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기관 통한 외부 통제 기능 충분 전문가들, 경영진 변화의지 부족 한 목소리확장·상장보다 본연의 업 집중 필요준신위 역할 제고, 경영진 물갈이 이뤄져야“총수 부재로 동력 부족, 쇄신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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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893만명' 카카오톡의 올 2분기 평균 월간활성화이용자(MAU) 규모다. 우리나라 인구 5000만명의 95%를 웃도는 수준이다. 카카오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전 산업 영역을 종횡무진하며 고속 성장했다. 10년 만에 100개가 넘는 계열사를 보유하고, 시가총액 70조원을 돌파하며 재계 서열 3위 자리까지 오르며 승승장구했다. 대한민국의 중심에 우뚝 섰던 카카오 제국의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문어발식 사업확장에 따른 독과점 논란은 결국 총수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법리스크로 이어졌다. 조직 내부 깊숙이 자리 잡은 카르텔 문화와 경영진 및 임원의 모럴해저드로 내홍이 격화됐다. 1세대 벤처 성공 신화의 아이콘으로 불리던 카카오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조망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카카오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어,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논의와 노력이 필요한 순간이다. 

    전문가들은 카카오가 처한 위기 상황에 대해 경영진의 쇄신 의지가 가장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외부 감사 기구 ‘준법과 신뢰 위원회’ 출범 이후 쇄신TF와 그룹 컨트롤타워 CA협의체를 잇따라 구성했지만 뚜렷하게 개선된 부분이 없다는 점에서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해 자회사 카카오엔터의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주가 조작, 카카오모빌리티는 분식 회계 의혹이 불거졌다”며 “카카오는 이후 자회사 통제와 쇄신을 약속했지만, 그때와 지금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카카오가 추진하는 쇄신 과정을 지켜봤을 때 변화가 없고, 경영진의 개선 의지가 부족해 보인다”며 “기업은 실적과 성과를 내야 하고, 평판이 중요하지만 계속 리스크에 매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카카오에 대한 외부 압력은 충분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 교수는 “외부적으로는 의장을 구속시켰으니 규제 기관은 할 만큼 한 것”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부처에서 규제도 이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카카오의 ‘독점규제와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조사 중이며, 카카오모빌리티는 금융당국으로부터 분식 회계를 통한 매출 부풀리기 의혹을 받아 제재 결론을 앞두고 있다. 이 외에도 카카오톡은 오픈채팅 개인정보 유출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151억원 과징금 처분을 받았고,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주가 조작 의혹으로 창업자 구속까지 이뤄진 상황이다.

    총체적 위기 속에서 무리한 사업 확장이나 상장 시도보다는 플랫폼 본연의 업무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 교수는 “카카오는 기술 개발과 AI 등 무리한 다각화를 하지 않더라도 기본적으로 실적과 성과를 낼 수 있는 사업체를 이미 갖고 있다”며 “집중도가 떨어진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며, 메신저와 플랫폼 서비스에 집중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외부 감사기구 ‘준법과 신뢰 위원회’의 역할 제고 필요성도 제기됐다. 카카오의 윤리경영을 위해 관계사에 대한 조사 권한과 의사결정에 대한 중단 요구권 등 전권을 부여한다고 했지만,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특히 차익 실현을 위해 스톡옵션을 행사하는 등 도덕적 비판을 받는 경영진에 대해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은 것도 구설에 올랐다.

    이 교수는 “다양한 지배구조 개선안에 대해 의견을 내야 하는 준신위는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된다”며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계열사 이사회 구성, 경영진 인사와 보수 문제 등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범수 창업자와 ‘김범수 키드’로 불리는 경영진들이 퇴진해야 한다는 극단적 목소리도 나왔다. 

    황 교수는 “일련의 사건들을 거치면서도 여전히 카카오는 김범수 의장 측근들로 경영 일선에 재배치되고 있다”며 “그들에게 충분히 기회를 줬다고 생각한다. 쇄신은 이사회나 경영진이 아닌 매각과 구조조정으로 구성원들에게만 강요되고 있다”고 역설했다.

    노조가 바라보는 시각도 냉담하다.

    약 10개월간 진행된 단체협약 결렬을 선언한 노조는 회사의 경영쇄신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은 “교섭이 장기화된 원인은 쇄신 문제로, 논의가 더디게 진행되면서 진정성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며 “경영쇄신이 노사문제보다는 회사의 생존 문제라고 생각한다. 변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데 어떻게 변할지에 대한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노조에 따르면 단체협약에서 제출한 쇄신 요구안은 절반 이상이 묵살돼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도 못했다는 설명이다. 카카오VX 매각 징후로 구성원들은 구조조정과 고용불안을 호소하며 피켓팅에 나섰다. 외부 감사기구인 준신위에 경영진의 배임횡령을 제보하며 내부통제에 대해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카카오는 정신아 대표가 취임 이후 조직개편과 경영쇄신을 주도해왔다. 핵심사업 영역과 무관한 계열사는 제외하면서 지난해 5월 147개사에서 올해 8월 123개사까지 줄였다. 구조조정과 인력 재배치를 통해 엔터테인먼트와 엔터프라이즈의 재무구조 개선 작업도 진행했다.

    카카오 측은 노조와 단체교섭에 성실히 임하는 한편, 앞으로도 노조와 쇄신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며 대화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카카오 관계자는 “쇄신 주체인 총수가 없어 동력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계열사 숫자를 줄이고 있고, 준신위도 계속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