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1회 → 월 1회 이상 약물 장기 효과 플랫폼 기업 주목주사제 → 경구제·패치제로 복약 편의성 ↑근 손실 최소화 기능까지 탑재
  • ▲ 위고비. ⓒ 한국 노보노디스크
    ▲ 위고비. ⓒ 한국 노보노디스크
    '꿈의 비만약' 위고비(성분 세마글루타이드)가 국내 출시되면서 국내 비만약 시장이 요동칠 전망이다.

    위고비 성과에 따라서 일라이릴리의 비만약 '마운자로(성분 터제파타이드, 미국명 젭바운드)' 국내 상륙도 빨라질 가능성이 있는데 이에 대항할 국내 기업의 비만약 개발 현황을 살펴봤다.

    국내 기업이 비만약을 개발 및 생산한다면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겪는 공급부족 이슈에서 한층 자유로울 수 있다.

    위고비와 마운자로 모두 글로벌 수요에 생산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글로벌 출시 일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 출시하는 위고비의 경우 의원당 2펜(1펜은 환자 1명의 4주분)씩 배정받을 것으로 알려지는 등 물량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비만 신약 개발 기업은 위고비와 마운자로를 뛰어넘을 수 있는 ▲장기 투여 효과 ▲경구제 등 제형변경 ▲근 손실 최소화 등의 기능을 추가하면서 도전하고 있다. 

    ◆ 투여 주기, 1주에서 1달로

    국내 1위 비만약 삭센다는 매일 투여해야 하는데 반해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주 1회 투여하면 돼 비만 환자의 편의성을 한층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주 1회를 넘어 주 2회, 월 1회 등 비만약 투여 주기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다면 비만 환자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도 커진다.

    펩트론은 펩타이드 약물의 반감기를 조절해 약효를 1~2개월가량 유지하는 장기지속형 주사기술 '스마트데포'를 세마글루타이드, 터제파타이드에 적용해 개발 중이다. 

    업계에서는 위고비 개발사인 노보노디스크도 펩트론의 스마트데포에 관심을 갖고 지난해 기술이전의 초기단계인 MTA(물질이전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라이릴리는 한 발 더 나아가 지난 7일 펩트론과 스마트데포 기술평가 계약을 체결했다. 구체적인 적용 물질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일라이릴리의 신규 비만약 후보물질 '레타트루타이드'에 적용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인벤티지랩도 장기지속형 주사기술 'IVL-DrugFluidic'을 기반으로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의 'IVL3021'을 개발 중이다. IVL-DrugFluidic를 적용하면 기존 장기지속형 주사제의 초기 약물 과방출 문제를 해결하고 균일한 고품질 미립구 대량생산이 가능해져 품질을 극대화할 수 있다. 약효는 최대 6개월 지속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벤티지랩은 지난 1월 유한양행과 IVL3021 공동개발 계약을 맺었다. 제형 최적화·초기 개발 및 제품 생산은 인벤티지랩이, 후기 개발 및 상업화는 유한양행이 각각 맡기로 했다.

    이밖에 대웅제약은 1개월 이상, 동국제약은 2~3개월 이상 지속되는 비만약 개발을 시작했다.

    ◆ 주사제에서 경구제로 … 복약 편의성 제고

    위고비와 마운자로 모두 주사제형이다. 주 1회 투여하더라도 주사침을 사용하기 때문에 통증은 당연히 동반된다.

    주사에 대한 공포가 있거나 거부감이 있는 비만 환자로서는 아무리 체중 감소에 효과적이더라도 사용하기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어 먹는 경구제형에 대한 수요가 생기기 마련이다.

    특히 경구제형은 주사기기를 필요하지 않아 생산단가를 낮출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기존 출시된 국내 2위 비만약 알보젠의 '큐시미아(성분 펜터민+토피라메이트)'와 3위 비만약 대웅제약의 '디에타민(성분 펜터민)'은 경구제지만 향정신성의약품인 펜터민이 포함돼 있어 장기복용시 환각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디앤디파마텍은 펩타이드를 기반으로 한 경구제형의 비만약 후보물질 'DD02S'와 'DD03' 2종을 개발 중이다.

    DD02S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을 타깃으로 하며 연내 글로벌 임상 1상 진입이 예상된다. DD03은 GLP-1과 GIP(위 억제 펩타이드), 글루카곤(GCG) 세 가지를 동시에 작용하는데 이르면 내년 4분기, 늦어도 2026년 1분기 임상 1상 시험계획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DX&VX(디엑스앤브이엑스)는 지난 7일 경구제형 비만약 후보물질의 전임상시험을 진행하기 위한 대량생산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CRO(임상시험수행기관)기업과 추가로 전임상시험을 진행한 뒤 빠르게 임상시험에 진입하는 게 목표다.

    이밖에 일동제약은 자회사 유노비아를 통해 경구제형의 비만약 후보물질 'ID110521156'을 개발 중이다.

    경구제형은 아니지만 붙이는 비만약도 개발되고 있다.

    대원제약은 라파스와 함께 마이크로니들 패치제형의 비만약 후보물질 'DW-1022' 임상 1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 체중 감소는 당연 … 근 손실 최소화까지

    한미약품은 비만약을 신성장동력으로 꼽고 비만치료 모든 단계에서 맞춤형 치료제를 선보이기 위한 'H.O.P'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다.

    특히 체중감량 시 근 손실을 동반하는 비만약의 한계를 극복하고 오히려 근육을 증가시키는 작용기전을 지닌 'HM15275'의 미국 임상 1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한미약품은 오는 11월 열리는 미국 비만학회에서 HM15275의 후속 비임상 연구결과를 처음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HM15275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와 GIP(위 억제 펩타이드), 글루카곤(GCG) 등 세 가지 수용체 각각의 작용을 최적화해 25% 이상 체중을 감량하면서도 근 손실을 최소화하고 부수적으로 다양한 대사성 질환을 개선하는 기전을 지녔다. 내년 임상 2상 시험 진입이 예상된다.

    이밖에 서구인의 초고도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개발된 비만약과 달리 한국인의 체형과 체중을 고려한 '한국인 맞춤형 비만약'으로 '에페글레나타이드'를 보유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현재 국내에서 에페글레나타이드 임상 3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는데 2026년 하반기 임상시험을 종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빠르면 2027년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 국내 비만약 개발사 중에서는 가장 먼저 비만약을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