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불확실성에 대기업 실적 곤두박질경기전망 15분기 연속 기준치 밑돌아유동성 위기에 부실기업 급증 … 고사 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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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동성 위기에 기업회생에 들어간 홈플러스ⓒ뉴데일리
경기침체로 불황의 늪이 깊어지는 가운데 경제 활력을 이끌어야 할 대기업의 경기전망이 유독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사이클이 좀처럼 반등세를 타지 못한데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강화로 수출 환경이 악화되고 있어서다.여기에 내수침체가 깊어지며 홈플러스 등 유통기업들의 유동성이 막혀가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오락가락한 정책 변화가 겹치면서 4월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경기 전망 15분기 연속 부정적 … 기업들 고사 직전국내 기업들의 경기 전망이 15분기째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2분기 체감경기 지수는 1분기 대비 반등했지만, 관세전쟁과 내수 부진 장기화로 여전히 기준치를 크게 하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24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제조업체 2113개사를 대상으로 ‘2025년 2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전분기(61)대비 18p 상승한 ‘79’로 집계됐으나 기준치(100)에는 크게 못 미쳤다. BSI는 지수가 100이상이면 해당 분기의 체감경기를 이전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본 기업이 많다는 의미이고, 100이하면 그 반대다.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71), 중견기업(83), 중소기업(79) 모두 지수가 기준치를 밑돌았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 노출도가 높아 관세 등 대외 정책 변화에 민감한 대기업의 체감경기지수가 가장 낮게 나타났다.전 업종에서 2분기 전망치가 기준치를 밑돈 가운데 트럼프정부 관세정책이 가시화되면서 철강, 자동차 등 직접 영향권에 있는 업종의 부진이 두드려졌다. 철강(59)의 경우 전방산업 침체에 따른 수요부진이 누적된 상황에서 관세 인상, 저가덤핑 등 악재가 쌓이며 지수가 2분기 연속 60이하를 기록했다. 자동차(74)업종도 미국·EU 중심 무역장벽 강화, 중국과의 글로벌 경쟁 심화로 수출여건이 악화되며 체감경기가 침체된 흐름을 보였다.수출의존도가 높아 글로벌 경기에 민감한 반도체(87) 업종의 경우 트럼프 집권 이후 대중국 수출통제가 강화되고, 무역정책 불확실성도 지속되며 전망이 악화됐다. 아울러 내수산업인 식음료(80) 업종도 원재료가격 상승과 고환율 부담 누적으로 최근 제품가격 인상에 나서는 등 부정적 전망이 우세했다.화장품(97) 업종은 중국의 한한령(限韓令) 해제 기대로 인한 대중 수출 회복전망과 함께 올 초 미국, 일본 등으로 수출 호조가 이어지며 선방한 모습을 보였다. 보합세를 기록한 의료정밀(100) 업종 또한 중국의 내수진작책에 따른 미용·의료분야 소비 회복 기대감에 가장 높은 지수를 기록했다. -
- ▲ 수도권 한 아파트 공사현장ⓒ뉴데일리DB
올해 사업 목표 줄줄이 하향 … 한계기업 속출대내외 불안요인이 지속되면서 올해 매출실적에 대한 기업들의 기대도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제조기업 10곳 중 4곳(39.7%)이 올해 매출 목표치를 지난해 매출목표 수준보다 낮게 설정했다. 그중 목표로 설정한 매출수준이 전년 대비 10% 이상 크게 하락한 기업도 9.6%로 적지 않았다.올해 투자 계획의 경우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투자목표치를 설정한 기업이 47.4%로 가장 많았다. 다만 지난해보다 투자계획을 하향 조정한 기업이 36.6%로 상향 조정한 기업(16%)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또한 기업들은 올해 상반기 사업실적에 영향을 미칠 대내외 리스크로 ‘내수경기 부진’(59.5%)과 ‘원부자재 가격 상승’(40.2%)을 가장 많이 응답했다. 이어 ‘트럼프發 관세정책’(34.8%)과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21.8%)을 지목한 기업들도 적지 않았으며, ‘고환율기조 지속’(20.5%), ‘자금조달 및 유동성문제’(12.7%) 등의 답변이 뒤따랐다.매출과 수익성이 동반 하락하면서 부실기업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한국경제인협회의 ‘기업부실예측분석을 통한 2024년 부실기업 진단’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외감기업(금융업 제외) 3만7510개사 중 11.9%인 4466개사가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놓일 것으로 분석됐다.전년 4350개사 대비 116개사(2.7%)가 증가한 것으로, 코로나19 직전부터 최근 6년(2019~2024년) 내 가장 많은 수치다. 부실기업은 자산보다 부채가 많아 자본총계(자기자본)가 마이너스 상태인 ‘완전자본잠식’ 기업을 의미한다.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미국의 관세압박에 대응해 기업들은 협력 가능성이 높은 조선, AI, 반도체 등 전략산업에서 투자와 성과 등을 협상카드로 제시하고, 정부와 국회는 미국 연방정부를 비롯한 지역의원들과도 외교채널을 구축해 적극 소통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이어 “내수·투자 활성화를 위한 보다 과감한 인센티브 정책을 실시하고, 관세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제조업기반 서비스산업을 적극 육성해 보호무역 기조에 효과적으로 대처해 나가야한다”고 덧붙였다.한경협 이상호 경제산업본부장은 “부실기업이 늘어나면 실물경제 악화와 함께 금융시장 리스크가 확대되어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이 급속히 높아진다”면서 “자금조달 비용 완화와 유동성 지원으로 부실위험을 줄이는 한편 원활한 사업재편을 저해하는 상법개정안을 국회에서 재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