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죽어 나가는데 이재명 대표 헬기특혜 공방전해법은 없고 "방관 아니다" 설전만 오가 전공의 대표·의협 회장 출석도 없어 한계복지부 장차관 사퇴 압박에 디올백 언급까지
  • ▲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현장. ⓒ서성진 기자
    ▲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현장. ⓒ서성진 기자
    의료대란으로 환자가 죽어 나가는 최악의 상황 속 국정감사가 열렸지만 국회는 방향을 제시하지 못했다. 보건복지부 장, 차관을 향한 사퇴 요구와 이재명 대표의 올초 헬기 특혜 사건을 두고 공방전을 벌이다 정작 중요한 문제는 뒷전으로 밀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7~8일 양일간 보건복지부 국감을 진행했다. 당초 의료대란-의대증원 사안이 핵심으로 떠올라 난타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정쟁 국감으로 종결되는 수순을 밟았다.

    특히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 등 의료계 주요 인물이 배제됨에 따라 사태 해결을 위한 대화가 불가능한 환경에서 국감을 시작한 구조적 한계도 있었다. 
     
    최소한 '여야의정 협의체' 가동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여야의 일치된 모습이라도, 의대증원 정책에 방향성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이 있어야 했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은 "한동훈 대표가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을 제안한 지 한 달이 됐는데 극과 극으로 대치 중인 주체들이 한 번도 대화하지 못했다"며 양비론을 펼쳤다. 

    의대증원-의료대란과 관련해 정부가 사과하면 다음 날 대통령실에서 다른 입장을 내고, 여당은 방관하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전공의는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됐고 국민은 정부와 의사 사이에서 불안에 떨고 있다"며 "서로 생각이 너무나 다르기에 오히려 만나 공통분모를 찾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발언에 야당 측은 반발했다. 박주민 보건복지위원장과 강선우 의원 등은 방관은 사실이 아니라고 역설했다.

    방관 여부와 별개로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의료대란을 해결 방법을 국감에서 찾을 것이라는 환자들의 기대감은 좌절로 돌아갔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장은 국감 참고인으로 출석해 "참담하다. 환자들의 생명은 의정 갈등으로 희생될 정도로 하찮은 것"이냐며 "속히 사태가 종결돼야 한다"고 했다. 

    ◆ 응급실 뺑뺑이 심각한데 헬기 특혜 감싸기 … 무대책에 분통 터지는 환자들

    의료대란 피해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명확한 사실관계 규명은 없었다. 추후 중증환자를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도 없었다. 

    여야는 이재명 대표의 헬기 특혜 공방을 벌이다 시간을 버렸다.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까지 거론하며 정쟁 국감의 극치를 달렸다.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표의 응급헬기 이송은 초등학생도 특혜라고 판단할 수 있는 아주 쉬운 사항"이라며 "일부는 이 사건이 특혜가 아니라고 주장하는데 상식적으로 부산시민이 주치의 판단 없이 헬기로 서울까지 이송된 사례가 또 있을 수 있겠냐"고 주장했다. 

    같은당 안상훈 의원 역시 "현재 부탁한 사람은 징계를 안 받고 부탁받아서 그렇게 만든 사람들은 지금 징계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 "국회에만 청탁 관련된 특혜 여부를 판단할 윤리 근거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7월 국민권익위원회는 이 대표가 부산에서 피습을 당한 뒤 헬기를 타고 서울로 이송된 것은 특혜라고 결론냈다. 서울대, 부산대병원 의사들은 공직자 행동강령 위반해 징계 대상이라고 판단한 반면 이 대표는 '국회의원에 적용할 행동강령이 없다'며 종결 처리했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이 대표 감싸기에 돌입했다. 박주민 보건복지위원장을 비롯해 남인순, 이수진, 서병훈 의원 등은 "특혜가 아니다"라며 반박했다.

    특히 이수진 의원은 "국민 대다수는 이 대표가 속히 치료받고 회복하길 기대했을 것이다. 헬기를 이용해 서울에서 치료받는 것은 특혜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서울대, 부산대병원 의사들의 징계와 관련) 권익위가 망가진 것 아니냐. 김건희 여사 디올백 수사는 전 국민이 봐도 문제가 많은데 종결 처리했다"고 언급했다.

    기존에도 문제됐던 '응급실 뺑뺑이'가 의료대란 탓에 심각한 상황이 됐는데, 헬기를 띄워 부산에서 서울 이송이 정당했음을 옹호하는 주장은 현재 환자들이 겪는 피해를 외면한 모습으로 읽힌다. 

    헬기 특혜 공방을 벌이면서 여당은 지속적으로 조규홍 장관과 박민수 차관의 사퇴를 종용했다. 이에 장, 차관은 사퇴 여부는 본인들이 결정할 부분이 아님을 강조했다. 

    여당 역시 국감 이후 사태 해결을 위해 어떤 해결책을 찾을지에 대해 명확한 해법이나 대책을 꺼내 들지 못했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장은 "주변에 사람이 죽어가는 판국이라 다수의 중증환자들은 국감을 통해 기대했던 부분이 있었다. 그러나 역시나 정쟁에 함몰돼 환자 보호를 위한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여야는 책임감을 갖고 당장 해결을 볼 대화 창구를 구성하던지, 환자를 살릴 의사를 충원하던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