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이어 국민은행도 파업 수순… 14일 쟁의행위 투표 가결성과급(보로금) 300%‧격려금 천만원 요구… 신한‧하나는 200%대 성과급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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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노조들이 지난해 역대급 성과를 이유로 대규모 성과급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경기침체 지속, 내수부진 심화, 원·달러 환율 상승세 등으로 자영업과 중소기업들이 그 어느 때보다 위기에 내몰리는 가운데 '나홀로 돈잔치'를 벌이자며 은행 측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몇몇 은행 노조는 사측의 태도가 미온적이라며 파업 카드부터 꺼내들었다. 매년 이맘 때쯤 성과급을 더 달라며 부는 바람인데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그 세기가 거세다.IBK기업은행에 이어 KB국민은행까지 전년 대비 임금과 성과급 인상 요구를 안 들어주면 2차, 3차 연이은 파업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황금 철밥통'이 고객을 볼모로 협박을 하고 있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KB “성과급(보로금) 300%”‧기은 “인당 1600만원 보상… 불수용 시 업무 마비”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 노조가 전날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총파업) 찬반투표'를 한 결과 찬성률 95.95%로 가결됐다. 국민은행이 파업절차를 밟게 되면 2019년 이후 6년 만의 총파업이다.노조는 통상임금의 300% 수준의 특별보로금과 특별격려금 1000만원, 중식대 통상임금 반영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ELS(주가연계증권) 배상 충당금(8620억원) 등 비용 문제를 이유로 노조 측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4대 은행 가운데 국민은행을 제외한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은 모두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타결했다.이들 세 은행 모두 임금인상률은 일반직 기준 2.8%로 전년 2.0%에서 0.8%포인트 높아졌다. 성과급도 작년보다 늘어났다.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올해 성과급으로 기본급의 280%를 책정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여기에 신한은행은 현금성 포인트인 마이신한포인트 지급액을 100만포인트에서 150만포인트로 늘렸다. 하나은행 역시 현금 지급액을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늘리고, 복지포인트를 50만원 확대했다.우리은행은 2024년 결산이 끝난 후 성과급 규모를 결정하는데 우선 현금성 포인트를 지난해 200만원에서 올해 300만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은 4대 시중은행보다 30% 이상 적은 ‘임금 차별’을 이유로 파업에 돌입했다. 4대 시중은행의 작년 말 기준 평균 연봉은 1억1368만원으로 기업은행(8528만원)보다 33.3%(2840만원) 많다.기업은행 노조는 특별성과급과 우리사주, 보상 휴가(시간 외 수당)를 금액으로 환산해 1인당 1600만원의 현금성 보상을 지급하라고 요구한 상태다.그러나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은 공공기관으로 분류돼 기획재정부의 공무원임금 가이드라인을 적용받고 있다. 사측 권한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기은 노조는 결국 공공기관 제외 요구까지 추가하며 2차, 3차 파업까지 불사한다는 계획이다.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모든 점포가 마비되는 총파업이 될 것”이라며 “은행과 정부가 우리 공공노동자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2·3차 총파업을 통해 은행 업무를 모두 마비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연봉 1억 은행권 파업… 이자장사 덕 ‘돈 잔치’ 비난금융권 안팎에서는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정책에 따라 대출 금리는 올리고 예금 금리는 내리면서 이자 이익 확대로 손쉽게 호실적을 낸 와중에 돈 잔치를 벌이고 있다며 따가운 눈총을 보내고 있다.실제로 작년 3분기까지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은행의 순이익만 11조7000억원으로 전년보다 4% 가량 늘었다. 은행 영업이익의 90% 이상은 이자 이익에 의존하는 실정이다.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나 글로벌 시장을 개척해 이익을 낸게 아니라 대출과 예금 금리 차이를 갖고 막대한 이익을 거뒀다는 점에서 현재의 성과급 요구에 대해 수긍할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경기 침체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등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나 홀로 '돈 잔치'를 벌이는 모습”이라고 말했다.이어 “관치를 탓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는 주요국 가운데 금융경쟁력 역시 뒤처진 상황이라 고객을 볼모로 은행원들이 철밥통을 지키려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