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기대감 집값 선반영…관망세 장기화 예상스트레스DSR탓 수요↓…"금리보다 대출 관건"
  •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3년2개월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내렸지만 집값 등 부동산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게 업계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금리인하 기대감이 시장에 선반영된 상황인 만큼 금리인하에 따른 수요진작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1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를 열고 현재 연 3.5% 수준인 기준금리를 3.25%로 인하했다.

    이번 금리인하로 미국과 한국간 금리 격차는 다시 1.75%로 벌어졌다.

    집값 상승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와 달리 부동산 전문가들은 금리인하 파급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기준금리 '빅컷'(0.05%p 인하)을 단행한 시점에 이미 집값에 금리인하 기대감이 반영됐다는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지난달부터 시행중인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금융권 가계대출 총량관리 여파로 주택 매수세가 한풀 꺾인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빅데이터랩장은 "부동산 매입시 자금조달 이자부담이 일부 낮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지만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주택거래 총량과 매매가 상승세는 둔화할 양상이 커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연내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 피로감이 누적된 상황"이라며 "연말까지 상승세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은형 대헌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오늘 5%인 대출금리가 내일 4.5% 된다고 해서 매수계획이 없던 사람이 급하게 집을 매수하진 않는다"며 "시장상황을 관망하면서 금리 추가인하를 기다리는 실수요자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출규제가 본격화한 지난 9월을 기점으로 서울과 수도권 집값은 상승세가 한풀 꺾이며 숨고르기에 들어간 양상이다.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 가격동향 통계를 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8월 둘째주 0.32% 오르며 5년11개월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9월 셋째주부터 3주 연속 상승폭이 축소됐다.

    10월 첫째주엔 0.10% 오르면서 전주 상승폭을 유지했다.

    오피스텔이나 상가 등 수익형부동산 경우 일부 상권에 한해 수요유입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함영진 랩장은 "기준금리 인하 효과로 수익형부동산의 임대수익률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다만 수요 유입은 유동인구와 MZ세대 유입이 많은 서울 일부 상권에 국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 시장상황에선 금리보다 대출규제 영향력이 더 크다는 분석도 있다.

    이은형 연구위원은 "지금은 금리보다 정부 대출규제, 즉 개별차주 대출이 얼마나 나오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일단 대출이 나와야 금리가 얼마냐가 의미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하반기 집값도 작년말이나 올해초와 동일하게 지역적·국지적 양극화가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당장 금리인하로 인한 드라마틱한 시장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