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식품업체들, 가격 인상 '가속화'환율 급등과 원자재 비용 상승 요인"정부 물가 관리 실패, 기업들 가격 인상 지속""커피부터 햄버거까지 … 소비자 불만"
  • ▲ 서울 대형마트 라면 진열장ⓒ연합뉴스
    ▲ 서울 대형마트 라면 진열장ⓒ연합뉴스
    올해 들어 커피, 식품과 외식 품목의 가격이 잇따라 상승하고 있다. 가격이 그대로인 제품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전방위적인 인상이 진행 중이다. 

    30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올해 가격을 올리거나 인상을 예고한 식품·외식 업체는 최소 40곳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가격 인상이 두드러진다.

    주된 원인은 원/달러 환율 급등과 원자재 비용 상승으로 분석된다. 최근 환율이 1460원대까지 오르면서 수입 원재료 가격이 뛰었고, 기업들은 이에 대응해 가격을 조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 속 기업들이 이를 계기로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의 물가 관리가 기대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가공 식품과 외식 물가 상승률이 3%를 넘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가공 식품 물가는 지난해 1%대 상승률을 유지하다가 올해 1월 2.7%로 급등했고, 2월에는 2.9%까지 올랐다. 외식 물가 상승률도 지난달 3.0%를 기록했다.

    다음 달 1일부터는 오비맥주, 오뚜기, CJ제일제당, 하겐다즈, 남양유업, 롯데웰푸드 등 다양한 기업의 제품 가격이 인상될 예정이다. 오비맥주의 카스 병·캔 제품과 허쉬 초코바도 가격이 인상될 예정이다.

    대형마트에서도 가격 인상이 이어진다. 오비맥주 제품 가격은 평균 7% 상승하며, 카스 후레쉬 355㎖ 캔(6개입)이 9,850원으로 800원 인상된다. 18일부터는 오뚜기 진라면(5개입)이 3,950원으로 9.4% 오른다.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기업들의 가격 인상 움직임이 거의 없었지만, 올해 들어 인상이 본격화됐다. 1월에는 스타벅스가 원두 가격과 환율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올렸고, 이후 폴바셋, 할리스, 파스쿠찌, 컴포즈커피, 더벤티, 투썸플레이스, 네스프레소 등이 잇따라 가격을 조정했다. 이디야커피는 배달 전용 메뉴 가격을 인상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롯데웰푸드는 초코빼빼로 등 제품 가격을 8개월 만에 다시 올렸고, SPC 파리바게뜨와 CJ푸드빌의 뚜레쥬르도 빵·케이크 가격을 인상했다. 아이스크림 업계도 롯데웰푸드, 빙그레, 해태아이스, 배스킨라빈스, 하겐다즈 등이 가격을 올렸다.

    특히 3월 들어 가격 인상이 가속화되었으며, 정부가 관리하는 라면 가격도 오름세를 보였다. 농심은 2023년 정부 압박으로 신라면 가격을 50원 내렸으나, 올해 다시 1000원으로 인상했고, 오뚜기도 이에 발맞춰 가격을 조정했다. 맥주 업계 역시 오비맥주의 인상 후 아사히, 하이네켄 등이 가격을 올렸거나 인상 계획을 세웠다.

    햄버거 프랜차이즈들도 가격 조정을 단행했다. 롯데리아, 맥도날드, 버거킹이 인상에 나섰고, 이디야커피, 맘스터치, 굽네치킨 등도 일부 매장에서 배달 메뉴 가격을 올리며 이중가격제가 확산되는 추세다.

    기업들은 가격 인상의 배경으로 원부자재와 인건비 상승, 환율 상승으로 인한 원재료 수입 비용 증가 등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 단체들은 이를 두고 강한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기업들의 연쇄적인 가격 인상은 소비 심리를 더욱 위축시킬 것"이라며, 밀가루, 식용유, 옥수수 등 주요 원재료 가격이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하락한 점을 지적했다. 또한, 일부 식품 기업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10~20% 증가한 사실을 들어, 가격 인상의 정당성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식품 기업들과 간담회를 열고 협력을 요청했지만, 현실적으로 물가 관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기업들의 원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요 수입 원재료에 할당 관세를 적용하고, 부가가치세 면제 및 원료 구입 자금 지원 등 다양한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