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 페브리즈 일부 제품 용량 40% 줄이고 가격 변동無작년 3분기까지 48개 제품 슈링크플레이션으로 적발미국·프랑스 대응 강화… 공정위·식약처 법적 제재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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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형마트 ⓒ연합뉴스
정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제품 가격을 유지하면서 용량을 줄여 사실상 가격 인상을 시도하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이 여전하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줄어들다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을 결합한 용어다. 기업이 원가 상승 압박을 받을 때 소비자의 강한 반발을 초래할 수 있는 가격 인상 대신 제품의 양을 줄이는 방식을 택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가 이를 규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음에도 현장에서는 소비자 모르게 제품 용량을 축소하는 행태가 지속되고 있다.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생활용품 업체인 한국P&G는 지난해 6월에 페브리즈 공기 탈취제를 리뉴얼하면서 용량을 기존 275g에서 165g으로 40% 줄였다. 그러나 가격은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했다. 이는 소비자에게 별도의 안내 없이 이뤄져 사실상 가격 인상으로 볼 수 있다.
P&G 뿐만 아니라 다른 업체에서도 소비자 안내 없이 슈링크플레이션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주요 8개 유통업체를 통해 지난해 3분기 약 26만개의 제품을 모니터링한 결과 총 4개의 제품이 적발됐다.구체적으로 국내 제품은 오성푸드가 만들고 동원F&B가 판매하는 즉석조리식품 더반찬 해녀의부엌 제주뿔소라 미역국(냉동), 고집쎈청년이 제조·판매하는 스낵 고집쎈청년 수제 오란다 등 2개다. 더반찬은 지난 7월 용량을 600g에서 550g으로 8.3%, 고집쎈청년은 지난 9월 500g에서 450g으로 10% 각각 감소했다.러쉬코리아의 러쉬 더티 스프링워시 샤워젤 스피어민트향 2종류가 적발됐다. 러쉬코리아는 지난 7월 280g짜리 제품을 250g으로, 560g은 500g으로 10.7%씩 줄였다. 앞서 지난해 상반기에만 44개(1분기 33개, 2분기 11개) 제품이 적발되기도 했다.정부는 이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제재도 마련했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8월 슈링크플레이션을 제재하기 위해 소비자기본법 제12조 제2항을 근거로 사업자의 부당한 소비자거래행위를 지정 고시한 내용을 개정했다.
개정안에는 제품 제조업자가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고 용량 등을 축소하는 행위를 부당한 소비자거래행위로 명시했다. 대상 제품은 가공식품 80개 항목과 일용잡화·생활용품 39개 항목으로 제조업자는 용량 축소 시 변경일로부터 3개월 이상 소비자에게 이를 고지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었다.
다만 업계에 부담을 줄 우려가 있으므로 삭제하고 용량·규격 등 변동비율 5% 이하는 슈링크플레이션과 직접 관련 없는 미세한 변동에 해당하므로 관련 규정에서 제외했다. -
- ▲ 공정거래위원회 ⓒ뉴데일리DB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올해 1월부터 소비자가 슈링크플레이션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제도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반하면 시정명령, 품목 제조정지(15일 또는 1개월) 등 순차적인 행정처분이 내려진다. 다만 출고가격이 함께 조정돼 단위가격이 상승하지 않거나 내용량 변동 비율이 5% 이하인 경우는 표시 대상에서 제외한다.
국내 뿐만 아니라 이미 해외에서도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한 대응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 의원을 비롯한 미국 민주당 의원들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슈링크플레이션 단속 요청에 응해 법안을 발의했다. 프랑스 역시 가격은 고정된 채 용량이 줄어든 제품에 대해 소비자들이 이를 명확히 알 수 있도록 슈퍼마켓이 해당 정보를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규정했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기업들이 소비자들에게 가격이 인상되지 않은 것처럼 보이도록 유도하기 위해 가격은 그대로 둔 채 제품의 용량을 줄이는 방식을 사용한다"며 "이는 소비자를 기만해 관련 제품을 판매하고 이를 통해 재산상의 이득을 취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제품 용량이 줄어든 사실을 고지했더라면 소비자들은 해당 제품을 선택하지 않았거나 그로 인해 기업이 얻는 경제적 이익이 줄어들었을 것"이라며 "용량 축소 사실을 고의로 고지하지 않은 행위는 사기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