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코트 8면 갖춘 6층 건물 신축ERV, 바닥 환기, M-CHP 등 기술 적용종합 에너지그룹으로 매출 3조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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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야외 레슨도 취소했는데 남자 친구가 예약에 성공해서 따뜻한 실내 코트로 테니스 치러 왔습니다.”얼마 전 테니스에 입문했다는 직장인 김 모 씨는 처음 방문한 실내 테니스장의 시설과 규모에 놀랐다며 신기한 듯 이곳저곳을 둘러봤다.전국이 영하의 날씨로 떨어진 20일 오후, 매서운 바람을 뚫고 서울특별시 구로구에 위치한 ‘귀뚜라미 크린 테니스 13’을 찾았다.귀뚜라미는 2017년 테니스 저변 확대를 위해 국제규격 실내 테니스 코트 3면과 실외 테니스 코트 3면을 갖춘 복층 구조의 ‘귀뚜라미 크린 테니스코트’를 오픈했다. ‘친환경 테니스 코트’라는 키워드를 내세워 자사의 냉난방, 청정 기술을 테니스장에 녹여냈다.당시 실내 테니스장 자체가 흔치 않아 크린 테니스 코트는 동호인들 사이에 테니스 성지로 불렸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귀뚜라미는 올해 6월 연면적 1만㎡(3000여평) 규모에 실내 코트 8면을 갖춘 6층 건물을 신축해 복합 테니스 센터로 크린 테니스 13의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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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린 테니스 13은 이름 그대로 쾌적함에 주안점을 뒀다. 주차장을 따라 들어간 입구에는 “숲속 같은 맑은 공기를 24시간 공급합니다”라는 문구가 곳곳에 붙어있어 사계절 내내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고자 하는 귀뚜라미의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엘리베이터를 타고 테니스 코트로 들어서니 테니스공소리가 높은 천장을 가득 채웠다. 건물의 층고가 높아 들어서는 순간 탁 트인 개방감도 만족스럽다. 자연스레 천장 환기시스템에 눈길이 갔다.눈에 띈 것은 천장에 매달린 직육면체 모양의 ERV(폐열회수형환기시스템)였다. ERV는 신선한 외부 공기와 실내의 오염된 공기를 교환해 실내 공기 정화 뿐 아니라 일정한 온도 유지에도 도움을 줬다.기계에 연결된 짧은 쪽의 배관은 실내 오염된 공기를 빨아들여 외부로 배출하고 긴 배관은 외부에서 들어온 공기를 필터로 걸러 내부로 공급한다. 배관에 가까이 가보니 바깥에서 유입되는 공기 흐름을 느낄 수 있었다.크린 테니스 13 관계자는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아도 ERV에서 유입되는 시원한 바람으로 내부 열을 식힐 수 있어 에너지 절감 효과도 있고 비가 올 때를 제외하면 상시 가동해 사계절 쾌적한 공기를 유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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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린 테니스 13 청정 환기 시스템의 히든카드는 바닥에 숨어 있었다. 2017년 특허를 출원한 바닥 환기 기술은 테니스 코트에서 먼지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네트 중앙과 코트 벽면에 설치돼 있다. 테니스공이 부딪히며 발생하는 비산먼지 등 이물질을 빨아들인다.바닥 환기 시스템은 외부로 연결된 16개의 환기 송풍기를 통해 먼지를 빨아들이고 집진기에서 이물질을 한차례 거른 뒤 환풍구로 배출했다. 실제로 흡입구 근처에 먼지를 떨어뜨리니 자연스럽게 빨아들였고 실외에 위치한 환풍구로 가보니 머리가 날릴 정도의 강력한 바람을 뿜어내고 있었다.귀뚜라미의 기술력은 샤워실에서 한 번 더 느낄 수 있었다. 거꾸로 ECO 콘덴싱 중형 캐스케이드 시스템을 통해 공급되는 온수는 수전을 중간에만 위치시켜도 뜨거운 물이 쏟아졌다. 여러 명이 한번에 샤워해도 온도 변화를 느낄 수 없었다.귀뚜라미의 캐스케이드는 4대의 최신형 보일러가 고루 작동하며 부하를 최소화해 설비를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만약 보일러가 고장이 나더라도 유지보수가 용이하며 온수 공급에도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또한 귀뚜라미의 차세대 핵심 기술인 마이크로 CHP(열병합 발전 시스템)를 통해 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뜨거운 물은 탱크에 저장했다가 보일러 작동 시 공급하고 폐열은 난방과 냉방 시에 활용해 에너지 효율을 높인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많은 양의 전기를 소모하는 체육시설의 특성에 맞게 마이크로 CHP가 생산한 전기로 조명과 환기 시설을 작동시키고 남은 전기는 비상 발전에도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마이크로 CHP에서 생산한 전기로 무급유 터보냉동기가 냉수를 만들어 냉방 효율을 높이고 사계절 내내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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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뚜라미가 테니스장 냉난방과 공조 시설에 이토록 공을 들이는 이유는 그룹의 체질 개선에 있다. 귀뚜라미는 기업을 이끌어온 국내 가정용 보일러 시장이 성장 정체기에 들어서자 2000년대부터 냉방, 공기조화, 에너지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해왔다.이를 위해 2006년 범양냉방공업, 2008년 신성엔지니어링, 2009년 센추리 등을 인수해 원전용 냉동공조기, 냉방기, 냉동기, 공조기, 신재생에너지 부문의 기술력을 확보했고 2016년에는 강남도시가스를 인수하며 에너지 공급 사업에도 진출했다작년 지주사 귀뚜라미홀딩스 대표이사로 복귀한 창업주 최진민 회장은 “AI 기술이 가져올 사업 전반에 대한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그룹 비전을 제시하겠다”며 “핵심 자산인 난방·냉방·공조·에너지 기술의 동반 상승을 통해 해외시장 진출에 온 힘을 다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그 결과 귀뚜라미그룹은 지난 2001년 매출액 3000억원의 보일러 전문 기업에서 지난해 그룹 전체 매출액 1조6600억원의 ‘종합 냉난방 에너지그룹’으로 성장했다. 그룹은 이를 바탕으로 2030년까지 매출 3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중장기 비전을 제시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귀뚜라미 관계자는 “반세기 냉난방 공조시스템을 집약한 테니스 센터를 통해 보일러 회사를 넘어 종합 냉난방 에너지 그룹으로 거듭나고 생활 체육 저변 확대와 같은 사회 공헌 활동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