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16일 통화정책방향회의 통해 기준금리 3.00% 동결 결정 정국 불안에 따른 원·달러 환율 급등에 외환시장 안정 방점트럼프 2기 출범, 연준 기준금리 결정 등 고려해 2월 추가 인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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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새해 첫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배경 가운데 정국 불안에 따른 원·달러 환율 급등이 첫번째로 꼽힌다.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환율 변동성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외환시장 안정에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다만 국내 경기부진 양상, 낮아지는 성장률 전망 등을 지켜보며 다음달 인하에 나설 거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전문가들은 오는 28~29일(현지시간) 열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결정과 향후 전망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거라 예상된다.◇ 한은, 기준금리 3.00% 동결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16일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3.00%)으로 유지하기로 했다.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융·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국내 정치 불확실성 증대, 미 연준의 금리인하 속도 조절 가능성 등의 영향으로 큰 폭으로 상승했다"며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관점에서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앞서 한은은 지난해 10월과 11월 연속으로 0.25%포인트(p)씩 금리 인하를 단행, 기준금리가 3.5%에서 3%로 낮아졌다.계엄·탄핵 사태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데다 내수 경기 둔화에 직면한 상태다. KDI(한국개발연구원)은 2년 만에 '경기 하방 위험' 진단을 내놨다. 생산 증가세가 둔화된 데다가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경제 심리가 악화하고 있다는 점에서다.실제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100.7) 대비 12.3p 하락하면서 코로나 팬데믹 이후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 11월 수출 증가율은 1.4%로 올해 들어 최저치인데다 4개월 연속 감소하는 추세다. JP모건 등 주요 글로벌 IB(투자은행)들은 최근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대 중후반에서 1%대 초중반으로 낮춰 잡았다.한은은 "향후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내수 회복세가 예상보다 더딜 것"이라고 봤다. 지난해와 올해 성장률이 작년 11월 전망치(2.2%·1.9%)를 밑돌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높아진 환율이 상방요인으로 작용하고 국제유가 움직임, 국내외 경기 흐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이 총재는 "정치적 리스크 확대로 성장의 하방위험이 증대되고 경제전망의 불확실성도 커졌다"며 "향후 통화정책은 국내 정치 상황 및 대내외 경제정책 변화와 이에 따른 물가, 가계부채 및 환율의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를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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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00원 넘보는 환율, 강달러 압력 부담원·달러 환율은 연준의 매파적 금리인하를 통해 지난해 말 1450원을 돌파했다. 이후 계엄 등 불안정한 국내 정치 요인과 2기 출범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편적 관세 부과 우려가 맞물리면서 지난달 달러당 원홧값은 1500원을 향해 치솟았다. 강달러 압력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한은이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환율 급등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수입 제품의 전반적인 가격 수준은 2.4% 높아졌다. 지난해 12월 기준 수입물가지수(원화 기준 잠정치·2020년 수준 100)는 142.14로, 11월 대비 2.4% 올랐다. 수입물가지수는 지난해 10월부터 석 달 연속 상승했으며, 12월 상승률은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까지 낮아질 경우 원화 가치가 더 떨어지며 환율 상승세를 부추기게 된다. 미 국채 10년물과 우리 국채 10년물 금리 역전 폭도 2%p에 육박하며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특히 한미 금리 역전차가 확대되면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가치 하락세가 더욱 커질 거란 우려가 높다. 연준은 지난해 세 차례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4.25~4.5% 수준으로 맞췄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3%로 양국의 격차는 상단 기준 1.50%p다. 한은이 이날 금리를 내릴 경우 해당 격차는 1.75%p로 더욱 벌어진다.지난달 한국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서 5조 7000억원에 가까운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대 수준의 유출이다. 지난해 12월 외국인 주식자금은 25억 8000만 달러가 빠져나가면서 다섯 달 연속 순유출을 기록했으며, 외국인 채권자금도 12억 8000만달러 순유출됐다.◇ 美 연준 기준금리 동결 우세… 한은 2월 금리인하 가능성도연준이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를 동결할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 상태다. 한은 뉴욕사무소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IB 10곳 중 2곳이 연준의 올해 금리인하 횟수를 '0회'로 전망했다.실제 미국 노동시장의 수요 흐름을 보여주는 구인 규모는 지난해 11월 들어 6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서비스업 업황 지표도 예상 수준을 뛰어넘는 호조를 보였다.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에서 연준 위원들이 이달 금리를 동결할 확률을 95.2%로 내다봤다. FOMC는 미국 신정부 경제 정책 변화로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2%)로 수렴해가는 과정이 예상보다 오래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시장에서는 매파로 돌아선 연준의 분위기가 한은의 동결에 힘을 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FOMC를 통해 '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하면서 한은 역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는 것. 이달 말 예정된 연준의 기준금리 결정 등을 지켜보자는 것으로 풀이된다.다만 다음달 국내 정치 불안 요소가 일부 해소되고, 트럼프 행정부의 윤곽이 잡히면서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이 총재도 "대외적인 분위기를 고려해 3개월 내 금리 인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놨다"며 추가 금리 조정을 내비쳤다. 내달 25일 열리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추가 금리인하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