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 심화 영향M&A 절반이 9월 20일 이후반도체 소재·아날로그 칩 집중中 해외 기업도 가리지 않아당분간 M&A 지속 늘어날 듯 국내 반도체업계도 M&A 주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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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이 올해 들어 반도체 분야에서만 31건의 인수합병(M&A)을 단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이 격화하면서 중국이 반도체 기술 자립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30일 중국 상하이 이차이글로벌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반도체 분야에서만 31건의 인수합병(M&A)이 발생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절반에 가까운 14건이 반도체 소재와 아날로그 칩 분야에 집중됐다. 반도체 소재 분야에서는 7개 기업이 M&A를 추진했는데 이 종 3곳이 실리콘 웨이퍼 제조업체인  Li-on, TCL중환, 그림 반도체 소재 등이었다. 아날로그 칩 분야에서도 Convert, 헤일로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BPS, 노보센스 등 7개 기업이 M&A를 단행했다. 

    자국기업 뿐 아니라 해외기업과 체결한 M&A도 4건에 달했다. TCL중환은 싱가포르 MAXN가 전액 출자한 자회사 SPML의 지분 100%를 인수했으며, 이 밖에도 중국기업들은 프랑스 반도체 제조공정기업 DGT 지분 70%, 독일 헤레우스 코나믹 영국 유한회사 지분 100%, 프랑스 반도체 제조공정 소재 기업 INOFINE 지분 80% 등을 줄줄이 사들였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활발한 M&A는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 심화로 인한 기술 자립화 일환으로 분석된다. 실제 양국 간 패권경쟁이 치달은 올해 하반기 중국기업들의 M&A가 줄을 이었다. 31건의 M&A 가운데 19건이 지난 9월 20일 이후 이뤄졌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 산업을 전략적 핵심 산업으로 지정하고, 다양한 정책을 통해 국내 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9년 기준 15.7%에 불과했던 반도체 자급률을 2025년까지 70%로 끌어올리는게 목표다.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한 M&A에도 우호적인 환경이 마련됐다. M&A는 규모의 경제 실현을 통한 시장지배력 강화 외에도 글로벌 반도체 주도권 확보, 이종 산업간 M&A를 통한 다양한 분야에서의 기술 수요 대비 등 다양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앞서 상하이와 선전은 각각 2025~2027년을 목표로 한 반도체 인수합병 및 구조조정 지원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M&A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 조달을 지방 정부가 지원하거나 금융기관과 협력할 수 있도록 하고 반도체 기업이 지역 생태계에 기여할 경우 보조금 지급하도록 하는 식이다.

    반면 한국 반도체기업의 경우 올해 들어 눈에 띄는 M&A가 없었다. 유수의 해외기업에 펀드 등을 통해 투자하는 경우는 있었으나 직접적인 지분 확보나 기업을 사들인 경우는 없다. 수출 부진과 원·달러 환율 고공행진, 정치적 불확실성 등 대내외 악재에 짓눌려 미래 먹거리 확보에 경쟁에 뒤쳐지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선 당분간 중국의 반도체분야 M&A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국내 기업들 또한 M&A를 통한 적극적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반도체 기술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보유하고, 신시장을 개척하려면 보다 넓은 시각으로 해외 기업 인수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중국 반도체업계는 자금 조달을 위한 상장에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에는 구조조정과 M&A를 통해 밸류체인 형성, 기술 경쟁력 확보 등에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라면서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자금 및 정책 지원을 통해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기술 격차를 줄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