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잠재성장률은 5년 새 0.4%p 줄어… 2030∼2060년 평균치는 0.8% 전망인구·노동력 감소에 '생산성 급감' 우려… 경직된 노동시장과 규제 타파 의견향후 국가 존립이 달린 사안… "당리당략 넘어 정치권과 국민이 뒷받침해야"
  • ▲ 울산대교 뒤로 보이는 석유화학단지 ⓒ연합뉴스
    ▲ 울산대교 뒤로 보이는 석유화학단지 ⓒ연합뉴스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에 추월당하며 한국 경제가 저성장 늪에 빠질 거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생산연령인구 감소로 노동시장 기반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규제 혁파를 통한 생산성 제고와 기업 규제 완화 등 여러 분야에서 구조개혁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1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전망한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5년 새 0.4%포인트(p) 낮아지며 기업을 옥죄는 규제 혁파를 통해 성장잠재력을 다시 끌어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최근 OECD는 올해 한국 잠재성장률을 작년과 같은 2.0%로 추정했다. 잠재성장률은 물가 급등이나 경기 과열 없이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을 의미하는데 한국 경제 규모보다 16배가량 큰 미국이 3년 새 0.2%p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전망치다. 특히 2022년 세계은행(WB) 기준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만5990달러로 미국(7만6370달러)의 47%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도 미국과의 잠재성장률이 역전된 현상은 우리의 위기감을 고조시킨다. 일반적으로 소득수준이 높은 국가일수록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이 낮은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우리나라의 0∼1%대의 저성장 시대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OECD는 2030∼2060년 한국 잠재성장률 평균치가 0.8%에 그칠 것으로 예측하는데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이유로는 저출산에 따른 생산연령인구 감소가 꼽힌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2015년 이후 매년 줄어들며 지난해 0.72명으로 세계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대로라면 향후 상황도 낙관과는 거리가 멀다. 통계청은 15∼64세 생산연령인구 비중은 2022년 71.1%(3674만명)에서 2072년 45.8%(1658만명)로 급감할 것으로 예측했다. 생산연령인구 100명당 고령인구의 비율을 뜻하는 노년부양비도 올해 27.4명에서 2072년 104.2명으로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홍콩(158.4명)과 푸에르토리코(119.3명)에 이어 3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노동력 감소로 성장 동력을 잃을 게 뻔한 상황에서 해결책은 결국 구조개혁을 통한 생산성 향상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의 생산성 증가율은 2001~2010년 연평균 6.1%에서 2011~2020년 0.5%로 급감했다. 노동생산성도 OECD 회원국 37개국 중 33위로 최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기업들은 경직된 노동시장과 극심한 규제로 고비용·저효율의 구렁텅이에 빠진 지 오래다. 고용과 해고가 자유로운 유연한 노동시장에서 구조조정이 일어나고 새로운 일자리도 쉴 새 없이 생겨나는 미국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부원장은 "우리나라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심화된 상태"라며 "법은 최소한만 규정하고, 현장 노사의 합의에 따라 근로 시간 등 다양한 근로조건 관련 사안들이 조정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본부장은 "재계를 위축하는 법안들은 수출과 내수에 큰 축을 맡는 기업들의 활동을 저해하게 된다"며 "이는 전반적인 투자나 소비를 위축시키는 악순환으로 일자리에도 심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혁신 생태계 강화, 공정한 기회 보장, 사회 이동성 제고 등 3개 축과 하위 10개 세부 과제로 구성된 역동경제 로드맵을 제시하고 구조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를 비롯한 기업 밸류업 지원이 대표적인 추진 과제다. 다만 구호에 비해 실행력이 저조하다는 지적도 제기되는 만큼 구조개혁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 개진된다. 2026년과 2027년에는 각각 지방선거와 대선 등 굵직한 선거가 있는 만큼 시간이 지체될수록 주요 경제 정책이 외면받을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구조 개혁이 제 시기에 처리되지 않으면 향후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며 "순차적으로 정책이 이뤄져야 중·장기적인 노동과 교육 개혁도 바로 추진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구조개혁은 향후 국가의 존립이 달린 사안인 만큼 야당도 당리당략을 넘어 올바른 여론 형성을 도와야 한다는 의견도 개진된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정부에서도 구조 개혁에 따른 고통에 대한 우려로 생산성 향상을 위한 개혁 과제가 뒤로 밀려난 게 사실"이라며 "이런 측면에서 정치권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고, 국민들이 뒷받침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