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정부기관에 납품한 국내산 위장 중국산 CCTV 3만대 육박사용자 정보 해킹 우려… 주요국, 중국산 영상보안 장비 수입 철폐해수부 드론 64%는 중국산… "비행 장소·시간 제조사 전송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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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인터넷 카메라에 찍힌 한국인의 사생활이 동영상을 통해 대거 유출되는 공포가 정부기관 안보에 옮겨붙었다. 정부기관의 CCTV와 드론 등 중국산 제품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이들 제품 사용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견해다.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 국내산 위장 중국산 장비 납품 기관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내산으로 둔갑해 정부기관에 납품된 중국산 CCTV는 총 2만9974대인 것으로 드러났다.중국산 CCTV가 가장 많이 설치된 기관은 한국토지주택공사(4095대)이며 경찰청(590대), 항만공사(358대), 한국도로공사(348대), 인천국제공항공사(320대), 기초과학연구원(309대), 한국원자력연구원(202대) 등으로 이어졌다. 지방자치단체 79곳에도 총 1만4496대의 중국산 CCTV가 설치된 것으로 집계됐다.문제는 이같은 중국산 제품이 국산 제품으로 위장한 것을 넘어서 사용자 정보를 빼갈 수 있어 정보보안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군이 국산인 줄 알고 전방부대에 설치했다가 최근 철거한 중국산 CCTV 1300여대에서도 제조사가 서버·기기에 사용자 정보를 빼갈 수 있는 '백도어'를 심어둔 것으로 확인됐다.앞서 논란이 된 중국산 인터넷 카메라(IP캠)의 민간인 해킹 공포가 정부기관까지 옮겨붙은 것이다. 최근 중국의 음란물 사이트에서는 중국산 IP캠에 찍힌 한국인의 사생활 영상이 대거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영상은 중국산 IP캠에서 해킹을 통해 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한 중국 사이트에는 '한국인'으로 분류된 동영상이 전체 국가 카테고리에서 가장 많았는데, 한국의 산부인과 분만실과 탈의실, 수영장, 마사지숍 등 신체를 노출하는 구조의 공간을 해킹한 동영상들이 널려 있었다. 더구나 국내 가정집 돌봄용이나 상업·공공시설에서 방범용으로 광범위하게 보급된 IP캠의 80%가 중국산이라는 점은 향후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걸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이런 흐름에서 주요국들은 정보보안을 이유로 중국산 영상 보안 장비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2022년 중국산 영상 보안 장비 수입을 전면 금지했고 영국·호주 등은 주요 국가시설에서 중국산 영상 장비를 철거하도록 했다. 특히 미국은 한발 더 나아가 일부 중국산 드론 제품에 대한 규제도 내놓았다. 미 하원은 9일(현지시간) 중국 드론업체 DJI가 향후 내놓을 제품들이 미국 통신 기반시설에서 작동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처리했다.반면 국내에서는 아직 중국산 드론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일례로 해양수산부가 항만보안 업무 등에 활용하기 위해 최근 6년간 도입한 드론 53대 중 64%에 해당하는 34대는 중국산으로 나타났다.국회 농림축산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은 "해수부가 도입한 드론들은 항만 보안업무, 구조물 외관 점검, 해양생태계 조사, 중국 어선들의 불법어업 감시·단속에 이용된다"며 "주요국들이 정보 유출을 우려해 중국산 드론을 사용 금지하고 있는데도 우리 정부는 이런 흐름에 역행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특히 정보보안 관점에서 점검을 하더라도 해킹의 우려가 있는 비우호국의 제품을 사용하는 것 자체에 위험성이 존재한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박기웅 세종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CCTV는 소프트웨어 특성상 여러 가지 기능들이 모두 네트워크에 연결돼 있다"며 "제조사가 악용한다면 우리가 사전에 점검했더라도 제품을 구매한 이후에 시스템이 계속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아울러 "최근 드론은 우리가 어떤 시간에 어디서 비행했는지 등의 정보가 제조사에 전송이 된다"며 "국방이나 안보적 차원에서는 모든 비상 상황을 대비해야 하는데, 이런 측면에서 취약점이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