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하이닉스 시총 한달새 117조원 증발… 반도체 주가 30% 하락모건스탠리 부정적 리포트 겹쳐… 반도체 비중 높은 韓경제 치명타美·中 등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까지… 전문가 "성장 위한 다변화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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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수출의 대들보인 '반도체'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범용 D램 수요 둔화 등으로 반도체 수출이 고점을 찍고 조만간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이어지면서다. 전문가들은 특정 품목에 지나치게 편중된 경제 구조는 외부 충격에 취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하며, 수출 품목과 시장의 다원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한다.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467조4339억원이었던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이달 20일 기준 376조963억원으로 91조3376억원 줄었다. 이 기간 SK하이닉스의 시총도 140조2132억원에서 114조3691억원으로 25조8441억원 감소해했다. 두 종목의 시총 감소액은 117조1817억원으로, 전체 코스피 시총의 5%에 해당하는 금액이 한 달 만에 증발한 것이다.
최근 수요 둔화와 공급 증가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반도체 기업 주식을 집중 매도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은행의 반도체 경기 정점 통과 및 경기침체 논쟁 보고서를 살펴보더라도 코스피 반도체 업종 주가는 연중 고점 대비 30.3% 하락했다. 연중 고점 대비 코스피 평균 주가 하락 폭(10.7%)을 크게 웃돈 규모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미국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도 메모리 업황에 대한 비관적인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부정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15일(현지시간) '겨울이 닥친다(Winterlooms)'는 제목의 반도체 산업 보고서를 발표, 한국의 반도체 산업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모건 스탠리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주가를 하향 조정하며, 향후 반도체 수요가 둔화될 수 있다는 경고를 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1~8월 누계 수출은 4504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플러스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 기간 누계 흑자 규모도 306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42억달러 개선됐다. 정부가 내세운 역대 최대 수출 목표 7000억달러 달성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괄목할 만한 성장에는 반도체가 있다. 관세청과 국제금융센터(KCIF)에 따르면 올해 1~8월까지 수출 품목 가운데 반도체 비중은 20.02%를 기록했다. 이는 10년전보다 2배 증가한 수치다.반도체 수출 비중을 월별로 살펴보더라도 1월 17.1%(93억7400만달러), 2월 19.0%(99억4300만달러), 3월 20.6%(116억7100만달러), 4월 17.7%(99억5500만달러), 5월 19.6%(113억7900만달러), 6월 23.4%(134억2000만달러), 7월 19.5%(110억1820만달러), 8월 20.5%(118억878만달러)를 기록했다.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3분의 1이 넘고, 수출 중에서도 반도체 비중이 압도적이다. 이 때문에 반도체 수출이 줄면 경제 전체가 휘청이고, 수출이 늘더라도 반도체 사이클에 따라 경제 불확실성을 높인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해 한국무역협회와 유엔의 국제무역 통계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2020~2022년 수출 품목 집중도가 779.3p(포인트)로 세계 10대 수출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수출 품목 집중도는 개별 품목 수출액이 전체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반영해 산출한 지수로, 수치가 높을수록 해당 품목에 대한 집중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10대 수출국의 평균은 548.1p였다. 일본이 753.0p로 2위, 중국은 640.2p로 3위, 미국은 425.8p로 7위를 기록했다.
여기에다 글로벌 경기 둔화도 우상향 중인 수출에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주요 IB업계는 중국 경제의 부동산 침체 및 내수 부진에 따른 성장 둔화가 불가피한 것으로 평가하며,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 중이다. 미국 역시 제조업 경기 위축에 더해 실업률 상승 등 노동시장 냉각 신호까지 나타나면서 하반기 성장세가 완만하게 감속될 소지가 있다고 봤다.
전문가들은 특정 품목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으면 대외 환경 변화에 따른 충격을 상대적으로 더 받을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김우진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최근 한국 수출이 견조한 증가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일부 IB에서 수출 증가율에 대한 피크아웃(Peak Out)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면서 "한국의 수출 증가율은 전년도 기저효과가 소멸하는 상황에서 글로벌 경기 둔화, 가격 효과 약화 등의 영향으로 점차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언급했다.그러면서 "한국 수출에 대한 주요국 경기의 영향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 관련 상황과 함께 미중 무역 갈등, 중동 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 변화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구조적으로 한국 수출은 특정 국가 및 품목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대외 여건 변화에 영향을 크게 받을 가능성이 상당하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