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수련병원 레지던트 1년차 약 3500명 선발 비상계엄 여파에 의료대란 출구전략도 봉쇄 '미복귀 의료인 처단' 포고령 5항 두고 의료계 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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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3월부터 전국 수련병원에 근무할 전공의 모집이 시작됐지만 암울한 분위기다. 비상계엄은 6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의료인 복귀 및 처단'에 대한 내용이 담긴 계엄사업부의 포고령은 의정 갈등 악화의 요인이 될 전망이다. 이에 따른 필수의료 위기론이 부상하고 있다.

    4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수련병원은 내년 상반기 레지던트 1년차 약 3500명에 대한 모집원서를 오는 9일 오후 5시까지 받는다. 하지만 비상계엄 충격파로 인해 전공의 충원은 전멸 수준이 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그려진다. 

    인력 충원이 시급한 빅5 병원을 살펴보면 서울대병원 105명, 세브란스병원 104명, 서울아산병원 110명, 삼성서울병원 96명, 서울성모병원 73명을 뽑는다. 이를 포함해 전국 수련병원은 필기와 면접을 거쳐 오는 19일 최종 합격자를 발표한다. 

    레지던트는 인턴 1년 과정을 마치고 특정 진료과로 지원하는 구조다. 지난 2월 전공의 집단행동 이후 211개 수련병원 3068명 가운데 102명(3.3%)만 정상 출근 중이다. 병원을 떠난 인력이 복귀하는 것이 핵심이나 현 상황에선 부정적 관측이 지배적이다. 

    인턴의 경우는 내달 22~23일 원서접수 기간을 거쳐 내년 1월 31일 최종 합격자 발표가 예정됐다. 이들은 의사국시에 합격한 자를 대상으로 하는데 필기시험 응시자는 올해의 10분의 1 수준인 304명에 불과하다. 모두 합격해 인턴에 지원해도 인력난이 풀리진 않는다. 

    ◆ 비상계엄 충격파, 의정 갈등 악화 요인으로

    가뜩이나 의정 갈등 장기화로 복귀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였는데 6시간 만에 해제된 비상계엄 여파는 사태 악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전날 23시부로 발동됐던 계엄사령부 포고령 제1호 5항에서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고 명시했다. 

    또 포고령 위반자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계엄법 제 9조(계엄사령관 특별조치권)에 의해 영장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을 할 수 있으며, 계엄법 제 14조(벌칙)에 의해 처단한다고 했다. 

    비상계엄은 해제됐으므로 이 같은 조치는 이뤄지지 않겠지만, 의료계는 포고령 발동과 동시에 비판의견을 냈다.

    대한의사협회와 서울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사직처리된 전공의들은 각자의 위치를 지키고 있다. 과거의 직장과의 계약이 종료된 것으로 '파업 중이거나 현장을 이탈'한 것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결국 갈등 봉합 대신 비상계엄을 택했고 이조차 몇 시간 만에 해제된 상황이어서 사직 전공의들의 복귀는 더 어려워진 상황이다. 필수의료 위기론이 현실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소재 상급종합병원에 근무 중인 A교수는 "기피과, 필수의료 중심으로 전공의 모집이 이뤄져야만 했는데 비상계엄과 미복귀 처단 내용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이제 복귀할 명분 자체가 사라진 셈"이라고 우려했다. 

    B교수 역시 "출구전략은 봉쇄됐고 더 이상 복귀 유인책은 통하지 않는 상태가 될 것"이라며 "내년에도 이어질 의정 갈등에 따라 모든 피해는 환자가 받게 되는 구조가 될라 불편한 심정"이라고 언급했다. 

    의협회장 보궐선거에 나선 주요 후보들도 연이은 비판의견을 냈다. 

    주수호 미래의료포럼 대표(전 의협회장)은 본인의 SNS을 통해 "오늘부로 레임덕은 데드덕이 됐다"며 "작금 의료농단의 유일한 해법은 2025년 의대 신입생 모집 중단"이라고 했다. 

    강희경 서울의대 비대위원장은 "어불성설의 비상계엄과 같은 상황을 의사들은 10개월째 당하고 있는 것"이라며 "근거도 없이 진행하는 의료개혁은 당장 멈춰야 한다"고 밝혔다. 

    전공의 복귀와 의정 사태의 키를 쥐고 있는 전공의 대표도 일갈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본인의 SNS에 "윤석열 대통령의 반민주적 행태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또 한 번 참담함을 느낀다. 제가 돌아갈 곳은 없다"며 "독재는 그만 물러나라"고 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