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에 걸친 '철피아' 비리 문제… 2024년 국감에서 재점화경영진은 원론적 대책 되풀이… "현 상황 제대로 파악 못 해"10년 전 국감서도 '철피아' 질타… '부패의 온상' 비판 잇따라
  • ▲ 지난 11일 오전 대전 한국철도공사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이성해 국가철도공단 이사장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 11일 오전 대전 한국철도공사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이성해 국가철도공단 이사장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국가철도공단 전·현직 임원들이 수억원대 뇌물수수 사건으로 재판을 받거나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는데도 공단이 미온적 태도를 보여 공분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수십 년에 걸쳐 공단의 비리가 극심해 '철피아(철도+마피아)'란 오명까지 뒤집어쓴 만큼 이제라도 악습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18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국가철도공단 전 기술본부장인 A 씨는 2018년부터 약 4년간 열차 선로 공사를 낙찰받은 업체들로부터 수억 원 상당의 뇌물을 받아 챙긴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재판받고 있다. 

    A씨는 공사 편의를 대가로 6600만원 상당의 롤렉스 시계와 1억8000만원 상당의 벤츠 등을 제공받았으며 특정 업체에 전차 선로 공사를 주라는 불법 하도급을 지시했다. A씨는 법정에서 혐의를 일부 부인하고 있으나, 검찰은 현직 공단 임원들을 추가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2022년부터 공단 관계자의 뇌물수수 관련 수사에 착수했지만 공단이 이를 전혀 모르고 있다가 수사 결과가 발표되자 그제야 관련 대책을 내놨다.

    이와 관련,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철도공단과 마피아를 합친 '철피아'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뇌물 문제가 반복되고 있지만 공단이 미온적인 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철피아 문제는 청렴도뿐만 아니라 국민의 안전과도 직결되는 문제"라고 질책했다.

    철도공단은 국민권익위원회 종합청렴도 평가에서 4년 연속 4등급을 받았는데 5등급을 받은 기관이 없어 사실상 최하위 수준이다. 이소영 의원이 "국민의 의심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는 과감한 혁신 방안을 고민해 제출해달라"고 강조한 이유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도 "낮은 청렴도에 대해 철도공단에 답변을 요구했지만 코로나19를 겪으며 생긴 내부 직원 간 인식차 때문이라는 답변을 받았다"며 "현 상황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런데도 이성해 철도공단 이사장은 "의원들의 의견을 토대로 청렴도를 올릴 수 있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해 제출하겠다"며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해 질타가 쏟아졌다. 정작 공단이 뒤늦게 발표한 비위 근절 특별 대책마저도 '법에 따라 엄중히 대응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해 비리 철폐에 대한 의구심을 피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최근 국가철도공단 전·현직 임원들의 비리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지만 사실 공단의 비리 문제는 과거부터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단지 지난 국감 시즌 때 철도와 마피아의 합성어인 철피아란 이름으로 재조명됐을 뿐이다.

    '철피아'란 단어가 사람들의 뇌리에 다시 박힌 건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확히 10년 전인 2014년 국감에서도 철도공단의 비리는 화젯거리였다. 당시 국감 위원들은 공단의 미흡한 철도 안전과 철도 비리, 부채 문제의 근원을 전관예우 관행을 골자로 한 인사 비리에서 찾았다.

    당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을 보면 공단과 공단 퇴직자의 유착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2009∼2012년 사이 공단 퇴직자는 217명인데 이 중 37%(81명)가 철도 관련 민간업체에 재취업했으며 임원급의 경우 민간기업 재취업률이 절반(19명 중 9명)에 달했다. 

    아울러 2009년부터 2014년 6월까지 민간기업에 재취업한 공단 퇴직자 55명 가운데 38명(66%)이 철도고 출신인데 감사원이 공단이 발급한 재취업자에 대한 경력확인서를 확인한 결과 상당수가 허위로 밝혀졌다. 또 2013년 8월 기준 공단 퇴직자 177명이 재취업했는데 대부분 종합 건설사와 철도 용역업체로 이동해 '고위직 퇴직자 재취업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강영일 당시 공단 이사장은 2014년 2월 취임과 함께 우선 '철피아'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그해를 '청렴 원년'으로 선포하고 윤리경영을 위한 인적·제도적 혁신에 나섰지만, 이러한 선언이 무색할 만큼 십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현 경영진은 여전히 비리의 굴레를 끊어낼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 안팎에선 "철도 공단 이사장이 부하직원이 구속돼 수사받는 것도 모른다는 게 말이 되나", "비리를 알고도 진상 파악을 안 하고 있는 것은 직무 유기 아닌가" 등의 비판이 나오고 있고 국감을 지켜본 네티즌들도 "철도공단은 같은 경쟁사가 없는 독점기업이라 부패의 온상이 되고 있다. 혁신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전관예우 집단"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