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남호 산업2차관, 종합상황 점검회의 개최1일 이후 석유 가격 상승세… 중동發 리스크 악화이스라엘, 이란 석유 시설 타격 가능성… 국제정세 '술렁'국내 석유·가스 운반 선박, 우회항로 확보… 공급망 '이상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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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이스라엘을 겨냥해 미사일 공격을 감행하는 등 중동 정세가 급격히 악화하자 국제유가가 치솟고 최근 안정세를 찾은 물가를 자극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의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장 대비 3.61달러(5.15%) 오른 배럴당 73.71달러로 마감했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12월분)도 3.72달러(5.03%) 상승한 77.62달러로 거래를 마쳤다.WTI와 브렌트유는 이란의 미사일 공격이 이뤄졌던 1일 이후 각각 7.98%와 8.08%가 올랐다. 중동 충돌 확산 우려가 유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이스라엘이 이란 석유 시설을 타격하고, 중동전이 확대되면 우리 경제에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중동 원유 수입 의존도가 70%를 넘는 상황에서 원유 수급 문제는 물론 수출입 전선 모두에 차질이 발생한다. 급기야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할 수밖에 없다.특히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시설을 공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런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3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시설을 타격하는 것을 지지하느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국제 사회가 이스라엘의 다음 수를 숨죽여 지켜보는 가운데 나온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즉각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 이스라엘의 재보복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여겨지는 상황에서 이스라엘의 대응 수위에 따라 자칫 중동 전체가 걷잡을 수 없는 격랑으로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이다.일각에선 이스라엘이 이란 석유 시설을 공격한다면, 유가는 배럴당 200달러 안팎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유가가 급등하면 석유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경제 구조에선 물가, 금리, 수출입 등에 영향이 큰 만큼 최악을 대비해야 할 상황이다.통계청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1.6%에 그쳐 3년6개월만에 1%대로 진입했다. 석유 값이 작년보다 7.6% 내린 게 물가 안정의 일등공신이다. 하지만 중동 정세가 시계제로 상태가 되면서 겨우 안정된 물가가 다시 요동 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정부 당국은 4일 긴급회의를 열고 에너지 수급 및 수출입 상황을 점검했다.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회의에서 "중동 상황이 현재보다 더욱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발생할 수 있는 위기 상황에 철저히 대비하고 신속 대응 체계를 유지해 달라"고 당부했다.최 2차관 주재로 서울 종로구 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이날 회의는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대한무역진흥공사(코트라) 등 기관과 대한석유협회, 한국무역협회 등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산업부는 일단 현재까지 중동 정세가 석유·가스 수급이나 수출, 공급망 등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여전히 제한적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가스 가격도 세계 주요국이 충분한 재고를 보유하고 있어 안정적인 상황이다.이스라엘에 인접한 홍해를 통화하는 국내 석유·가스 도입 선박은 대부분 우회항로를 확보해 석유·가스 국내 도입에 이상은 없다. 수출의 경우에도 대(對) 중동 수출 비중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3% 수준이며, 우리 물품의 선적 인도도 차질 없이 진행 중이다.이스라엘 등 중동 국가에 의존도가 높은 일부 석유화학 제품도 다른 나라로부터 대체 수입이 가능해 국내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산업부는 향후 전개 양상에 따라 확전 또는 호르무즈 해협 통행 곤란 등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지난 4월 중동사태 발발 이후 설치한 종합상황실 및 에너지·무역·공급망 등 분야별 비상대응반을 통해 실시간 동향 모니터링 및 대응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