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中 관세 125% ‘핀셋 보복’관세 전쟁, 공급망 갈등으로 확산 양상中, ‘희토류 7종 수출 통제 조치’ 발표韓 반도체 필수 재료 중국 의존도 높아불확실성에 구리·인듐 등 가격도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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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에 적용 상호관세 90일을 유예하기로 했지만 품목관세 등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있어 국내 반도체업계의 시름이 가시지 않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이 공급망 갈등으로 번지는 추세라 핵심 원재료 상당수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 반도체에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관세는 125%로 높이고 한국을 포함한 그 외 다른 나라에 대해서는 향후 90일간 10%의 기본관세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날 57개 무역파트너를 대상으로 상호관세를 발효했으나, 중국이 모든 미국산 제품에 84%의 추가 관세를 매기겠다고 보복에 나서면서 핀셋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이에 따라 한국은 90일간 25%의 상호관세 대신 종전의 10% 기본관세(보편관세)만을 적용받게 됐다. 관세율을 협상할 수 있는 유예기간이 생긴 데다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 우려를 던 것은 다행이지만 반도체업계는 여전히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태다. 아직 품목별 관세 부과가 남아있는 데다 양국의 강대강 충돌이 본격화하며 관세 갈등이 공급망 갈등으로 번질 수 있어서다.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유예 방침을 밝히면서도 철강, 자동차 등에 대한 25% 품목별 관세는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앞서 향후 반도체, 의약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예고한 상황이어서 언제든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반도체는 1997년 세계무역기구(WTO)의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회원국 간 무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AI) 시장 확대에 따른 반도체 수요 증가로 미국의 반도체 수입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기준 반도체는 한국의 대미 수출 3위 품목으로, 수출액은 106억 달러를 기록했다.여기에 미중 갈등은 관세를 넘어 수출 통제와 같은 공급망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대중 무역제한 조치 확대에 맞서 꾸준히 희토류, 갈륨, 게르마늄 등 자원의 무기화를 진행해왔다.지난 4일에는 중국 상무부가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에 맞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희토류 7종에 대한 수출 통제 조치를 단행했다. 사마륨, 가돌리늄, 테르븀, 디스프로슘, 루테튬, 스칸듐, 이트륨 등이 대상이다. 직접적 수출 금지는 아니고 수출 허가 여부 절차를 추가하는 조치다. 앞으로 이 7종을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 수출하려는 기업은 반드시 중국 당국의 심사를 거쳐 별도 승인을 받아야 한다.첨단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리는 희토류는 반도체, 스마트폰, 전기차 등 각종 첨단산업 제품 제조에 쓰이는 핵심 광물이다. 중국은 세계 희토류 생산의 약 60%를 점유하고 있고 가공 및 정제 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90%에 육박한다. 특히 이번에 수출 통제 목록에 오른 디스프로슘은 열에 강해 AI 반도체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국내 반도체업계는 희토류 외에도 갈륨 등 반도체 필수 재료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 중국이 수출 제재를 가하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미리 원재료를 확보해두려는 가수요가 발생하며 구리와 인듐 등 가격도 전 세계적으로 급등세다. 구리는 반도체 칩 내부 회로를 연결하는데 사용되고, 인듐은 반도체 기판에 쓰인다. 구리 가격은 지난달 말 기준 파운드 당 5.183달러로 상승했다. 지난해 5월 기록한 최고가를 넘어선 수치다. 인듐 가격도 kg 당 400달러를 기록하며, 작년 초보다 50% 이상 올랐다.설상가상으로 또 다른 핵심 원료인 주석의 가격 또한 폭등하고 있다. 주요 생산국인 미얀마가 강진으로 생산이 불안해졌고 또 다른 주석 생산국인 콩고도 내전으로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서다. 주석 가격은 이달 들어 톤당 3만7000달러를 넘어섰다. 2022년 이후 최고수준이다.원재료 가격이 오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익성도 악화할 수 밖에 없다. 중국과 가격 경쟁을 벌이고 있는 D램과 낸드 등 범용 메모리 제품이 직접 영향권이다. 업계에서는 충분한 재고 비축분이 있는 만큼 당장 큰 영향은 없다는 보지만, 미중 갈등이 공급망 갈등으로 확전되는 경우 악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최근 마이크론도 관세 등을 이유로 D램 모듈과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가격을 인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업계 관계자는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각종 원자재 가격 변동폭이 커지고 있다”면서 “재고를 충분히 확보한 데다 원자재 공급망 다변화가 돼 있어 당장의 영향은 없겠지만, 장기화시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