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부문 매각설 횡행"보조금 +대출 200억달러 받아 매각 어려워""단기적 삼성 안전장치지만 TSMC 쏠림 모멘텀될 수도"같은 IDM 위기 '반면교사'… 생태계, 호환성, 비용관리 중요성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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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텔파운드리서비스
    인텔이 구조조정에 이어 재진출한지 몇 년 안된 파운드리 사업 매각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지만 불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미국 칩스법(CHIPS Act)으로 대규모 보조금을 받았기 때문이다.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악화로 시장 2위인 삼성이 쫓기는 처지는 면했지만 독보적 1위 TSMC에 쏠림 현상이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3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최근 인텔이 실적 악화로 다양한 구조조정 방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파운드리 사업 매각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실현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및 반도체융합공학과 교수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인텔 경영진이 파운드리의 잠재적 실패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IFS(인텔파운드리서비스) 분사를 시도하면서 IFA에 인텔의 악성 자산과 부채 등을 전이하는 행태를 취한다면 미국 정부는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며 "이미 인텔에는 200억 달러의 칩스법 공적 자금이 들어갔는데, 그것에 대한 배임이자 횡령, 혹은 의도적인 사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인텔은 지난 5월 미국 상무부로부터 85억 달러(약 11조 3000억 원) 직접 보조금과 최대 110억 달러(약 14조 7000억 원) 규모의 대출 지원 등을 약속받았다. 여기에 25%의 투자 세액 공제까지 받게 되면 전체 지원 규모는 200억 달러를 넘을 전망이다.

    미국 정치권도 인텔의 이 같은 행보에 일침을 가한 바 있다. 릭 스콧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은 최근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에게 서한을 보내 "미국 상무부가 반도체 보조금을 지급하면서도 미국 제조업과 일자리 창출에 대한 높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기업에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명확한 지표를 마련하지 못했다"며 "인텔의 인력 감축이 미국 내 반도체 제조 투자 계획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미국인 직원이 일자리를 잃을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 설명을 요청한다"고 지적했다.

    반도체업계에서도 권 교수의 의견처럼 인텔이 실제로 파운드리 사업 매각을 추진할 가능성을 매우 낮게 점치는 분위기다. 오히려 인텔이 의도적으로 파운드리 사업 매각 가능성을 알리고 미국 정부에서 추가적인 지원이나 보조금을 받을 궁리에 나선 것이라는 추측까지 나온다.

    불과 몇 년 전 야심차게 파운드리 재진출을 선언하며 TSMC, 삼성과 파운드리 빅3 대열에 합류했던 인텔이 사업 포기까지 선언하면서 2위 삼성이 반사이익을 얻게 될 것이란 전망도 제시된다. 하지만 인텔과 마찬가지로 종합반도체기업(IDM)인 삼성이 인텔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와 주목된다.

    권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인텔이 현재 혼란기를 겪는 것, 그리고 구조조정을 겪을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흘러가는게 단기적으로는 삼성의 10나노 이하급 공정 파운드리 점유율이 일정 수준 이하로 하락하지 않게 만들어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반대로 오히려 더 많은 팹리스업체들이 현재의 공정과 수율을 주도하는 TSMC로 쏠리게 만드는 모멘텀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삼성이 충분한 생태계를 시장에 보여주지 못할 경우 인텔의 다음 차례는 바로 삼성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삼성은 지난 2021년 시스템 반도체 1위 달성 목표를 세우고 본격적으로 파운드리 사업에 투자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TSMC의 아성을 넘기에는 간극이 큰 상황이다. 반면 TSMC는 삼성과 인텔 등 후발주자들이 시장에 속속 뛰어든 이후 오히려 점유율을 높이며 추격을 따돌리고 있다. 특히 AI시대에 본격 들어서면서 팹리스는 물론이고 글로벌 빅테크들의 주문 쏠림 현상이 극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권 교수와 같은 반도체 전문가들은 삼성이 인텔을 교훈 삼아 생태계와 호환성, 비용 관리 등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새겨야 한다고 충고한다.

    권 교수는 "제대로 된 생태계라는 것은 결국 특정 파운드리 공정을 이용할 수 있게 유도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일단 스탠다드를 준용하고 호환이 가능한 생태계부터 구성될 필요도 있다는 것"이라며 "더불어 기술 중요성도 절감하지만 결국 현금 흐름에 문제가 생기면 그 어떤 선행 기술, 첨단 기술도 소용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