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달 연속 경기 하방 진단하던 KDI, 이젠 '둔화' 경고美 관세 압력 및 건설업 부진 영향에 내수·수출 타격
  • ▲ 국내 최대 무역항인 부산항 감만·신감만 부두. ⓒ연합뉴스
    ▲ 국내 최대 무역항인 부산항 감만·신감만 부두. ⓒ연합뉴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해 "대외 여건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경기 둔화를 시사하는 지표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 압력이 본격화하고 건설업 부진이 내수 회복을 제약한데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KDI는 12일 발간한 '경제동향 5월호'에서 "통상 여건 악화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로 향후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 하방 압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지난 4월까지 넉 달 연속으로 '경기 하방 압력이 확대되는 모습'이라는 표현에서 더 나아가 '경기 둔화'를 언급하고 나선 것이다. '경기 둔화' 표현은 2023년 2월 이후 2년 3개월 만이다.

    장기간 이어진 경기 하방 리스크로 경기 둔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건설업을 중심으로 생산 증가세가 낮은 수준에 머무른 가운데 통상 여건이 악화되면서 경기 둔화를 시사하는 지표가 점증하고 있다. 실제 3월 전산업생산(1.2%→1.3%)은 건설업의 부진이 지속되며 전월과 유사한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구체적으로는 반도체(26.8%), 전자부품(8.5%) 등의 증가폭이 크게 확대되며 양호한 증가세를 이어갔다. 반면 건설업생산(-14.7%)의 부진이 지속되고 서비스업생산(0.7%)과 정보통신업(0.2%), 금융⋅보험업(1.0%) 등을 중심으로 증가폭이 축소돼 전산업 생산은 낮은 증가세에 머물렀다. 

    특히 건설기성이 전반적으로 대폭 감소하는 등 건설투자는 위축된 모습이다. 3월 건설기성(-14.7%)은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했고 계절조정 전월 대비로도 2.7% 감소하며 부진한 모습이다. 건축부문(-16.1%)은 주거용과 비주거용 모두 큰 폭의 감소세를 나타냈으며 토목부문(-11.0%)도 감소폭이 확대됐다. 

    상품소비 부진이 일부 완화됐으나 소비자심리 위축이 지속되는 등 소비 회복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개별소비세 인하에 따라 승용차가 10.0%의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면서 소매판매가 증가하는 등 상품소비 부진이 부분적으로 완화됐다. 다만 승용차를 제외한 소매판매는 0.5% 증가에 머물렀으며 1분기로 보면 1.0% 감소했다. 

    반면 서비스 소비는 숙박⋅음식점업(-3.7%), 교육서비스업(-1.3%), 예술⋅스포츠⋅여가서비스업(-0.7%) 등 주요 업종을 중심으로 부진한 모습이다. 4월 소비자심리지수(93.8)는 전월(93.4)보다 소폭 상승했으나 여전히 기준치(100)를 하회하고 있다. 

    3월 설비투자(14.1%)는 반도체 관련 투자 호조가 이어지고 있으나 통상 관련 불확실성이 높게 유지되면서 향후 설비투자 개선을 제약하는 모습이다. 한국은행 제조업 설비투자전망 BSI(90)가 장기평균(95)을 하회하는 수준을 지속하며 기업의 투자심리가 위축되어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미국 관세인상의 영향이 가시화되며 수출이 둔화하고 있다. 4월 수출(3.7%)은 소폭 증가했으나 조업일수의 영향을 배제한 일평균 기준으로는 전월(5.3%)보다 낮은 0.6%의 감소를 기록했다. 

    국가별로는 일평균 기준으로 미국을 제외한 국가로의 수출은 1.9% 증가한 반면, 대미국 수출은 10.6% 대폭 감소했다. 관세율이 대폭 인상된 대미국 자동차(-20.7%)와 철강(-11.6%) 수출은 여타 국가로의 수출(자동차 15.0%, 철강 -0.1%)에 비해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KDI는 "글로벌 통상 여건이 악화되면서 세계경제에 상당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봤다. 

    상품교역 증가폭이 축소되고 제조업 업황과 소비 관련 심리지표도 부진한 흐름을 지속하는 등 글로벌 경기 둔화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어서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의 성장 전망을 대폭 하향조정하면서 세계경제의 성장률도 올해 2%대 후반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