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만 전기료 부담 전가에 커지는 '희생양' 논란 막대한 부채에도 성과급 펑펑… 직원 비위도 잇달아한전 최악의 위기 속 경영진 경영능력도 '시험대'
  • ▲ 한전 본사 사옥 ⓒ연합뉴스
    ▲ 한전 본사 사옥 ⓒ연합뉴스
    한국전력의 경영난이 악화일로에 접어들고 있다. 부동산 매각 등 뼈를 깎는 자구책에도 적자 행진이 좀처럼 멈출 기미가 없다. 가뜩이나 국제 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고 있어 한전의 부실은 더 악화할 공산이 크다. 설상가상으로 한전 직원 갑질은 물론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기업 옥죄기 등 여기저기서 잡음도 터져 나오고 있다. 

    24일 한전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한전의 누적 적자는 41조원에 달한다. 이 기간 부채는 203조원 수준으로 재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대규모 적자로 차입금이 급증해 하루 이자 비용만 122억원이 발생하고 있다.

    2022년 이후 6차례 요금 인상과 고강도 자구 노력에도 한전의 재무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특단의 조치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전기요금 인상 카드를 꺼내들었다. 한전은 이날부터 대기업 전기요금을 10.2%(1kWh당 16.9원) 올렸고, 중소기업 전기요금은 5.2%(1kWh당 8.5원) 인상했다. 주택용과 소상공인 전기료는 동결했다.

    이번 전기요금 인상으로 대기업의 연간 부담액이 호당 1억1000만원, 전체 기준으로 연간 4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전의 재무구조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한전의 누적된 적자 해소를 위해 기업에게만 부담을 전가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을)을 평균 kWh당 10.6원 인상한 데 이어 이번에도 산업용 전기요금(갑·을)만 인상하기 때문이다.

    경제계는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제조원가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산업용 전기요금만 연속해서 인상하는 것은 기업 활동에 부담을 주고 산업 경쟁력을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민생을 핑계로 삼지만, 실제로는 기업을 희생양으로 삼은 한전은 수년간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성과급 잔치를 벌이기도 했다. 한전과 11개 자회사들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임직원에게 지급한 성과급은 2조4868억원에 달한다.

    ◇끊이지 않는 직원 비위, 한전의 재무구조 개선 안갯속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한전의 직원 비위 행위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알리오에 공개된 32개 공기업의 징계 처분 결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징계 처분 건수는 총 317건으로, 그중 가장 많은 81건이 한전에서 발생했다. 이는 전체 공기업 징계 건수 중 25.5%에 해당한다.

    일례로 올해 국정감사에서 전영상 한전 상임감사에 대한 문제 제기와 의혹이 이어졌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정진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광주 동남갑)은 지난 14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전 상임감사의 자질에 대해 비판했다.

    정 의원에 따르면, 전 감사의 취임 전 3년간 평균 정직 처분이 18건이었으나 지난해에는 155건으로 8.5배 증가했다. 전 상임감사는 CCTV를 열람해 직원 동선을 감시하고 사내 이메일을 개인 동의 없이 열람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뿐만 아니라 정 상임감사의 연수원 이용에 관한 각종 의혹도 일고 있다.

    한전이 지난 8월 기재부에 제출한 2024~2028년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향후 5년간 자구노력을 통해 총 15조4327억원의 자본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자본 확충이 약 4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올해만 7조407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서 문제는 재평가 대상인 한전 토지가 현재 영업활동에 사용되고 있어 매각할 토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 한전 대상 토지 1만1840개 필지 6조2175억원의 공시지가에 현실화율 74.7%를 적용해 7조407억원을 산정한 것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 "재무 계획 실현 가능성이 낮고 한전의 자구노력과는 무관한 내용이다"라고 꼬집었다. 장기적인 안목보다 당장의 보여주기식 대책으로 책임을 피하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흡한 경영 전략 수립과 미온적인 중대 사안 대처 능력으로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전이 흔들리면서 경영진들의 경영 능력 물음표도 생기고 있다. 한전의 재무 상황이 튼튼하다면 별문제가 되지 않지만, 한전은 현재 부도 위기에 직면한 만큼 위기 상황이다.

    서울권 소재 대학의 한 교수는 "한전 경영진은 사상 최대 적자를 흑자로 전환시키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해야 하지만,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회사 경영을 해보지도 않았고 수백조의 부채로 몸살을 앓는 한전을 살릴 경영 노하우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