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산금 지연, 판매자 항의까지 … 발란 측 "28일 검토 후 지급"수년간 적자에 완전 자본잠식 상태 … 기업회생설까지 등장 명품 플랫폼 업계 위기 … "더 악화될 수도" 전망
-
- ▲ 발란 로고
온라인 명품 플랫폼 발란의 유동성 위기설이 확산하고 있다. 입점 업체 대상 정산금 지급이 지연된 가운데 기업회생 절차를 준비 중이라는 의혹까지 제기되며 업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일부 판매자들은 발란이 지난해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를 반복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발란은 지난 25일 입장문을 통해 "신규 투자 유치 과정에서 진행 중인 재무 검증 과정에서 일부 거래 및 정산 내역에 대한 추가 확인이 필요해 지급을 일시적으로 보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4일 지급 예정이던 정산금이 보류됐으며 발란은 오는 28일까지 확정된 정산 금액과 지급 일정을 공지하겠다고 설명했다.발란은 "정산 오류 및 누락을 방지하고 정확하고 투명한 지급을 위해 과거 정산 데이터를 면밀히 재검토하고 있다"면서 "지연 이자도 지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발란의 월평균 거래액은 약 300억원, 입점 업체 수는 1300여 개에 달한다.정산금 지연 공지 이후 판매자들의 반발도 거세졌다. 지난 25일 판매자 20~30명이 발란 사무실을 찾아 항의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출동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이후 발란 측은 직원들의 안전을 이유로 전 직원 재택근무로 전환됐다.
업계에서는 발란이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속적인 적자와 지난해 실적 악화로 인해 자금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2015년 설립된 발란은 2023년 말 기준 자본총계가 -77억3000만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같은 해 영업손실은 99억원, 매출은 전년 대비 56% 급감한 392억원을 기록했다. 유동자산(56억2000만원)보다 유동부채(138억1000만원)가 훨씬 많아 유동비율은 40.7%에 불과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발란이 기업회생 절차를 준비 중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본사를 방문한 판매자들이 촬영한 사진 속에서 기업회생 관련 문서가 포착됐다는 주장이다.
발란 관계자는 "내용을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발란 사태는 명품 플랫폼 업계가 처한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3월 캐치패션이 신규 투자 유치에 실패하며 사업을 종료했고 1세대 명품 편집숍 한스타일도 비상경영을 선언했지만 결국 8월 폐업했다. 이랜드글로벌이 운영하던 럭셔리 갤러리 역시 지난해 12월 운영을 중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명품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플랫폼들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며 "발란 사태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