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손보 '비탑승중 보장' 특약 배타적사용권 6개월 만료 직후 동일상품 업계 뒤덮는다배타적사용권, 최장 12개월 가능… 실제론 3·6개월 '실효성' 의문신청 포기하고 신상품 개발 주력하는 일부 보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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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험업계의 특허권으로 불리는 배타적사용권 만료 시점을 기해 모방 상품이 쏟아져 나와 신상품 개발 유인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보험사는 길어야 6개월인 배타적사용권 획득을 포기하는 '선택과 집중'을 택하는 현상도 관측된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DB손해보험의 운전자보험 '운전자 비용담보 비탑승중 보장' 특약의 배타적사용권 부여 기간이 만료된 직후 이달 1일부터 다른 보험사에서 비탑승중 보장 특약을 담은 운전자보험 상품이 속속 출시됐다. 주요 손해보험사들이 이달 중 비탑승중 보장을 담은 운전자보험을 출시할 예정이다.

    ◇'핫한 특약' 만료 직후 베끼기 경쟁 치열

    비탑승중 보장은 주정차 후 운전자가 차에서 내린 상태에서 차량이 움직이며 발생한 사고도 보장한다. DB손보가 업계 최초로 선보였고 독창성을 인정받아 배타적사용권을 부여받았다.

    KB손해보험은 1일 기존 'KB플러스 운전자상해보험'을 개정해 비탑승중 발생한 사고까지 보장 범위를 확대했다.

    KB손보는 "비탑승중 보장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높은 점을 고려해 개정 과정에서 포함했고 업계 최초로 급발진사고 변호사 선임비용과 심급별 변호사 선임비용 보장도 신설해 경쟁력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메리츠화재도 비탑승중 보장 상품을 이달 출시한다. 대형 손보사들까지 앞다퉈 같은 형태의 상품을 내놓는 까닭은 DB손보의 비탑승중 보장 상품이 운전자보험의 보장 사각지대를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뚜렷한 판매 증가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DB손보의 운전자보험 신계약건수는 이 특약을 선보이기 이전인 올해 1분기 월 평균 8만건에서 올해 4~8월 월 평균 11만건으로 37.5% 증가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점유율이나 신규 판매 증감에 변화가 크지 않은 운전자보험에서 '핫한 특약'이 나오면 다른 회사들이 따라갈 수밖에 없다"며 "배타적사용권의 이점을 누리는 선점 기간이 길지 않아 다른 회사들은 추가 보장을 더한 개정 상품을 내놓는 게 관례가 됐다"고 말했다.

    ◇길어야 6개월 배타적사용권… 보험사 '계륵' 전락

    베끼기 문화가 상품 개발을 저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배타적사용권 제도는 최대 12개월까지 독점 판매를 허용하고 있으나 실제 손보업계의 경우 2003년부터 현재까지 최장 부여기간은 9개월에 그쳤다. 그마저도 2019년 농협손해보험의 소근출혈보상보험이 마지막 사례다.

    이에 따라 일부 보험사에서는 새로운 특약을 개발해도 배타적사용권 신청을 고려하지 않는 경우도 늘어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배타적사용권 신청에 필요한 서류에는 상품 개발에 참조한 통계자료 등을 대거 포함시켜야 한다. 이 서류를 만드는 데도 상품개발팀의 품이 들어가는데다 서류는 공개되기 때문에 타사에서 상품 베끼기가 더욱 쉬워진다는 단점도 지적된다.

    손보업계에서는 통과에 자신이 있는 담보에 대해서만 배타적사용권을 신청하는 추세가 짙어졌다.

    지난 2021년 배타적사용권을 신청한 보험상품은 22개, 담보는 25건이다. 통과율은 56%다. 2022년에는 25개 보험(담보 32건)이 신청해 통과율은 65%였다. 2023년에는 신청보험이 11개(담보 19건)로 줄었고 통과율은 68%로 높아졌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신청 보험은 14개(담보 19건) 통과율은 84%에 이른다.

    신청은 적어지고 통과율은 높아졌다는 의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괜찮은 특약이 나와서 내부에서 배타적사용권 신청 논의가 있었지만 신청에 들어가는 자원을 또 다른 신상품 개발에 집중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며 "배타적사용권 부여기간이 길어지는 등 보험사에 개발과 신청 유인이 더 생겨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