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부금법 시행령' 개정안, 국무회의 통과'현금성 복지' 많은 상위 8개 교육청부터 삭감이월·불용액 많은 교육청도 페널티 주기로
  • ▲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실 모습. ⓒ뉴데일리DB
    ▲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실 모습. ⓒ뉴데일리DB
    올해부터 현금성 복지 지출이 많거나 이월·불용 예산이 많은 시도 교육청은 교육부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교부할 때 페널티를 준다. 올해 30조원이 넘는 세수 결손 우려 등 정부 세입에 비상이 생기면서 각 교육청에 현금성 복지를 줄이고 지출이 과도할 경우 교부금에 제재를 가하겠다는 취지다.

    30일 교육부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심의·의결했다.

    교육교부금은 유치원 및 초·중·고교생이 전국 어디서나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내국세 등을 통해 확보된 재원을 교육청에 교부하는 제도다.

    교부금은 올해 본예산 기준 66조3000억원으로 잡혔다. 이는 시도 교육청 예산의 약 72%를 차지한다.

    이번 개정으로 교육당국은 지방 교육재정의 낭비 요인을 최소화해 지출 효율화를 도모한다. 또 신규 정책 분야 발굴과 투자 확대를 유도하면서 교부금 운영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추진된다.

    우선 교육 목적과 상관없는 선심성 현금 복지 지출이 많은 교육청은 교교부금을 삭감한다. 비율이 높은 8곳을 골라 10억원씩 삭감할 예정이다. 올해 결산 결과를 평가해 반영하기 때문에 실제 삭감 시기는 2027년도 교부금이 될 전망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 운영 실태' 감사에서 모든 학생에게 교육회복지원금을 지급하거나 직원들에게 노트북을 지급한 것을 두고 대표적인 낭비 사례로 지적했다.

    이월 및 불용되기 일쑤였던 시설사업비와 관련한 교부금 수요 산정 기준도 보다 구체적으로 다듬었다. 그간 일부 교육청들은 학교 공사의 경우 방학 중에 할 수밖에 없어 시설사업비는 남을 수밖에 없다는 논리로 대응했는데 여기에도 직접 칼을 댄 것이다.

    다만 교육부는 교부금을 산정하는 기준으로 기초학력 보장, 교원역량개발, 고교학점제 대응(온라인 학교), 디지털교과서 등에 대한 수요 지표를 신설했다.

    이외에도 교육부는 차관 산하에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위원회'를 신설하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산정·배분 등 운영 전반에 전문가 의견을 폭넓게 반영하기로 했다.

    위원회에는 '보통교부금 분과위원회'와 '특별교부금 분과위원회'로 구성되고,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추천한 위원 2인을 포함해 심의 전문성을 높인다.

    ◇ 내국세 수입 연동하는 교육교부금… "구조적 개선 필요"

    교부금이 방만하게 운영된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교육부가 개선에 나섰지만 경상성장률에 맞춰 교부금이 책정되는 구조적인 문제가 개선되지 않았다는 의견도 있다.

    학령인구는 꾸준히 줄고 있지만 교부금은 내국세 수입의 20.79%와 기계적으로 연동돼 책정된다는 구조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우리나라의 세수 규모는 최근 몇 년간 등락이 있었지만 장기적으로 꾸준히 늘었다. 경상 국내총생산(GDP)이 역성장을 보인 시기는 IMF 위기 당시였던 1998년 뿐이었다. 2060년 교육교부금이 2020년 대비 3배 증가하는데 학령인구는 44.7% 감소한다는 분석도 있다.

    올해 현재도 2년 연속 '세수 펑크'가 빚어졌지만, 정부 본예산 장부 수치만 살펴보면 보통교부금(66조3000억원)이 국방비(59조4244억원)보다 더 많은 상황이다.

    교육교부금 개편론은 지난 2022년 세수 여건이 좋았을 때 더욱 거세게 일었다. 지방교육재정알리미 '2023 지방교육재정분석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결산 기준 보통교부금은 78조9443억원으로 전년도(58조6220억원)와 견줘 1년 만에 35%나 불어났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정부 재정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지자체 역시 재원이 없어서 빚을 내서 재정을 유지하는 상황인데도 교육재정은 남아돌고 있는 처지"라며 "교육재정 운영 주체를 지자체로 넘기는 등 현행 교육교부금과 내국세를 연동하는 방식은 개선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AIDT), 늘봄학교 등 다양한 국책 교육 사업 수요가 늘어나면서 교부금의 용처가 많아졌기 때문에 무턱대고 삭감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교육부는 내년 초·중·고에 도입할 예정인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AIDT) 교육 지원 등을 위한 재정은 교육교부금 등을 활용해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 현금성 복지, 어디까지?… 교육부 '회계 기준' 도입 방침

    교육부가 현금성 복지를 직접 조이려 드는 것에 교육청들의 반발이 있을 수 있다. 선출직 교육감의 자치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교육청은 29일 입장문을 내고 교육교부금이 오히려 감소하는 상황이라고 역설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2022년 교육교부금은 7조5896억원이었는데 내년은 6조1231억원으로 19.3% 줄었다. 이로 인한 예산 감액으로 당장 고교 무상교육도 내년까지 이어질지 불확실하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모호한 현금성 복지 지출 기준을 마련하는 것도 시급해 보이는 문제다.

    교육부는 각 교육청에서 지출하는 현금성 복지가 약 8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중 구조조정이 가능한 항목을 걸러낼 수 있도록 2025년부터 범위와 대상에 대한 기준을 제시할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어떤 게 현금성 복지인지 논의에 들어갔다"며 "교육청이 교부금을 사용하려면 회계에 넣어서 집행하게 되는데 특정 회계 항목을 현금성 복지로 지정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