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트럼프 관세폭격에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 줄하향생산·소비·투자 트리플 감소 등 경제 전반 위축 뚜렷계엄·탄핵 이슈에 추경 공감대 이루고도 논의 '공전'여야, 3월까지 정부에 추경안 제출 요구하기로 합의 헌재 탄핵심판 선고, '이슈 블랙홀'돼 추경 뒷전 우려
-
- ▲ 부산항 신감만부두와 감만부두,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있다. ⓒ연합뉴스
한국 경제의 저성장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지만, 여야가 국회서 추진하기로 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이 난항이다. 건전재정을 고수하던 정부도 추경 가능성을 열어두는 모습이나, 여야가 추경 방식과 시기를 놓고 줄다리기가 여전하다. 정부, 한국은행, 국책연구기관에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국내 경기 하방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하고 나서, 재정을 풀어 위축된 내수를 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올해 韓 경제성장률 '1%대' 저성장 예상지난해 연말부터 정국 불안이 지속되면서 한국 경제는 연일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OECD는 지난 17일 '중간 경제전망'을 통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로 석달 만에 0.6%포인트(p)나 하향했다. 한국은 대미 무역비중이 높아 미국발 관세전쟁으로 큰 타격이 예상되는 멕시코·캐나다 다음으로 낙폭이 가장 컸다. G20 국가 가운데 멕시코·캐나다에 이어 관세로 인한 무역분쟁의 피해가 클 것이란 분석으로 풀이된다.OECD가 예측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한국은행(1.5%)와 같고 정부(1.8%)와 한국개발연구원(KDI·1.6%) 보다는 낮다.앞서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1.5%로 대폭 낮췄다. 한은은 "미국 관세정책이 지난해 11월 전망 때보다 조기에 높은 강도로 시행돼 글로벌, 국내 실물 경제이 미치는 영향이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발 관세전쟁이 격화하는 '비관적 시나리오'에서는 올해와 내년 경제 성장률이 모두 1.4%까지 낮아질 것으로 추정됐다.KDI도 '3월 경제동향'에서 "우리 경제는 건설업 부진과 수출 여건 악화로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1, 2월에 이어 경기 하방 위험을 직접적으로 거론하며 한국 경제 전반으로 경기 하방 위험이 퍼질 가능성을 경고한 것이다. 앞서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을 지난해 전망했던 수치보다 0.4%p 낮은 1.6%를 제시했다.정부의 경기 진단도 마찬가지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3월호'를 통해 "우리 경제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수출 증가세 둔화, 경제 심리 위축 등 경기 하방 압력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의 경제상황 판단은 지난 1월부터 석 달 연속 '경기 하방 압력 증가' 표현이 이어지며 비상계엄 이후 부정적으로 전환되는 모습이다.실제 지난 1월 통계청의 1월 산업활동동향 지표에서는 경제 활동 전반에 위축 조짐이 뚜렷해졌다. 전산업 생산이 전월보다 2.7% 줄어 코로나19가 본격화된 2020년 2월(-2.9%) 이후 4년 11개월만에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소매판매도 0.6% 줄며 내수 부진이 이어졌고 설비투자는 14.2%나 급감해 1월 생산과 소비, 투자가 두달만에 트리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
- ▲ 서울 한 건물 상가에 임대 광고가 붙어 있는 모습. ⓒ연합뉴스
◇ 전문가 "추경 논의, 늦어도 너무 늦었다"이런 상황 속 정치권은 위축된 내수 긴급처방으로 추경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논의는 공전하고 있다. 계엄과 탄핵 이슈에 휘말려 여야 샅바싸움이 이어지며 추경 논의는 본궤도에 오르지도 못했다.지난달 여·야·정 국정협의회에서 추경은 쟁점안으로 부각돼 공감대가 형성돼 편성원칙까지 합의가 진전됐다. 추경 내용과 관련, 민생지원과 AI(인공지능) 등 미래 산업 지원, 통상 지원 등 세 가지 원칙에 입각해 시기와 규모 세부내용을 실무협의서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하지만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보류하면서 다시 논의가 제자리걸음했다. 야당이 최 권한대행을 정부를 대표하는 대화상대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다.국정협의회가 파행을 이어가자 정부가 빠진 여야협의회를 열었지만 이견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전 국민 25만원 지원금'이 포함된 35조원 규모의 추경 주장에 국민의힘은 취약계층·소상공인 지원 3조원 등을 포함한 '핀셋 지원' 추경 방침으로 맞불을 놓았다.여야 추경 논의가 좀처럼 물꼬가 트이질 않으면서 이미 추경 골든타임이 지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 진작이 목적인 만큼 재정 승수 효과가 크게 나타나는 연초에 추경 편성이 이뤄져야 했다는 것이다. 여야가 이달까지 정부에 추경안을 제출해달라고 요구하기로 했지만, 제대로 된 논의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미 연초 추경 협의가 완료돼야 됐어야 했는데 늦어도 한참 늦었다"며 "추경이 늦어질수록 민생 경제가 어려워질 수 밖에 없는 만큼 쟁점 사안은 제쳐두고 공감대를 이룬 부문에 먼저 추경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추경이 내수 시장 진작을 위한 방향으로 편성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1월 자영업자 수는 550만명으로 2023년 1월(549만명) 이후 가장 적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전국 음식점 10만7526곳이 폐업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19년만의 최고치다. 또 지난달 취업을 준비하거나 일자리를 포기한 청년 백수가 120만명을 넘어서는 등 경기침체로 취업시장도 얼어붙었다.안동현 교수는 "하루라도 빨리 추경을 편성해서 폐업률이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을 지원하기 위한 추경을 신속 처리해야 한다"고 했다.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도 "자영업자 문제가 심각한 만큼 추경을 통해 지원에 나서야 하며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연구개발(R&D)예산 확대 등도 시급하다"며 "긴축적인 추경이 아니라 대규모 추경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이번주 후반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이슈 블랙홀'이 되면서 추경 논의는 뒷전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정세은 교수는 "이미 추경은 타이밍을 놓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헌재 탄핵 판결 이후 조기 대선이 펼쳐질 경우 모든 관심이 대선으로 쏠려 추경 논의는 더욱 힘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