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상생금융' 압박에… 4년 연속 인하업계 "자발적인 것은 아니다"… 수익성 고민 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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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 연휴 귀성길 고속도로(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뉴시스
국내 주요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료 인하 행렬이 이어질 전망이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계속 상승하는 가운데 '울며 겨자 먹기식' 인하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국의 상생금융 의지가 워낙 강한 만큼 이에 부응하기 위한 조치인 것이다.◇자동차보험료 4년 연속 인하 추세31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손보사 가운데 상위권인 현대해상과 KB손해보험 등은 올해 개인용 자동차보험료를 0.5~1.0%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현대해상과 KB손해보험 관계자는 "지금은 인하 폭을 고민하는 단계"라고 말했다.대형 3개 손보사인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는 지난주 업계 선두로 개인용 차 보험료를 비슷한 폭으로 낮췄다. 메리츠화재와 삼성화재는 각각 1.0%, DB손해보험은 0.8% 내리기로 결정했다. 1인당 보험료 부담이 평균 7000원가량 줄어드는 셈이다.이들 3개 손보사를 비롯해 업계의 차 보험료는 4년 연속 인하하는 추세다. 삼성화재는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1.2%→2.1%→2.8% 인하했고, DB손해보험은 같은 기간 1.2%→2.5%→2.5%, 메리츠화재는 1.3%→2.5%→3.0% 각각 인하했다.손보사들이 지난 3년간 차 보험료를 인하할 수 있었던 배경으론 자동차보험 부문 영업이익이 흑자 구조를 유지했기 때문이다.금융감독원의 '2023년 자동차보험 사업실적'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손해보험사 12곳의 자동차보험 매출액은 21조484억원으로 전년(20조7674억원) 대비 1.4%p 증가했다.자동차보험 영업이익은 2021년 3981억원, 2022년 4780억원, 2023년 5539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하지만 업계 전체적으로 자동차보험에서 손익이 악화하고 있다는 분석에 따라 올해 차 보험료 인하는 당초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다.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2월 주요 7개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평균 87.8%로 전년 동기 대비 3.3%p 올랐다.◇손해율 악화에도… 당국 '상생금융' 기조 강경올해 차 보험료 인하를 먼저 발표한 삼성화재·DB손보·메리츠화재도 지난해 누계 손해율은 각각 83.2%(2.1%p↑) 81.7%(3.4%p↑) 82.6%(1.7%p↑)로 집계됐다.하지만 자동차보험 손해율 등 악화에도 손보사들이 차 보험료를 4년 연속 인하하기로 결정한 배경은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기조와 맞닿아 있다. 삼성화재·DB손보·메리츠화재 모두 "서민 경제 고통 분담을 위해서"라고 설명했다.금융위원회는 최근 역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손보사들을 향해 '상생금융' 기조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삼성화재의 누적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3.8% 성장한 1조8666억원으로 집계됐다. 메리츠화재의 3분기 누적 순이익 역시 전년 동기 대비 15.2% 증가한 1조4928억원을, DB손보는 23.7% 증가한 1조5780억원을 달성했다.다만 손해율 악화에 따라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 부문에 대한 수익성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차 보험료 인하가 "자발적인 것은 아니다"라는 것이 업계 전반의 속사정이다.손보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주요 보험사 누적순이익이 이전과 다르게 조 단위를 기록한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회계 기준(IFRS17) 변경에 따라 재무제표상의 변화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서 "숫자가 커 보이지만 업계의 수익성 고민은 여전하다"고 말했다.이어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악화해도 계속 연달아 인하할 수밖에 없는 것은 '상생'을 강조하는 당국의 요청에 부응하는 측면이 더 크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