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오염 관련 국제협약 성안 결의 목표국가 간 대립 여전히… 내년 추가 협상 전망도'주최국' 한국 절충안 내놓을까… "적극적 논의"
  • ▲ 25일 플라스틱 오염 종식 국제협약 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에서 한국 정부대표단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25일 플라스틱 오염 종식 국제협약 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에서 한국 정부대표단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플라스틱 협약'(해양 환경을 포함한 플라스틱 오염에 관한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문서) 성안을 위한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5)가 25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했다. 파리협정 이후 가장 중요한 환경 협약으로 평가받는 이번 협약에 대한 국제사회 논의가 결실을 이룰지 이목이 쏠린다.

    25일 환경부에 따르면 이날부터 내달 1일까지 열리는 이번 협약에는 전세계 170여개 유엔 회원국 정부대표단과 31개 국제기구, 산업계·시민단체·학계 3500여명이 참석한다. 앞서 국제사회는 2022년 5월 열린 제5차 유엔환경총회(UNEA)에서 플라스틱 오염에 대응하기 위해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 협약을 올해 말까지 성안하기로 결의하고 지금까지 총 네 차례 협상을 진행해 왔다. 

    이날 협상위 의장인 루이스 바야스 발비디에소 주영국 에콰도르대사는 개회사에서 "의미 있는 개입이 없다면 자연에 유출되는 플라스틱은 2040년엔 2022년의 2배가 될 것"이라며 "향후 7일간 우리의 결정은 역사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가 주목하는 만큼 이견을 염두에 두면서도 공동의 목표를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잉거 안데르센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총장은 유엔 회원국들이 플라스틱 협약을 마련하기로 합의한 지 이날로 1000일이 된다는 점을 언급하며 "다른 다자협약은 성안에 수십 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린 지난 1000일간 많은 것을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안데르센 사무총장은 발비디에소 의장이 제시안 '논페이퍼'(Non-paper) 수용을 요청했다. 77쪽에 달하는 협약 초안을 17쪽으로 정리한 논페이퍼는 협상을 촉진하기 위해 제시된 비공식 문서다.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오후 회의는 논페이퍼가 논의 안건으로 채택된 채 협상에 돌입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영상축사에서 "글로벌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인류 공동 과제"라며 "정치적 의지를 결집해 협약을 성안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5차 협상위에서 플라스틱 협약을 탄생시킨다면 국제사회가 힘을 모으면 어떤 도전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의 상징이 될 것"이라며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어달라"라고 주문했다.

    정부대표단 교체 수석대표인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의장의 작업문서 등이 회원국 간 이해를 증진하는 데 도움이 됐다"며 "이 자리에 후손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협약 성안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 ▲ 플라스틱 오염 종식 국제협약 정부 간 협상위원회 의장인 루이스 바야스 발비디에소 주영국 에콰도르대사가 2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5차 협상위 개회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플라스틱 오염 종식 국제협약 정부 간 협상위원회 의장인 루이스 바야스 발비디에소 주영국 에콰도르대사가 2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5차 협상위 개회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협상이 계획상으로는 INC의 마지막 협상이지만, 국가 간 대립이 팽팽한 만큼 내년에 추가 협상이 열릴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환경부에 따르면 당초 33페이지 분량이었던 협상 초안은 77페이지로 늘어나고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영역을 나타내는 괄호가 3700여개 초안에 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초안에는 플라스틱의 생산부터 소비, 처리까지 모든 수명주기와 관련해 총 12개의 핵심 의무를 제시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첨예한 쟁점은 플라스틱 원료물질인 1차 폴리머 생산에 관한 규제 여부다.

    플라스틱 생산 기반이 없는 유럽연합(EU)과 플라스틱 폐기물 오염의 피해국인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은 '플라스틱 종식을 위한 야심 찬 목표 연합(HAC)'을 만들어 1차 폴리머 생산 규제를 포함한 플라스틱 전(全) 주기 관리를 주장하고 있다. HAC에는 현재 67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들 국가는 1차 폴리머 생산량을 2025년 대비 2040년까지 40% 줄이자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반면 플라스틱 최대 생산국인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 산유국들은 자국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원료물질 생산 규제에 반대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책으로 폐기물 관리와 재활용을 강조하고 있다. 인도와 브라질도 비공식적으로 이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그밖에 플라스틱 오염 관리를 위해 어떤 화학물질을 금지해야 할지, 협약에서 결정된 사항들을 이행하기 위해 각국이 어떻게 자금을 지원할지, 각국에 구속력 있는 의무를 부여할지, 국가의 자발적 조치에 맡길지 등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린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협상에서 특정 입장을 관철하려 하기보다는 주최국 지위를 활용해 협약을 성안시키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한다. 데이비드 아줄레이 국제환경법센터(CIEL) 제네바 사무소 변호사는 지난 19일 진행된 미디어 브리핑에서 "주최국의 경우, 회의의 성공을 바라고 있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며 "논의를 적극적으로 원한다면 더 강하게 할 수 있고 이에 따라 각 국가의 이견을 좁힐 수 있는 주요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협약을 성안시키기 위해 한국이 '절충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난 19일 진행된 백브리핑에서 "협약 성안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각국에서 필요하다고 하면, 절충안을 제시하는 부분까지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