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속 탄탄한 사업구조로 실적 전망 밝아지배구조 개편 '착착' … 3형제 독립경영 시너지두각 나타내는 첫째 김동관 … 지배력 강화 속도계열사 기업가치 오르며 지분가치 더해지는 선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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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화그룹
장기화된 전쟁 불안감과 트럼프발(發) 불확실성 확산 속에 우리 기업들의 경영 환경이 날로 어려워 지는 가운데 한화 그룹이 똘똘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꾸려내며 선전하고 있다. 좀처럼 기운 내지 못하는 증시 속에서도 한화 그룹 주가는 향후 단단한 실적 전망을 등에 업고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여기에 김승연 회장을 이은 3세 경영 지배구조 개편도 눈에 띄는 진척을 보이는 등 그룹 전반에 활기를 불어넣는 모습이다.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부회장이 방산·조선으로 그룹 내 지배력을 키우는 가운데 차남 김동원 사장은 금융, 삼남 김동선 부사장은 유통·반도체 장비로 영역을 구체화하며 그룹 포트폴리오에 균형이 잡히고 있다.두각 나타내는 김동관, 영향력 부쩍 키웠다14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이사회에서 한화임팩트파트너스(5.0%)와 한화에너지(2.3%)가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 7.3%를 주당 5만8100원 약 1조3000억원에 매입하기로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임팩트파트너스, 한화에너지 등 4개사가 보유했던 한화오션 지분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통합한 것이다.이번 결정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한화오션 지분은 34.7%에서 42%로 확대, 한화오션 최대 주주에 올랐다. 각 계열사에 흩어져 있던 지분이 정리되면서 한화오션에 대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지배력이 강화, 방산과 조선·해양 사업간 시너지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증폭되고 있다.업계에서는 승부사 기질이 강한 아버지 김승연 회장의 DNA를 김동관 부회장이 고스란히 물려받았다고 평하고 있다. 김승연 회장이 화약을 만들던 한화를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금융·에너지 사업으로 확장했다면, 김 부회장은 방산과 조선으로 한화그룹의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다.특히 김동관 부회장이 주도해 2023년 5월 인수한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그룹 핵심 계열사로 급부상하며 김 부회장의 그룹 내 입지가 한층 단단해지고 있다. 김 부회장은 아버지 김 회장이 이루지 못했던 대우조선 인수의 꿈을 15년 만에 성사시키며 ‘한국판 록히드마틴’을 탄생시키는 업적을 세웠다.한화오션의 시가총액은 현재 23조7777억원을 기록 중으로 한화그룹과 인수 본계약을 체결한 2022년 12월 2조원에서 12배 폭증했다. 그룹 내에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시총 24조1580억원에 이어 2위다. 지난해 매출은 2023년 대비 45.5% 증가한 10조7760억원을 기록, 그룹을 대표하는 한화솔루션(12조3940억원) 매출을 바짝 따라잡았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방산 및 조선 특수가 기대되는 상황에서 한화오션의 성장에 기대감이 쏠리고 있다. 한화오션은 미 해군 함정에 대한 유지·보수·정비(MRO) 및 신규 건조 사업 수주에 주력 중이다. 앞서 이를 위해 한화시스템과 함께 약 1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 미국 상선 및 방산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했다. -
- ▲ 한화그룹 오너가(家) 삼형제. (왼쪽부터)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삼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 ⓒ한화그룹
이번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한화오션 지분 매입으로 김동관 부회장의 조선·해양 부문 영향력도 더욱 커지게 됐다. 김 부회장은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전략부문 대표이사를 맡아 그룹 방산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한국 조선업과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 중인 트럼프 행정부와 조선업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하며 사업 확장을 주도할 전망이다.금융과 유통·제조업 반도체 장비까지 … 미래 먹거리 '탄탄'차남인 김동원 사장은 한화생명과 한화투자증권, 한화자산운용 등 그룹 내 금융 분야를 전담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최근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SBVA(전 SoftBank Ventures Asia·소프트뱅크벤처스아시아) 및 셀라돈 파트너스(Celadon Partners)와 AI 및 ICT 분야 혁신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각각 체결하는 등 글로벌 사업역량을 강화하고 있다.삼남 김동선 부사장은 한화세미텍을 포함해 한화비전, 한화갤러리아,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등 유통과 제조업 부문을 책임지고 있다. 김 부사장은 한화호텔앤드리조트를 통해 급식업체 아워홈 인수를 추진 중으로, 아워홈 인수를 위한 특수목적법인(SPC) ‘우리집에프앤비(가칭)’을 설립하고 2500억원을 출자했다. 이를 통해 아워홈 지분 58.62%를 8695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했다.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식품산업 공략을 통해 신성장동력을 마련하는 동시에 다각도의 사업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목표다. 김 부사장이 한화로보틱스, 한화푸드테크 등을 이끌고 있는 만큼 아워홈에 한화의 기술력이 더해지면, 협동로봇 도입 등을 통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고 있는 식자재 업계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김동선 부사장은 유통·서비스 부문 외에 차세대 먹거리 사업에서도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한화정밀기계가 최근 사명을 ‘한화세미텍(Hanwha Semitech)’으로 변경하고 반도체 장비 전문회사로의 도약을 발표한 가운데 김 부사장은 한화세미텍의 미래비전총괄로 합류, 김 부사장의 사업영역도 기존 유통, 로봇에 이어 반도체 장비까지 확대됐다.한화그룹의 3형제 간 사업영역이 구체화하면서 그룹 포트폴리오도 한층 탄탄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전날 한화시스템, 한화오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 등 한화그룹 계열사 주가는 일제히 신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부과 조치로 국내 주식시장이 보합권에서 머무는 상황이어서 한화 계열사들의 상승세가 한층 두드러졌다.재계 관계자는 “방산·항공·우주·에너지 사업, 금융, 유통·로봇·반도체 장비로 삼형제의 사업 영역이 구체화하면서 각 계열사들의 기업가치 증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는 다시 한화그룹 전반의 지분가치 증대로 이어지며 승계 작업도 매끄럽게 진행되는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