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간밤 FOMC서 0.25%p 추가 인하…한미 금리차 1.50%p금리 인하 속도 조절 시사에 환율 15년 만에 1450원대 마감美 10년물 국채금리 6개월만 최고치…한은 금리 인하 스텝 꼬여
  • ▲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뉴시스
    ▲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탄핵 사태 충격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국내 금융시장에 미국발(發) 겹악재가 들이닥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하 속도와 폭을 축소할 것이란 전망에 원화 가치와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다. 원‧달러 환율은 15년 만에 1450원을 웃돌았으며, 증시는 급락했고, 국채금리도 급등하며 출렁였다. 

    ◇ 국내 증시 급락…금리 인하‧고환율‧반도체 부진 삼중고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48.50포인트(1.95%) 내린 2435.93에 장을 마쳤다. 이날 지수는 전장보다 57.88포인트(2.33%) 하락한 2426.55로 출발한 뒤 2430~2440선에서 등락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개인이 8027억 원을 순매수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296억 원, 5075억 원을 순매도하면서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코스닥지수도 13.21포인트(1.89%) 내린 684.36으로 마감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개인이 1420억원 어치를 사들였고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00억 원, 1138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날 국내 증시는 ▲금리 영향에 따른 위험자산 선호 축소 ▲외국인 자금 이탈 및 달러 강세 ▲반도체 실적 부진 영향 등 삼중고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미국 연준은 지난 18일(현지 시각)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4.25∼4.50%로 종전 대비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번 인하 결정으로 한국(3.00%)과 미국(4.25∼4.50%)의 금리 차이는 기존 1.75%포인트에서 1.50%포인트로 좁혀졌다.

    미국 기준금리는 이로써 지난 2022년 12월 수준으로 돌아갔다. 연준은 이달 금리 인하로 올해 하반기에만 3회 연속 긴축완화 조치를 취했다. 지난 9월 금리를 50bp 인하한 데 이어 11월에는 금리를 25bp 추가 인하했다.

    하지만 연준이 향후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연준은 이날 새로 내놓은 점도표(향후 금리 수준 전망을 표시한 도표)에서 내년 말 기준금리 전망치로 3.9%를 제시했다. 기존 9월 전망치(3.4%)보다 0.5%포인트나 높아진 것으로, 현재 금리 수준을 고려하면 내년에 당초 예상한 '네 번'이 아니라 '두 번' 정도만 더 내리겠다는 뜻이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우리는 (금리 인하) 과정에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라며 "그동안 기준금리를 100bp(1bp=0.01%포인트) 내렸고 중립 금리 수준에 현저하게 접근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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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권 금리 급등…한국은행 금리 셈법 더 복잡해져

    연준이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함에 따라 원‧달러 환율은 큰 상승 압력을 받았다. 

    실제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6.4원 급등한 1451.9원에 주간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1450원대에 진입한 것은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정점에 달했던 지난 2009년 3월 16일 이후 15년 9개월 만에 처음이다.

    개장 초부터 환율이 폭등하자 한국은행, 기획재정부 등의 수장이 직접 나서 추가적인 시장 안정 조치를 예고하는 등 시장의 패닉 심리를 잠재우기 애썼으나 역부족이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강달러 환경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Fed의 금리 인하 기대 후퇴와 이에 따른 미국 외 지역과의 금리차 축소가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라며 "상반기까지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 압력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라고 내다봤다.

    채권시장도 출렁였다. 이날 국고채 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은 전일 대비 6.7bp 오른 2.603%로 마감했다. 5년물과 10년물, 30년물도 각각 8.6bp, 7.6bp, 5bp 올랐다. 채권시장은 FOMC 경계감과 추경 등 국내 이슈가 더해져 최근 급등락을 해왔는데 이날도 큰 폭으로 출렁였다.

    일각에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의 스텝이 꼬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달러 현상이 지속되면서 한은으로서는 환율 상승을 자극하는 기준금리 인하를 더 이어가도 될지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고환율 상황이 이어질 경우 금융은 물론 실물경제 타격이 불가피하다. 물가상승으로 내수 경기도 더 악화할 수 있다. 또 금리를 낮추면 시장에 돈이 돌고 민간소비와 투자가 살아나는 효과를 봐야 하는데, 반대로 높은 환율이 경기 회복을 짓누르는 악순환 구조로 흘러갈 우려가 커진다.

    수출 둔화, 내수 회복 지연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한은이 기준금리를 더 낮춰 경기 부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지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경기 부양에 방점을 찍었던 지난 11월 금통위 때와 비교해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총재는 앞서 지난 17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에서 임시 금통위를 통한 기준금리 인하 계획에 대한 질문에 "검토하지 않고 있다"라고 부인했다.

    또 기준금리보다는 재정을 통한 경기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18일 기자간담회에서는 "경기 하방 압력이 큰 상황에서는 가급적 여·야·정이 빠르게 합의해 새로운 예산을 발표하는 게 경제 심리에도 좋다"라며 "경기를 소폭 부양하는 정도의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