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송 남발 반해 미국은 임상재개환자의 신약 접근성 차이로 이어져식약처 잦은 품목허가 취소 돌아봐야
  • "과학적 분야의 사법적 통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가 '인보사 의혹'으로 기소된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에게 1심에서 무죄 판결하며 검찰에 가한 일침이다. 인보사 사태에 있어 한국과 미국의 조치가 상이하다고 짚으며 도달한 결론이다.

    인보사는 코오롱생명과학이 2017년 허가 받은 골관절염 치료 신약이다. 사람 연골세포가 담긴 1액과 연골세포 성장인자를 도입한 형질전환세포가 담긴 2액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2액 주성분이 종양을 유발할 수 있는 신장유래세포로 드러나면서 판매중단과 함께 허가 취소됐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을 상대로 인보사 품목허가 취소에 관한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2심까지 패소했고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인보사 최초 개발사인 코오롱티슈진은 미국에서 임상 3상까지 진입했지만 성분 이슈가 발생하면서 2019년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보류 결정을 받고 개발을 중단했다. 

    하지만 인보사의 과학적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FDA에 소명한 끝에 2020년 4월 임상보류 해제 통보를 받은 뒤 2021년 환자투약을 재개할 수 있었다. 올해는 미국 임상 시작 18년 만에 임상 3상 환자 투약을 마쳤다. 이르면 2026년 중으로 FDA에 품목허가를 신청할 수 있다.

    의약품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무엇보다 엄격한 검증과 규제가 필요하다. 하지만 인보사를 둔 한국과 미국의 대응법은 완전히 달랐다. 

    한국은 품목허가 취소로 인보사의 안전성을 다시 검증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고 장기간 소송전을 이어갔다.

    반면 미국은 개발사가 지속적으로 제출한 과학적 데이터를 근거로 자국에서 임상을 재개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결과적으로 인보사의 허가가 이뤄지면 미국 환자들은 신약이라는 치료옵션을 하나 더 갖게 되지만 국내 환자들은 인보사를 수입하는 방법이 아니라면 접근성이 차단된다.

    사실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규제기관의 과도한 발목잡기는 비단 인보사뿐만이 아니다. 

    보툴리눔 톡신 업체를 향한 식약처의 연이은 품목허가 취소 사례가 대표적인 예다. 식약처는 메디톡스, 휴젤, 파마리서치바이오 등의 대표적 보툴리눔 톡신 업체들과 줄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국가출하승인 없이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국내 판매했다는 이유다. 국산 보툴리눔 톡신 제제는 해외에서 품목허가를 취득하지 않았을 경우 국내 무역업체를 통해 수출돼 왔다. 중국, 동남아 등으로의 수출이 이런 경로로 이뤄져왔다.

    그간 유지돼왔던 관행에 식약처가 경고 수준의 예고도 없이 품목허가 취소라는 초강수의 행정처분을 꺼내들었다. 품목허가 취소는 사실상 시장 퇴출을 의미한다.

    보툴리눔 톡신 기업들은 미국, 중국 등에 진출하며 글로벌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원책은 나오지 못하더라도 국내 시장 퇴출 명령과 함께 장기간 소송이라는 결과를 남겼다. 기업들은 직접적인 매출 타격은 물론 소송비용의 부담까지 떠안는 상황이 됐다.

    일반적으로 신약개발 과정은 약 10년 이상 소요된다. 하나의 신약을 개발하는데만 통산 1조원이 투입된다. 바이오산업을 단순한 제조업으로 볼 수 없는 이유다. 

    인보사와 같은 시행착오는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막대한 투자와 성과만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K바이오가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회생절차와 과학을 근거로 한 세심한 규제가 마련돼야 한다. 혁신은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을 수 있을 때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