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침체·자재값 상승·정국불안 '트리플 악재'부도 85% '지방'…'청약자 0명' 사업지도 속출'부산1위' 동원개발, 영업손실 64억 적자전환 HS화성, 1년만 '당기순익 53억'→'손실 -31억'요진건설, 영업익 61.5% 급감…미분양 3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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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중견건설사들이 미분양과 공사비 인상 여파로 잇따라 쓰러지면서 업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올해만 27개 건설사가 부도를 낸 가운데 건설경기 침체와 자재값 상승, 정국 불안으로 인한 고환율 등 '트리플악재'가 겹치며 중견건설사 줄도산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전북 익산에 본사를 둔 제일건설(시공능력평가 202위)이 이달초 어음 7억여원을 막지 못해 최종 부도처리 됐다.주택브랜드 '오투그란데'로 알려진 이 회사는 전북 4위 유력 건설업체지만 결국 미분양 늪을 벗어나지 못했다.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템을 보면 미분양물량을 의미하는 미완성주택 재고자산 규모가 2022년 87억원에서 지난해 152억원으로 1년새 1.7배 뛰었다.그로 인해 현금유동성이 악화되고 지난해 기준 부채비율이 766%까지 치솟으며 사실상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지난달엔 부산 7위 건설사인 신태양건설(105위)이 230억원에 달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를 맞았다.공사비 인상과 그에 따른 소송 여파로 아파트 준공 및 입주가 늦어졌고 책임준공 확약으로 PF 보증채무까지 떠안으며 현금흐름이 경색, 결국 부도수순을 밟게 됐다.이미 지방 건설업계는 고사 위기에 내몰려있다.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을 보면 올해 들어 11월까지 27개 건설사가 부도를 신고했다.전년동기 13곳대비 2배이상 늘어난 수치로 연간통계로 따져도 2019년 49곳 이후 5년만에 가장 많다.특히 자금력과 브랜드경쟁력이 약한 지방건설사부터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올해 부도 건설사중 85%가 지방업체로 지역별로 보면 △부산 6곳 △전남 4곳 △경남 3곳 순으로 많았다.향후 전망은 더욱 어둡기만 하다.무엇보다 지방 분양시장이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지난 10월기준 준공후 미분양(악성 미분양)은 1만8307가구로 이중 1만4464가구(79%)가 지방에 몰렸다.대규모 미달사태가 빈번한 가운데 청약자가 아예 0명인 분양사업지까지 나오고 있다.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10월 강원 인제에 공급된 '인제 라포레 아파트(121가구)', 11월 충남 공주에 분양한 '유구CITY아파트(44가구)' 등은 청약신청이 단 한건도 없었다.고환율로 인한 자재값 추가인상도 지방 중견건설사들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12·3 비상계엄'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및 폐기 등 정국 불안이 이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1430원대까지 뛰었다. 고환율은 자재값 수입비용 증가로 이어져 공사비 상승을 야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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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선 내년부터 지방건설사들 줄도산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이미 지역 1·2위를 다투는 시평순위 100위권내 건설사들마저 극심한 실적부진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부산 1위 동원개발(31위)은 3분기 64억원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같은기간 매출도 985억원으로 전년동기 1842억원대비 46.5% 줄었다.특히 3분기 기준 매출원가율이 102%에 달하면서 공사를 해도 손해만 보는 상황에 놓였다.대구·경북 1위 HS화성(옛 화성산업, 47위)도 3분기 매출이 1333억원, 영업이익이 41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41.7%, 37.6% 감소했다.당기순이익 경우 지난해 53억원에서 올해 -31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강원 2위 건설사 요진건설산업(80위)은 지난해말 기준 영업이익이 85억원으로 전년동기 221억원대비 61.5% 급감했다.미분양물량인 미완성주택 재고자산이 1년새 91억원에서 290억원으로 3배이상 뛰며 재무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까지 부도를 내는 건설사가 늘어날 수 있다"며 "특히 내년엔 입주물량이 줄어 지방건설사들의 어려움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중견건설 A사 관계자는 "주택사업 부진도 심각하지만 더 큰 문제는 내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삭감으로 공공공사 발주까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며 "공공공사 일감까지 줄면 지방건설사들이 버텨낼 재간이 없다"고 우려했다.중견건설 B사 관계자는 "주택이든 공공이든 내년이 올해보다 더 힘들 것"이라며 "일단 자재값과 미분양부터 잡혀야 지방 중견·중소건설사 숨통이 트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