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자 미국 주식 보관액 역대 최대…15조원 순매수국내 증시 순매수액 1조원대 그쳐…코스피서 5조원 순매도증권가 “미 증시 주도 강세장 분위기 한동안 이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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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내 증시는 대내외 불확실성 속 전 세계적으로 바닥권 수익률을 기록하며 부진한 한 해를 보냈다. 반면 뉴욕 증시는 압도적인 강세를 보이면서 미국 시장으로 투자이민을 떠나는 서학개미가 급증했다.31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연초 이후 이달 30일까지 미국 주식 105억1477만달러(한화 약 15조4756억원)를 순매수했다. 지난해에는 28억2626만달러(약 4조1597억원)를 순매도했지만, 올해부터는 매수 우위 흐름을 나타냈다.같은 기간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27일 기준 1146억1426만달러(약 168조6893억원)로 전년 말(680억2349만달러·약 11조8090억원)보다 68.49% 늘었다. 보관액이 1000억달러를 돌파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또한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거래량(매수·매도 건수의 합)과 거래대금(매수·매도금액의 합)은 각각 1226만건, 5062억4048만달러(약 745조847억원)로 지난해 대비 19.73%, 85.29%씩 증가했다. 특히 지난 11월에는 거래액 635억달러(약 93조원)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반면 개인투자자들의 국내 양대 시장에서의 순매수액은 1조748억원에 그치며 미국 주식 순매수액을 크게 밑돌았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5조3546억원어치를 팔아치웠고 코스닥 시장에서는 6조4014억원어치를 사들였다.이는 국내 증시가 올 한해 부진한 수익률을 기록한 것과 달리 뉴욕증시 3대 주가지수는 압도적인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실제 코스피·코스닥 지수는 연초 이후 각각 9.63%, 21.74% 빠졌지만, 나스닥 종합지수는 29.81%나 급등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각각 12.96%, 23.84% 상승했다.올해 뉴욕증시는 인공지능(AI), 빅테크에 대한 기대감으로 강세를 보였다. 지난 11월부터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제47대 미 대통령 당선에 따른 ‘트럼프 트레이드’와 구글의 양자컴퓨터, 테슬라의 로보택시 등 신기술들이 주목받으며 상승장을 이어갔다.하지만 국내 증시는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의 실적 하향을 시작으로 경기 부진 우려, 트럼프 리스크, 국내 정치 불안 등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내년 금리인하 속도 조절 방침으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이 가속화한 점도 하방 압력을 가중했다.시장에서는 미국 증시의 강세장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토스증권은 “최근 미국의 실업률이 높아지고 임금도 둔화하고 있지만, 경제에 큰 충격이 찾아올 정도의 상황은 아니며 미국 기업들의 이익 성장에 기반이 되는 경제 환경은 여전히 탄탄할 것”이라며 “미국 기업들의 이익 성장률은 내년에도 높은 수준을 이어갈 전망으로 미 증시가 주도하는 강세장의 분위기는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백찬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뤄졌던 투자의 재개와 감세 정책에 따른 경기 개선 기대감이 있다”며 “경기 펀더멘털이 개선된다는 점에서 밸류에이션 부담에도 불구하고 주가의 완만한 우상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반면 한국 증시가 내년부터는 회복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는 글로벌 증시와 비교했을 때 미리 조정받았고, 실망감이 누적돼 투자심리가 더 이상 악화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어려운 시점을 지나고 나면 이미 낮아진 밸류에이션 매력, 관세 부과 등 트럼프 정책에 대한 대응, 글로벌 금리인하 등과 함께 회복의 시기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가 하락으로 한국 증시는 가치 투자자라면 충분히 투자를 고민해볼 만한 가격대가 됐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