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선업계 1, 2위 라이벌간 법정 분쟁 대한전선, 호반에 인수된 뒤 해저케이블 진출해저케이블 기술 유출 의혹으로 경찰 수사도
  • ▲ LS전선 동해 공장에서 생산된 해저 케이블이 포설선에 선적되고 있다. ⓒLS전선
    ▲ LS전선 동해 공장에서 생산된 해저 케이블이 포설선에 선적되고 있다. ⓒLS전선
    LS전선과 대한전선 간의 특허분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이번 판결은 단순한 기술 분쟁이 아니다. 국내 전선업계 1, 2위 간의 자존심 대결 성격이 짙다. 동시에 시장 주도권을 두고 벌이는 전략적 충돌이기도 해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글로벌 전선업계가 수퍼사이클을 맞아 두 회사가 외형적 성장을 이룬 데다 LS전선이 주도하던 해저케이블 시장에 대한전선이 뛰어들며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시장에서도 경쟁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특허법원 제 24부(부장판사 우성엽)는 오는 13일 오후 2심 선고를 진행할 예정이다.

    ◆ 1심서 LS전선 '일부 승소'… 2심 판결에도 촉각

    양측 간 법정공방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LS전선은 대한전선의 부스덕트용 조인트 키트제품이 자사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소를 제기했다. 이후, 2022년 1심 재판부는 LS전선에 일부 승소판결을 냈다.

    당시 재판부는 "대한전선의 제품 판매는 LS전선의 특허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보유 중인 해당 제품을 폐기하라"고 했다. 또 LS전선이 요청한 피해액의 12%인 4억9623억원의 배상 판결도 내렸다. 이에 대한전선은 "특허를 침해한 사실이 없다"고 항소했고 LS전선도 "배상액이 적다"고 불복했다. 

    업계에서는 2심 결과가 크게 뒤집히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2심 판결이 나온 후에도 양측이 모두 항소할 가능성이 상당하다. LS전선은 1심에서 일부 승소한 뒤에도 배상 비율을 두고 항소한 만큼 배상결과에 따라 대법원까지 끌고 갈 공산이 크다. 

    대한전선도 마찬가지다. 해당 부스덕트의 특허권 침해가 일부 인정될 경우, '무죄'를 주장하며 다시 한 번 사법부의 판단을 받기 위해 상고할 가능성이 높다.
  • ▲ 대한전선 당진공장 ⓒ대한전선
    ▲ 대한전선 당진공장 ⓒ대한전선
    ◆ 80조 초고압 해저케이블 시장 두고 격돌 

    이번 소송은 표면적으로 부스덕트(BusDuct) 내 특정 부품의 특허 침해 여부를 둘러싼 법적 다툼이지만, 본질은 LS전선과 대한전선 간의 주도권 경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두 회사의 경쟁은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에서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지금껏 초고압 케이블과 해저케이블 시장에서 LS전선이 독점적 지위를 유지해왔지만 대한전선이 호반그룹에 인수된 후 자금력을 바탕으로 추격에 나섰기 때문이다. 

    LS전선은 2008년 강원도 동해시에 국내 최초 해저케이블 공장을 설립한 이후, 현재까지 4개 공장을 운영하며 국내 최대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1조원을 투입해 미국 버지니아주에 해저케이블 공장 착공에 들어간다. 지난해는 네덜란드에 9073억원 규모의 초고압직류송전(HVDC) 케이블 공급 계약을 따냈다. 단일 계약건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였다. 

    대한전선은 2021년 호반그룹 인수 이후 해저케이블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충남 당진에 해저케이블 1공장을 건설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2단계 공사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또한 2027년까지 외부망 해저케이블을 생산할 2공장 준공을 목표로 삼으며 본격적인 경쟁 체제에 들어갔다. 

    양사의 치열한 경쟁 속에 해저케이블을 둘러싼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기술이 대한전선으로 유출됐다는 의혹을 둘러싸고 수사에 돌입해 대한전선 본사를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양사간 기술·시장 점유율을 둘러싼 충돌이 확산되면서 긴장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해저케이블 시장은 대표적인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꼽힌다. 노후 케이블 교체, 인공지능(AI)과 전기차로 인한 전력수요 증가로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다.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36년까지 600억 달러(한화 약 84조원)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컨설팅사 Research Nester는 시장 규모가 2023년 290억달러에서 2036년 605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SkyQuest도 2031년까지 477억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