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2주만에 1470원 돌파, 1500원대 목전고용지표 충격과 트럼프 관세 정책 등 고환율 장기화 예상4대 금융지주 CET1 목표치 13% 사수 관건주주환원 및 투자 활동 제동…"RWA 관리 노력 병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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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달러 여파로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주주환원 정책에 비상등이 켜졌다. 주주환원을 뒷받침하는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하락 추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면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을 꾀하는 4대 금융지주의 셈법도 복잡해졌다.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2기 출범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편적 관세 부과 우려와 미국 경제 예외주의가 겹치면서 달러당 원홧값의 장기적인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원·달러 환율은 13일 기준 전 거래일 1465.0원보다 오른 1470.8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주간 거래 종가가 1470원대로 오른 것은 지난달 30일(1472.5원) 이후 2주 만이다.이는 미국 고용지표가 예상을 웃돈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이 커진 데 따른 영향이다. 미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는 전달 대비 25만 6000명 증가하며 다우존스 전망치(15만 5000명)를 상회했다.고용지표 충격으로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은 4.8%에 근접했으며, 30년물 금리는 한때 5.0%를 돌파했다. 연준에서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분위기가 강해지며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졌다.미국 경제가 나홀로 견조한 상황을 나타내는 예외주의도 달러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특히 오는 20일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의 정식 출범 이후 본격화할 자국 우선주의에 따른 관세 정책은 강달러 장기화를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는 "중국에 60% 고관세, 한국에 10% 관세를 부과한다"고 언급했다.이에 4대 금융지주의 배당 여력 지표인 CET1가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CET1은 금융사의 보통주 자본을 위험가중자산(RWA)으로 나눈 값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주주 배당 여력이 높다고 여겨진다. 원화 기준인 RWA는 환율이 급상승하면 외화 대출자산이 더 불어나게 돼 CET1 비율의 하락요인이 된다.결국 위험가중자산이 늘어나면 CET1이 줄어들고 이는 주주환원 여력 축소로 이어지는 구조다. 고환율로 위험가중자산이 증가할 경우 환차손이 커지면서 CET1 비율 관리에도 차질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통상 시장에서는 원·달러환율이 10원 오를 경우 4대 금융지주의 CET1이 0.01%~0.03% 하락하는 것으로 추산된다.4대 금융지주는 한국거래소의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속해 있으며, CET1을 13% 이상으로 관리해 주주환원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4대 금융지주의 CET1은 ▲KB금융(13.8%) ▲신한지주(13.13%) ▲하나금융지주(13.17%) ▲우리금융지주(11.96%) 등으로 집계됐다.양종희 KB금융 회장은 연초에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친필 서한을 발송하고 밸류업 계획 이행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을 포함한 임원진은 자사주 7500주를 매입했으며,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을 필두로 한 임원들도 지난해 말 자사주 9350주를 사들였다.하지만 치솟는 고환율에 KB금융을 제외하고는 CET1 비율 기준을 달성하는 데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의무적 비율인 11.5%에 못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해당 수준을 못 맞추면 배당·상여 지급 제한 등 조치를 받을 수 있다.업계에서도 4대 금융지주가 공약했던 CET1 비율 13%는 강달러 장기화를 감안했을 때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렇게 되면 주주환원은 물론, M&A 등 투자 활동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정희수 하나금융연구소장은 "환율이 안정될 때까지 금융사가 자산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한 RWA 관리 노력을 병행하고 자본을 효율적으로 배분해야 한다"며 "해외 금융사처럼 신용위험공유거래(CRT) 방식의 시장 조성도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