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계엄 사태 이후 5.58% 급락…코스닥 9%대↓‘코리아 밸류업 지수’ 5.47% 하락…구성 종목 줄약세‘양털 깎기’ 발생 우려…국내외 정치 빅 이벤트 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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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증시가 미국 대선 이후 ‘트럼프 리스크’ 충격에서 채 벗어나기도 전에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로 고전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수개월 간 공들여온 ‘밸류업 프로그램’이 물거품 되고 ‘양털 깎기’ 현상도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밸류업 펀드 자금 투입·추가조성 등 시장 안정화 조치에 만전을 기하고 있지만,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비롯해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부채한도 협상 등의 이벤트가 산재해 있어 당분간 박스권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지난 4일부터 9일까지 4거래일간 5.58% 하락했으며 코스닥은 9% 이상 급락했다. 특히 이들 지수는 전날 장중 각각 2360.18, 627.01까지 추락하면서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같은 기간 거래소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내놓은 ‘코리아 밸류업 지수’도 985.25에서 931.36으로 5.47% 내렸다. 전일에는 구성 종목 100개 중 SK하이닉스(1.08%)와 KT&G(0.93%)를 제외한 98개 모두가 약보합 마감하면서 지난 9월 30일 지수 발표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들도 줄줄이 약세를 보였다. 이 기간 한화자산운용의 ‘PLUS 코리아밸류업’은 3.40% 하락했으며 ▲KOSEF 코리아밸류업(-3.08%) ▲ACE 코리아밸류업(-3.27%) ▲TIGER 코리아밸류업(-2.92%) ▲KODEX 코리아밸류업(-2.82%) ▲RISE 코리아밸류업(-2.82%)도 동반 하락했다.

    이처럼 최근 국내 증시가 침체한 이유는 앞서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기습 비상계엄령 선포·해제에 이어 7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표결 무산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일련의 상황들을 보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가장 큰 요인은 어쩌면 대주주 리스크와 정치 지도자 리스크였을지도 모른다”며 “트럼프의 재등장으로 글로벌 지경학은 밀림의 한 가운데 들어섰으며 이런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계엄 발동과 해제, 지도자 공백이라는 초현실적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이와 같은 국내외적 리스크를 감안할 때 주요 기업들의 실적 전망 하향과 밸류에이션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비상계엄 사태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현실화했다고 강조했다. 포브스는 “윤 대통령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주장하는 투자자들이 옳다는 걸 스스로 입증했다”고 꼬집었다.

    제이슨 토마스 칼라일 글로벌 리서치·투자 전략 총괄은 “한국의 정치적 이슈는 몇 달 이내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등 장기화할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 상황이 매우 복잡해질 것”이라며 “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일각에서는 탄핵 정국의 장기화로 국가 신인도 하락 위험이 현실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불안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켜 ‘양털 깎기’를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가뜩이나 미국 경제 예외주의 현상 심화와 ‘트럼프 2.0’ 리스크가 국제 자금의 달러 자산 선호 현상을 강화시키는 분위기에서 취약한 펀더멘탈을 가진 경제와 금융시장은 ‘양털 깎기’ 위험이 노출될 공산이 높다”며 “자칫 국내 정국 불안 장기화로 인해 국내 금융시장과 경제가 ‘양털 깎기’ 대상이 될 잠재적 위험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금융당국은 밸류업 펀드 투입·추가 조성, 시장안정 조치 가동 준비 등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9일 오전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긴급 거시경제·금융 현안 간담회(F4)를 개최하고 주식시장에 대해 수급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는 밸류업 펀드를 이번 주 700억원, 다음 주 300억원 등 순차적으로 집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다음 주에는 3000억원 규모의 2차 펀드가 추가 조성될 계획이며 증시 안정 펀드 등 기타 시장안정 조치도 즉시 가동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연말·연초 내년도 예산안을 비롯해 미 FOMC, 부채한도 등의 이벤트로 국내 증시가 당분간 박스권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당분간 이어질 공산이 크다”며 “과거 탄핵 사례를 고려할 시 탄핵 이슈 이후 주가는 글로벌 경기 사이클에 연동됐다는 점을 염두해야 하고 정치적 이벤트가 산재해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예산안 처리가 늦어질 경우 내수 활력도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

    권희진 KB증권 연구원은 “경기 모멘텀이 약화하는 국면인 만큼 정책적 지원의 필요가 커지는 상황에서 정책 집행력이 약화될 수 있는 점은 경기에 하방 요인”이라며 “만약 예산안이 처리되지 못한 채 해를 넘기게 될 경우, 1월 1일부터는 ‘준예산’이 편성돼 집행되지만, 준예산에서는 법적 근거가 있는 필수 지출만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새로 시작되는 사업이나 추가 지출 등은 제외된다. 따라서 예산 관련 논의가 늦어지면서 필수적인 경비만 지출하는 준예산이 집행될 경우 정부 지출이 지연되면서 내수 활력이 추가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오늘 우리 민주당은 예산안 처리를 끝내겠다”며 “역대급 내수 한파에 고용은 더 악화됐고 생산·소비·투자 트리플 감소로 민생이 파탄지경인 상황에서 신속한 예산안 처리가 현재의 불안과 위기를 해소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