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직자도 노조 가입?… '계속고용 도입'에 찬물 끼얹는 민노총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에서 정년퇴직 후 계약직으로 재고용된 '숙련 재고용 직원'의 노조 가입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현대차지부 조합원은 정년퇴직 후 조합원 신분을 상실하게 되지만, 정년 이후에도 조합원 신분이 유지된다면 이들도 본격적인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고 나설 것으로 보인다.

11일 노동계에 따르면 현대차지부는 정년 퇴직 후 재고용된 촉탁직 직원도 노조 가입이 가능하도록 하는 안건을 대의원대회에 상정해 투표에 부칠 예정이다. 현대차지부 관계자는 "이런 안건이 대의원대회에 올라오는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2019년부터 기술직 및 정비직 정년 퇴직자를 대상으로 희망자에 한해 최대 2년 더 일할 수 있는 숙련 재고용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현대차지부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정년 이후 재고용 된 근로자의 임금은 직전 임금에서 20~30%정도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숙련 재고용 근로자들의 노조 가입이 가능해지면 이들도 임금 인상이나 정년 이전 받았던 각종 복지를 원상복구해 달라는 요구를 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저출산·고령화 영향으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면서 노동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자율적인 계속고용 도입 움직임이 늘고 있다. 일자리 감소에 따른 세대 갈등 격화,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 증가 등 사회적 비용이 커진다는 이유에서다.

사회적으로 정년연장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노동계는 호봉제를 유지하고 임금 삭감이 없는 일률적 정년연장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경영계는 높은 인건비 부담으로 인한 퇴직 후 재고용 제도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도 일률적 정년연장보다는 계속고용 방식에 무게를 두고 있다. 청년 세대와 고령 세대의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연공서열형 중심의 낡은 임금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조 자격을 얻은 현대차 숙련 재고용 근로자들의 임금이 인상된다면, 정부가 추진하는 계속고용 취지가 퇴색될 우려가 있다.

서정욱 변호사는 "정년 퇴직 후 촉탁직 근로자들이 노조를 가입하게 되면 이들은 임금 인상을 위해 강경 투쟁에 나설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며 "이들의 요구는 정년연장에 앞서 사회적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추진하는 계속고용 논의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장기화되는 불경기로 노조가 몸집 불리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정년 퇴직자나 예정자까지 노조 세력으로 불러들이면 그들의 목소리는 더 커질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신 교수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노조 활동은 그들의 고유 영역이기에 외부에서 함부로 재단하기는 힘들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