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욘사마'부터 'BTS·오징어게임'으로 이어지는 한류한국식 매운 맛 수요 늘어… 주 소비층은 20대신라면·불닭볶음면 등 본토 라면 제쳐
-
국내 식품업계가 ‘4차 한류’ 붐에 힘입어 일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장년층에서 1020세대로 내려온 한류 소비층을 겨냥한 ‘구치코미(고객 리뷰)’ 마케팅은 물론 생산량 확대를 위한 공장 증설 등 본격적인 투자에 나서는 모양새다.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가정용 식품∙음료류 총수입액은 약 455억원 달러로 전년 대비 7.4% 줄었다. 엔화 약세에 따른 달러 환산액의 하락과 식품가격 등으로 인한 수요 하락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대 한국 식품∙음료류 수입 역시 약 12억 달러로 같은 기간 5.4% 줄었지만 전체 감소율보다는 낮았다. 상위 5개 품목에서 ‘그 밖의 과채 혼합물’과 ‘라면 등 면류’는 오히려 전년 대비 각각 1.4%, 5.5% 증가했다.이는 이른바 ‘4차 한류’ 붐에 힘입어 일본 시장에서 국내 가공식품의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본격적인 한류는 과거 2000년대 중반 일본에서 ‘욘사마’ 신드롬을 일으켰던 겨울연가를 시작으로 보고 있다. 당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노무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겨울연가를 언급하기도 했다.중장년층에 한정됐던 한류는 동방신기, 빅뱅, 카라, 소녀시대 등 아이돌 그룹과 뒤이은 BTS, 트와이스 등으로 2~3차 한류를 불러왔다.2020년 중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로 성장한 OTT 시장 영향을 받아 ‘사랑의 불시착’, ‘오징어게임’, ‘기생충’ 등 한국 드라마·영화와 함께 ‘BTS’ 등 뮤지션들의 영향을 받은 4차 한류 붐이 이어지고 있다.1차 한류붐과 다른 점은 특정 연령대에 머물렀던 주요 소비층인 1020세대로 내려왔다는 점이다. SNS와 한류 문화를 통해 식문화를 접한 소비자들이 능동적으로 제품을 소비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
실제로 닛케이 트렌드가 2023년 12월부터 2024년 2월까지 봉지라면 매출을 분석한 결과 전 연령대에서는 농심 신라면만이 16위로 유일하게 상위 20위권에 진입했다.소비자 연령을 20대로 한정하자 매출 기준 1위는 농심 신라면(3봉지), 2위 역시 농심 신라면(1봉지)가 차지했다.매운 라면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삼양식품의 크림까르보나라불닭과 까르보나라 불닭이 각각 7위와 9위를, 오리지널 불닭볶음면은 15위를 기록했다. 오뚜기의 사리면도 16위에 이름을 올렸다. 매운 음식을 도전하는 일본 젊은 소비자들의 수요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일본에 진출한 국내 식품업계에서는 이러한 SNS를 활용한 다양한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이용객이 집중돼있는 X(구 트위터)와 유튜브를 활용한 이른바 ‘구치코미(고객 리뷰)’ 마케팅이다. 소비자들이 직접 제작한 영상과 콘텐츠가 재확산되는 형태다.농심은 10월 5일부터 14일까지 하라주쿠에서 ‘맵고 즐거운 신월드’라는 이름의 팝업스토어를 연다.신라면을 사용한 어레인지 레시피들을 벽면에 장식하는 한편 QR코드를 통해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게 했다. ▲보통 ▲매운 맛 ▲매운 맛 등으로 구분된 운세 뽑기를 통한 경품을 증정한다.특히 어묵과 파, 표고버섯, 고추 등 라면에 넣어먹기 좋은 재료들을 준비해 방문객들이 직접 다양한 라면을 끓여 먹어볼 수 있도록 했다.
-
삼양식품은 일본 인기 요리연구가 류지(リュウジ)와 손잡고 SNS를 활용한 소비자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 요리연구가가 불닭소스와 까르보불닭볶음면을 활용한 요리 동영상을 공개하는 방식이다.삼양식품은 현지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하기 위해 이벤트도 진행한다. 오는 11월 8일까지 응모 사이트에서 구매 내역을 인증한 고객을 대상으로 불닭시리즈 전 제품과 삼양라면 등을 선물로 준다.풀무원은 최근 일본 자회사인 아사히코에 257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자금조달 목적은 시설투자와 운영자금, 채무상환 등이다.앞서 풀무원은 2014년 당시 일본 유부 1위, 두부 4위 기업이었던 아사히식품공업(현 아사히코)를 인수하며 일본시장에 진출했다. 지난해 말 기준 일본시장 매출은 전체 풀무원식품 해외 매출의 19.6%를 차지하고 있다.현재 아사히코는 두부바 수요에 대응해 생산공장 추가 증설을 진행 중에 있다. 실제로 풀무원 두부바는 출시 3년 반만인 올해 7월 기준 누적 7000만개 판매를 돌파했다. 아사히코는 2022년부터 올해 3월까지 세차례에 걸쳐 생산라인을 증설한 바 있다.업계 관계자는 “나라별로 다른 매운 맛이 있지만 특히 일본 시장에서는 한국식 매운 맛에 대한 수요가 높은 편”이라면서 “1020세대는 물론 3040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다양한 소비자 접점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