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장기불황·고꾸라진 내수·수출 위축 영향 불어난 국가채무와 환율 불안정성·가계대출 부담"새 정부서 2차 추경 편성으로 민간 소비 되살려야""정치적 안정 확보 통해 경기 반등 동력 마련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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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홍익대학교 인근 상가에 부착된 임대 관련 안내문. ⓒ연합뉴스
올해 한국경제는 잿빛 전망이 짙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통상 여건 악화로 수출이 둔화하고 내수도 침체하면서 각종 경제 지표에 줄줄이 적신호가 켜졌다. 국책 연구기관이 처음으로 연간 0%대 성장을 공식화하면서 내수를 회복시킬 재정·통화 정책의 시급성이 커지고 있다.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6%에서 0.8%로 반토막 냈다. 이를 두고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장기불황에 빠진 건설업과 좀체 살아날 조짐이 없는 내수에 미국 관세 여파로 인한 수출 위축까지 복합적인 악재가 겹친 결과다.오는 29일 발표될 한국은행의 경제전망에서도 기존 전망치(1.5%)의 하향 조정은 거의 확실시된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IB) 8곳이 제시한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달 말 기준 평균 0.8%로 1%를 밑돌았다.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역시 전 분기보다 0.2% 감소하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이는 현재까지 1분기 성장률을 발표한 주요 19개국 중 가장 낮은 수치다. 이들 중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회원국은 중국이 유일하다.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도 하향 조정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7%로 내려 잡았고, 이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4월 내놓은 전망치(2.8%)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수출 주도형 경제 구조를 가진 한국 경제로서는 글로벌 경기 둔화가 직접적인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실제 수출 전선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미국이 관세를 부과한 품목을 중심으로 수출이 전반적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수출액은 128억달러로 1년 전보다 23.8% 줄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수출이 급락했던 2022년 10월 초순(1~10일) 이후 4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이다. 대미 수출 역시 같은 기간 30.4%나 급감했다.오는 7월 8일을 협상 시한으로 둔 한미 통상 협의 결과에 따라 경제전망은 더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KDI의 성장률 전망치는 현재 관세 수준이 유지된다는 전제 하에 산출한 수치로, 변동성이 확대되면 하방 리스크는 한층 커질 수 있어서다. -
- ▲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서 컨네이너가 쌓여 있다. ⓒ뉴시스
한국 경제의 성장엔진이 빠르게 식고 있지만 불어나는 국가부채로 적극적인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는 제약이 따르고 있다. 여기에 가계부채 부담과 환율 불안정성까지 겹치면서 과감한 금리 인하 역시 쉽지 않은 선택지다.IMF는 올해 한국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올해 54.5%에 달해 사상 처음으로 비기축통화국 평균을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향후 부채비율은 더욱 가파르게 증가해 2030년에는 60%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되며 그 증가폭도 비기축통화국 중 두번째로 높아질 것이라는 경고도 나왔다.그럼에도 소비와 투자심리의 회복 없이는 저성장 위기를 돌파하기 어려운 만큼 차기 정부 출범 이후 2차 추경을 본격적으로 검토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차기 정부 초기 누가 정권을 잡느냐에 따라 30조에서 최대 50조원에 이르는 특단의 추경이 나올 경이라는 관측도 나온다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재정정책의 역할"이라며 "이번 필수 추경은 타이밍도 놓쳤고 규모도 부족했다. 새정부서 소상공인 지원 등에 초점을 맞춘 2차 추경을 통해 주저앉은 민간 소비를 되살려야 한다"고 말했다.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도 "현재 내수 경기는 좀처럼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수출 불확실성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으며 기술혁신도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다"며 "새 정부에서는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고 경기 회복 전환점을 마련하기 위해 추경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 필요성에는 일정 부분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은 녹록지 않다. 여전히 1400원대를 유지하는 높은 환율과 세계 최고 수준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등 제약 요인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안동현 교수는 "이제는 금리 인하를 검토할 시점이지만 현재의 경제 여건을 고려하면 통화정책은 신중하게 접근할 수 밖에 없다"며 "기준금리를 잇따라 인하해 1%대 수준까지 끌어내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재정·통화 정책과 더불어 정치적 안정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이정희 교수는 "현재 한국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황이며, 정치 불안정성이 커질수록 경제 불확실성도 증대돼 결국 투자 위축으로 이어진다"며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정치적 안정을 확보해야만 얼어붙은 투자·소비 심리가 회복돼 경기 반등의 동력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