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국내 식품기업 해외 무단선점 의심 상표 전년比 17.4% 증가무단선점 상표가 가장 많이 확인된 국가는 '인도네시아'식품기업 협의체 꾸려 대응키도 "일부 국가선 기업 별도 대응 어려워"
  • ▲ 삼양식품 불닭볶음면과 중국산 모방 제품ⓒ한국식품산업협회
    ▲ 삼양식품 불닭볶음면과 중국산 모방 제품ⓒ한국식품산업협회
    K-컬처 바람을 타고 K-푸드 인기가 전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해외에서 국내 기업의 프리미엄 이미지에 편승하기 위해 상표를 무단선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중국과 인도네시아 등의 상표 무단선점이 빈번해 기업의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5일 특허청과 한국지식재산보호원, 한국식품산업협회가 공동 발간한 '식품업종 기업을 위한 K-Food 위조상품 유통 대응 전략 가이드'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식품기업 관련 해외 무단선점 의심 상표는 303건으로 2022년 258건 대비 17.4% 증가했다. 

    조사가 진행된 중국·베트남·태국·인도네시아·싱가포르 5개국 중 무단선점 상표가 가장 많이 확인된 국가는 인도네시아(118건)로 확인됐다. 

    2021년까지만 해도 중국(164건)이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을 보였으나, 2022년부터 인도네시아에서의 이슈가 잦아지며 중국을 앞질렀다. 

    '무단선점 상표'란 국내기업이 먼저 출원·등록했거나 먼저 사용한 상표를 해외에서 정당한 권한이 없는 자가 먼저 출원·등록한 상표를 뜻한다. 

    유형은 ▲상표 출원·등록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타인이 가로채 먼저 동일·유사한 상표를 출원한 경우 ▲어떤 상품에 상표등록을 했는데 타인이 다른 상품에 상표를 출원한 경우 ▲어떤 상품에 상표등록을 했는데 타인이 그 상품과 관련이 있는 서비스업에 상표를 출원한 경우 등으로 나뉜다. 

    상표를 무단선점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상표 브로커의 경우 상표권을 고가에 양도하는 등 부당한 이익을 얻기 위한 경우가 다수다. 경쟁사가 경쟁 관계에 있는 국내 기업의 현지 진출을 방해하기 위해 상표를 무단선점하기도 한다. 

    한류 현상에 편승하기 위해 상표 또는 상품의 형태나 포장 디자인을 모방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표적 사례가 치킨 프랜차이즈 A사다. 57개국 70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인 A사는 가맹점 직원을 위한 교육시설을 운영하던 중, 중국 내에서 A사 교육시설 관련 상표가 무단으로 출원된 상황을 발견했다. 

    무단선점 상표 출원인에 대해 조사한 결과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개인이며, 보유한 상표는 A사 상표와 유사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A사는 중국 내에서 무단 선점 상표에 대한 이의신청을 진행한 후 승소, 행정단속을 요청했다. 

    반찬 프랜차이즈업을 운영하고 있는 국내기업 B사의 경우에도 해외로 사업 확장을 계획하던 중 중국 내 무단 선등록 상표 3건을 발견했다. B사는 국내 및 중국 대리인과 상의를 통해 불사용취소 심판 청구를 진행했고 최종 승소했다. 
  • ▲ 최근 5년간 식품 업종(29~33류) 무단선점 의심 상표 통계ⓒ'식품업종 기업을 위한 K-Food 위조상품 유통 대응 전략 가이드'
    ▲ 최근 5년간 식품 업종(29~33류) 무단선점 의심 상표 통계ⓒ'식품업종 기업을 위한 K-Food 위조상품 유통 대응 전략 가이드'
    과거 SPC그룹 파리바게뜨도 중국제과 브랜드 '발리바게뜨'와 상표권 소송을 수 년간 이어갔다. 오뚜기, 김밥천국, 설빙, 굽네치킨 등도 피해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상표 무단선점 외에도 K브랜드 침해 사례는 심각하다. 최근 전세계적 인기를 얻고 있는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의 경우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에서 '불닭맛' 라면을 모방 출시해 판매 중이다. 

    빙그레 '바나나우유' 등을 모방한 제품 '서울 바나나우유' 등도 버젓이 매대에서 팔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식품기업들은 위조상품, 형태모방 유통 등에 대응하기 위해 2021년부터 한국식품산업협회와 협의체를 구성해 나서고 있다. 

    지난해에는 CJ제일제당과 삼양식품, 대상, 오뚜기 등이 중국 업체 태양초식품유한공사·정도식품유한공사를 대상으로 제기한 지적 재산권 침해 소송에서 승소, 10만~20만위안(1868만~3730만원)의 배상금 지급 판결을 받기도 했다. 

    당시 CJ제일제당의 ‘백설 하얀설탕’은 ‘한국수입 하얀설탕’으로, ‘쇠고기 다시다’는 ‘쇠고기 우육분’이라는 제품명으로 바뀌었다.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은 캐릭터 ‘호치’가 불을 뿜는 그림까지 복제해 ‘마라 화계면’이라는 중국명으로 판매됐다.

    다만 배상금이 적은 경우도 많은 데다 해외 기업서 항소하는 경우 대응 자체에 긴 시간이 소요돼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 기업 입장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이슈가 오래 전부터 지속돼온 중국 등에 비해 인도네시아 등 일부 국가에서는 무단선점 상표에 대해 별도 대응하는 방안이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한 문제"라고 했다. 

    한편 특허청은 "무단선점 상표에 대한 대응방안 및 대응전략 수립을 위해서는 자사 상표권 확보 여부, 해당 국가 진출 시기, 상표 무단선점자 및 목적 등을 미리 파악하고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