 예정이다.

이후에도 해당 상품군에 대한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상품군이 발견되는 경우 판매중지 등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우선적으로 오늘(9월 9일)부터 해당 상품군의 신규 상품 등록 및 검수·입고가 중단된다.

이외에도 11번가·G마켓·네이버쇼핑 등 합성니코틴 등을 포함해 니코틴이 포함된 제품은 등록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커머스가 자율 규제에 나서는 것은 합성니코틴 위주의 액상형 전자담배가 청소년 건강에 위협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이 지난해 중학생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학생 6만여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2022년 3.9%였던 청소년의 담배제품 사용량은 지난해 6.8%로 증가했다.

특히 액상형 전자담배는 같은 기간 2%에서 4.4% 두 배 이상 늘어났다. SNS를 비롯해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고 구매에도 별다른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청소년 대상 전자담배 판매 위법사례와 적발률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9년 20건이었던 위법사례는 2022년 479건으로 급증했다. 적발률도 같은 기간 0.2%에서 2.9%로 증가했다.

전자담배는 크게 액상형과 궐련형으로 나뉘는데 액상형, 그 중에서도 합성니코틴 액상은 담배로 분류되지 않는다. 현행법상 담배는 ‘연초의 잎을 원료로 해 피우거나, 빨거나, 증기로 흡입하거나, 씹거나 냄새로 맡기에 적합한 상태로 제조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그 정의를 확대하는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이는 연초와 잎에서 뿌리, 줄기를 원료로 하는 천연니코틴 액상만 적용되며, 화학물질을 합성해 인공적으로 만든 합성니코틴 액상은 여전히 해당하지 않는다.

천연니코틴 규제에도 개정안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 만큼, 지금 바로 합성니코틴 액상에 대한 법 개정 움직임이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 적용까지는 수년이 소요될 전망이다.

가장 큰 문제는 판매와 광고·마케팅 노출여부다. 정부의 관리를 받는 담배와는 달리 합성니코틴 액상은 온라인에서도 판매가 가능하다. 법의 테두리 밖에 있다보니 시장 규모와 제품 수도 명확하게 집계되지도 않는다. 일부 이커머스에서는 성인인증을 통해 1차적인 접근 제한을 두고 있지만 청소년 접촉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주요 판매처 중 한 곳으로 꼽히는 편의점에서도 마찬가지다. 계산대 뒤쪽에 자리하고 외부에서 볼 수 없도록 시트지 등으로 가리는 일반 담배와는 달리, 액상형 전자담배의 경우 사탕·껌 등과 마찬가지로 계산대 앞쪽에 배치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관련 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커머스를 시작으로 합성니코틴 등에 대한 자율 규제 움직임이 커지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의견도 있다. 법적 규제는 물론, 자율규제 속도보다 빠르게 대체품들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규제 목소리는 벌써 4년이 넘었다. 2019년 미국에서 발생한 중증 폐질환의 원인으로 액상형 전자담배가 거론되면서 국내 주요 편의점 및 KT&G, BAT로스만스, JTI 등 담배업체들이 액상형 전자담배의 판매를 중단했다. 이후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가이드와 규제, 안전성 검수 등이 거론됐지만 5년이 지난 현재에야 비로소 형태가 잡힌 상황이다.

‘무(無) 니코틴’ 액상도 새로운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합성니코틴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생기자 니코틴이 아닌 다른 성분으로 비슷한 효과를 내게 하는 형태다.

판매자들은 가향액상과 무 니코틴 성분으로 알려진 ‘6-메틸 니코틴(메타틴)’을 별도 판매하고 구매자가 직접 섞어 사용하게 하는 방식으로 교묘하게 규제를 피하기도 한다. 과거 담뱃값 인상으로 인해 소비자 부담이 커지자 종이와 담뱃잎을 별도 판매하고 소비자가 직접 말아 태우거나 가져가게 했던 ‘흡연방’과 비슷한 형태다.

유통가에서는 관계부처의 적극적인 관심으로 보다 빠른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담배의 정의를 잎에서 줄기·뿌리로 확대하는 데도 수년이 걸렸고 그마저도 내년부터 시행된다”면서 “그 사이 합성니코틴, 무 니코틴 액상 등 변종 액상들이 생겨나며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청소년 등 사용자는 물론 판매자(플랫폼)를 보호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 제정 등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