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대만업체 공세 계속점유율 유지 비상에 가격 낮춰영업익 28.9%↓… 연간 1조 먹구름"단기간 정상화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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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이노텍의 높은 애플 의존도가 3분기 실적의 발목을 잡았다. 애플 효과로 상반기 큰 폭의 실적 개선 효과를 거둔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애플의 공급망 내 부품사 경쟁 강도가 높아지며 평균판매가격(ASP)을 낮춘 점이 배경으로 지목된다.29일 LG이노텍에 따르면 3분기 매출액 5조6851억원, 영업이익 1304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액은 19.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8.9% 줄어들었다. 수익성이 줄며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3.9%에서 2.3%로 하락했다.증권가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를 한참 밑도는 어닝쇼크다. 시장에서는 한 달 전만 하더라도 LG이노텍이 3분기 영업이익 4859억원을 달성하고, 연간 영업익 1조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3분기 영업익은 이에 크게 미치지 못했고, 전 거래일 기준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8126억원까지 내려갔다.LG이노텍은 “고객사 신모델 양산으로 고부가 카메라 모듈 공급이 확대되고, 반도체 기판, 차량용 통신 모듈의 매출이 늘었다”면서도 “원·달러 환율 하락, 전기차·디스플레이 등 전방 산업의 수요 부진, 광학 사업의 공급 경쟁 심화로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특히 업계에서는 LG이노텍의 높은 애플 의존도를 수익성 악화 배경으로 보고 있다. 기존에는 LG이노텍이 고부가가치 부품을 담당하고 대만 폭스콘과 중국의 코웰이 나머지 물량을 공급해왔지만 아이폰16 시리즈부터 중화권 경쟁사들이 공급을 늘리며 경쟁이 심화했고, 이에 점유율을 보존하고자 가격을 낮추며 수익성이 하락했다는 분석이다.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LG이노텍이 ‘매출액 10% 이상을 차지하는 단일 고객’으로부터 올린 매출만 16조4028억원에 달한다. 전체 매출의 약 87% 수준이다. 사업보고서엔 구체적으로 고객사 이름을 명시하지 않고 있지만 애플로 추정된다. 지난 2016년 당시 LG이노텍의 애플 의존도는 36.91% 수준이었지만 꾸준히 상승하다가 2021년부터는 70%를 넘어섰다.LG이노텍은 2010년 아이폰 모델에 500만 화소 카메라 모듈을 처음 공급한 이래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2017년 애플이 아이폰X에 듀얼 카메라를 적용한 것을 계기로 양사의 파트너십은 더욱 공고해졌다. 아이폰 등 애플의 스마트 기기 카메라 모듈 부품은 사실상 LG이노텍이 독점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그러나 최근들어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아이폰16 시리즈에 중국 코웰, 대만 폭스콘 등 중화권 경쟁사들이 카메라 모듈 생산량을 늘리면서 점유율 확대에 나섰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LG이노텍 입장에서는 전체 점유율 방어를 위해 판가를 낮춘 것으로 파악된다. 더불어 원달러 환율의 하락으로 인해 재료 매입과 매출 인식 시간차이가 발생하며 높은 원가, 낮은 판가가 반영됐다.실제 LG이노텍의 올 3분기 매출 원가율은 97.7%로 전년 동기 대비 1.6%포인트 상승했다. 성수기 효과로 매출은 늘었지만 수익성이 둔화한 이유다.시장에서는 4분기 LG이노텍 실적도 밝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분기에 이어서 가격 하락 압박에 지속 시달릴 것으로 예상돼서다.4분기 부터는 아이폰16의 판매 실적이 본격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아이폰16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전작인 아이폰15 시리즈와 가격을 동일하게 설정했다. 원가절감에 대한 압박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불어 이번 분기에 이어 점유율 확보를 위한 가격 경쟁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생각보다 아이폰16 시리즈의 판매가 부진하면서 3분기에 선반영된 물량이 4분기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아이폰에 카메라용 광학렌즈를 납품하는 대만의 라간정밀은 최근 실적발표에서 11월부터 물량이 대폭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애플 인텔리전스 적용에 따른 아이폰16의 추가 판매량이 늘 수 있겠지만 제한적인 서비스에 예년 성수기급 반등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LG이노텍 뿐만이 아니라 스마트폰 고객사향 부품사들 대다수가 수익성 정상화를 단기간 내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