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록장치와 음성기록장치 모두 기록 정지전원공급 중단 추정 … 사고 조사 장기화 불가피
  • ▲ 제주항공 참사 2주째인 지난 11일 오전 무안국제공항 사고 현장에 방수포로 덮인 기체가 놓여있다ⓒ연합뉴스
    ▲ 제주항공 참사 2주째인 지난 11일 오전 무안국제공항 사고 현장에 방수포로 덮인 기체가 놓여있다ⓒ연합뉴스
    제주항공 사고기의 블랙박스인 비행기록장치(FDR)와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 모두 충돌 전 마지막 4분간의 기록이 저장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항공 운항 전문가들은 전원 '셧다운(공급 중단)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사고기가 조류와 충돌한 후 양쪽 엔진이 고장 나 기체가 전원 셧다운되면서 기록이 끊겼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12일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원인을 조사 중인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에 따르면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에서 사고기 FDR과 CVR을 분석한 결과 항공기가 로컬라이저에 충돌하기 약 4분 전부터 두 장치 모두에 자료 저장이 중단된 것으로 파악됐다. 사조위는 사고 조사과정에서 자료가 저장되지 않은 원인을 확인할 계획이다.

    사고기는 지난달 29일 오전 9시 3분께 무안공항 활주로 끝단의 로컬라이저가 설치된 콘크리트 둔덕과 충돌하며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당일 오전 8시 57분 무안공항 관제사는 사고기에 조류와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을 경고했다. 기장은 2분 뒤인 8시 59분에 조류 충돌로 인한 메이데이(조난 신호)를 외친 후 복행을 통보했다.

    사조위 설명에 따르면 블랙박스에는 기장이 메이데이를 선언한 무렵부터 고도를 높였다가 착륙을 시도할 때까지의 상황을 담은 자료가 남아 있지 않았다. 이들 장치에 기장의 메이데이 선언 순간이 기록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항공기 블랙박스는 전원이 공급되지 않을 경우 기록이 중단된다. 사고기에는 이럴 때 비상용 배터리 역할을 하는 보조장치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기의 전파 기반 항공기 추적 시스템(ADS-B) 역시 오전 8시 58분 50초를 끝으로 정보 송출이 끊긴 것으로 확인됐다. 사조위는 사고 순간을 재구성하기 위해 무안공항 관제 기록과 사고 순간을 담은 영상물은 물론 현장 잔해 부품 등도 분석을 이어가고 있다.

    사조위 관계자는 "조사는 CVR과 FDR 자료만이 아닌 다양한 자료에 대한 분석 등을 통해 이뤄진다"며 "자료 저장 중단 원인이 엔진 동력 상실인지 연결 케이블 장치 오류인지 등을 밝히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가리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