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사태로 탄핵정국 돌입하며 입법논의 '올스톱' 탄핵정국 치달으며 기업들 숙원법안 처리 사실상 요원전문가 "경쟁력 확보할 수 있는 시간이 미뤄진 셈" 지적
  • ▲ 정명호 국회 의사국장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 국회(정기회) 제16차 본회의에서 야6당이 공동 발의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등을 보고하고 있다. ⓒ뉴시스
    ▲ 정명호 국회 의사국장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 국회(정기회) 제16차 본회의에서 야6당이 공동 발의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등을 보고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비상계엄령 선포와 해제 후폭풍으로 국회의 입법 논의도 멈춰설 전망이다. 정기국회 마지막날인 10일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지만 정국 경색에 산업지원법안들의 처리가 요원해졌기 때문이다. 반도체 특별법과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국가 기간전력망 확충법,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특별법 등을 처리하기 위한 정치권 논의가 올스톱되면서 산업계의 향후 전략 구상도 차질을 빚게 될 전망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특별법 등 산업계 숙원법안들이 이번 정기국회에서도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하며 시장경제 기조를 강조해 왔던 윤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계엄 선포가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어서다. 

    내각 총사퇴와 탄핵 추진으로 정부와 국회가 격랑에 빠져들면서 산업지원법안들은 사실상 '올스톱' 국면에 놓였다. 대통령 탄핵 소추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가 발의하고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野) 6당은 지난 4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이날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다. 오는 6~7일 이를 표결한다는 계획이다. 

    정기 국회 회기 종료가 임박했는데도 탄핵이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면서 당장 연말에 일몰을 맞는 K-칩스법 논의도 뒷전이 됐다. K-칩스법은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관련 설비투자를 하는 기업에 최대 25%(대·중견기업 15%)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것으로 올해 말 일몰 예정이다. K-칩스법이 일몰되면 내년부터 반도체 대기업의 시설 투자 공제율은 15%에서 8%로 축소된다. 직접 보조금도 없는 상황에서 세제 해택마저 사라질 위기에 놓인 것이다. 

    앞서 여야는 반도체 기업에 한해 통합 투자세액공제율을 현행보다 5%포인트(P) 상향한 20%로 확대하는 안에 잠정 합의했다. 세액공제 일몰기한도 설비투자 5년, 연구개발(R&D) 7년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기획재정부는 일몰 기한 추가 연장에 난색을 표했지만 수용하면서 가까스로 합의에 이르렀지만 해당 법안은 아직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한 상태다.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조항이 포함된 '반도체 특별법'에 대한 국회 논의도 멈춰섰다. 반도체 특별법은 보조금 등 재정 지원 근거와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 예외 등을 골자로 한다. 반도체 특별법은 지난달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에서 딱 한차례 논의가 이뤄진 상황이었다. 

    보조금 지급 범위와 연구개발 인력의 52시간 대상 제외를 두고 여야가 팽팽한 줄다리기를 해왔다. 당초 법안소위를 한 차례 더 열어 논의하기로 했지만 향후 일정은 안갯속이다. 반도체 업계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 속 산업 지원을 위한 입법도 지지부진하면서 애를 태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반도체 과학법(칩스법)을 비판해 미국 정부가 우리 기업에 배정했던 보조금의 미래도 불투명해져서다. 

    여야가 정기국회 내 처리를 합의한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법도 상임위에 계류된 상태다. 전력망 확충법은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전력망확충위원회 설치와 인허가 절차 대폭 간소화 등이 골자다. 막대한 양의 전력공급이 필요한 국가첨단산업 투자를 도모하기 위해 필수적 법안이나 21대 국회에서 처리가 불발된데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사용후핵연료) 처분시설 특별법도 마찬가지다. 원자력산업협회가 최근 고준위특별법 조속 제정 촉구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특별법 제정 필요성을 호소하고 있으나 탄핵정국으로 국회 논의 재개 시점도 불투명해졌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영구저장시설 건설을 골자로 하고 있는 고준위 특별법은 여야가 부지 내 방사성폐기물 저장용량을 두고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2030년 한빛원전을 시장으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임시저장시설이 순차적으로 포화될 것으로 예상돼 통과가 시급한 상황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반도체 지원 법안 등에 관해서는 여야가 합의점을 찾아가는 좋은 타이밍이었는데 비상 계엄 사태와 탄핵 이슈로 쟁점이 완전히 옮겨가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산업지원법안들이 밀려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여 우리가 좀 더 빠르게 해당 산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시간들이 미뤄지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